내가 읽은 詩
파꽃
— 안도현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에 별똥별 씨앗을 하나 밀어 올리느라 다리가 퉁퉁 부은 어머니,
마당 안에 극지(極地)가 아홉 평 있었으므로
아, 파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나는 그냥 혼자 사무치자
먼 기차 대가리야,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너라
잎을 먹는 채소의 경우 꽃이 피면 그 잎은 먹기 힘들다. 왜 그런지는 자세히 모르나 꽃을 피우기 위해 온 몸에 약이 올라 잎은 그만큼 쓰단다. 그러니 배추, 상추, 파, 부추…… 등 잎은 꽃이 피고 나면 씨앗이 영글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 폐기한다.
파꽃 - 어느 꽃인들 아름답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만 파꽃은 그 모양이 참 특이하다. 꽃대가 따로 올라오는 것이 아니라 파 잎이 오동통 살이 찌고 그 끝에 꽃이 핀다. 안도현의 시 <파꽃>은 이런 ‘파꽃’의 모양을 참 멋지게 그려내고 있다.
4행이라기 보다 각 행이 한 연으로 4 연으로 볼 수도 있다. 첫 행에서 파꽃의 모양을 묘사한다.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에 별똥별 씨앗을 하나 밀어 올리느라 다리가 퉁퉁 부은 어머니’란다. ‘파꽃’은 별똥별로, 꽃을 피우려 통통해진 잎은 ‘다리가 퉁퉁 부은 어머니’로 환치된다. 별똥별을 밀어올리는 것은 당연히 자식들 뒷바라지를 한 어머니의 삶이다.
‘마당 안에 극지(極地)가 아홉 평’ 있었다고 한다. 집 안 텃밭이었던 모양이다. 그 텃밭에 여러 채소를 심었을 것인데 시 속 화자는 유독 감탄사까지 내뱉으며 ‘파꽃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그냥 혼자 사무치자’고 한다. 왜 그럴까. 가냘프고 어쩌면 매끈했던 파, 그 파 같았던 어머니의 다리, 자식들 키우느라 어머니의 다리는 퉁퉁 부었고, 파잎은 통통해졌다. 파꽃을 보며 어머니 생각에 화자는 사무치는 것이다. 어쩌면 늙으신 어머니 다리를 주물렀던 기억이 있을지도 모른다.
여기서 부탁을 한다. ‘먼 기차 대가리야, 흰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천천히 오너라’고. ‘기차 대가리’는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혹자는 ‘조금 더 어머니를 기억하려 밀어 보고픈 세월’이라고 해석한다. 그렇게 이해해도 무리는 없다. 그러나 어쩌면 파꽃이 피어나는 모습을 기차 대가리로 환치시킨 것은 아닐까. 그러니 흰 나비 한 마리도 들이받지 말고’ 즉 기차에 치이지 않게 천천히 피어나라고 외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집 안 구석 텃밭에 화자의 어머니가 파를 가꾸는 모습과 함께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어머니를 그리는 화자의 모습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런데 어찌 꽃이 피어난 오동통한 파를 퉁퉁 부은 어머니의 다리로 환치시켰을꼬. 생각해 보면 맞지 않은가. 시인의 상상력 - 나 같은 범인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파꽃, 아, 나의 어머니. ♣
첫댓글 지난해 문화원에서 안도현교수님
강의 들었습니다.
그러셨군요.
좋은 시간이었을 겝니다.
^(^
파꽃은
그냥 무덤덤입니다.
생긴대로였는데,
안도현님은
거기에 의미를 붙였습니다.
호화로움과
시선을 끄는 것도 아니지만,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나름의 멋이 따로 있습니다.
파가 그러하듯이
음식에 가미를 약간 할 뿐인데요.
그래도,
파는 들어가야 제 맛이 나지요.
파꽃의 모습이
아침에 순하게 들어 오네요.
시인의 눈이잖아요.
지와는 다르지요.
ㅎㅎㅎㅎ
^(^
파꽃~
시인이 아닌 주부는
요새 식재료 가격에 관심이 많아서
오전에 만난 지인과 그런 얘길 나눴지요.
지인이 그러더군요.
올해는 텃밭에 대파를 많이
심을 생각이라고.
그래서 제가 그랬지요.
잘 생각했다고.
내가 홍어무침 하려고 어제 마트에 가서
대파 2개에 2560원에 샀다고.ㅋㅋ
대파 가격이 저렴하면
파꽃도 더 정스러워 보일텐데요.ㅋ
요즘 대파가 핫하더군요.
^(^
파꽃을 보고
어머니를 연상하셨다니
역시 시인은 다른가 봅니다
파꽃은 잘 보지 못하는데
사진을 보니
신기하게도 아름답게 느껴 집니다
시인의 예리한 눈, 풍부한 상상력~~~
지는 흉내내지 못합니다.
^(^
'이 세상 가장 서러운 곳' '극지 아홉 평'
흔해서 다시 볼 일 없을 파꽃을 두고 시인은
어머니를 피워 올렸네요.
늘 "나는 괜찮다" 를 입에 달고 사시던 나의
어머니를 위해 난 무엇을 했나 생각합니다.
지캉 감성이 통하는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