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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의 감성지수는 낙제점
자유일보
이정민
본래 우파와 좌파를 구분하는 기준은 어떤 사건에 대해 개인의 관점에서 접근하는지 아니면 사회적 관점으로 접근하는지로 구분할 수 있다. 우파는 개인주의가 강하고 좌파는 집단주의가 강하기 때문이다. 현상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이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좌파들은 집단적 목소리에 쉽게 동요되는 반면, 우파들은 개인의 주관이 집단보다 강해서 쉽게 동요되지 않는다. 그래서 우파들은 감성보다 ‘이성’이 중시되고, 좌파들은 ‘감성’의 영역이 가치 판단에 크게 작용되는 것이다.
민주당과 좌파진영에서의 ‘감성팔이’ 전략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긴 하지만 최근 정치권에서는 몇 장의 사진이 화제가 됐다. 지난 총선에서 의외의 수확을 일궈낸 조국 대표의 일상을 담은 이른바 ‘조국행실도’라는 사진 때문이다. 직접 쓰레기봉투를 버리고, 손수 식판을 들고 있는 모습, 그리고 무릎을 꿇고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서 사인을 해주는 등의 장면들이 담겨있었다. 이성을 중시하는 우파들은 당연한 걸 올린다며 감성팔이로 외면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대중적 현실이었다. SNS는 이성의 영역이 아니라 감성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코인 부자’로 발각된 김남국이 소개팅 콘셉트로 촬영한 유튜브 영상에서 ‘매일 라면만 먹는다’고 하고, SNS에 낡은 운동화 사진을 올리며 ‘서민 코스프레’를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낡은 구두 사진은 좌파들이 즐겨 사용해온 클리세 같은 진부한 소재지만 아직도 일반 대중에게는 유효하다. 웃픈 현실이지만 그만큼 감성의 영역은 이성적 판단의 링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이는 좌파들이 끊임없이 미디어를 통해 자신들을 이미지화하고, 자신들의 정치를 문화화한 결과로 봐야 한다. 최근 민주당이 강행하려는 5·18 민주유공자법도 현대판 음서제로 이성적으로는 논란이 많다. 하지만 5·18은 이미 문화화 됐기 때문에 감성에 의해서 여론이 적용된다. 마찬가지로 제주 4·3 사건, 세월호 등도 이성보다는 감성의 영역에 있다. 그래서 해당 사건들의 논란에 대해서 이성적 시각과 논리는 완패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이미지화된 감성은 SNS를 통해 확산되고 대중에게 문화적 동질감을 갖게 만든다. 민주당과 좌파진영은 이러한 문화적 동질감으로 집단의 영역과 그 영향력을 확장시킨다. 그들은 매우 전략적이다.
결국 지난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크게 패배한 원인은 여러가지가 있을 수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감성의 영역에서 완패했기 때문이다. 이재명과 조국은 SNS를 밥 먹듯 활용하지만 한동훈 전 비대위원장의 지난 20일 페이스북 게시글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만큼 홍준표 대구시장을 제외하고 국민의힘 주요 선수들의 SNS 활용능력은 낙제점에 가깝다. 그러니 공식적인 레거시 미디어 같은 이성적인 영역에서는 영향력이 있을지 모르지만, 문화를 이끄는 감성적 영역에서는 존재감이 없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MBTI, 가심비 등의 유행으로 IQ보다 EQ(감성지수)와 문화적 동질성을 중시하는 MZ세대에는 호소력이 있을 수 없다.
최근 가장 큰 이슈가 된 하이브의 방시혁 의장과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의 민희진 대표 간 갈등에서도 대중의 판단 기준을 엿볼 수 있다. 압도적인 힘의 하이브가 민희진의 강력하고 거친 언행과 눈물 등의 소위 ‘감성팔이쇼’ 한방에 무너졌다. ‘개저씨’ 같은 남성 혐오 표현에도 불구하고 이대남 커뮤니티에서도 열광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치 판단의 기준은 감성이다. 감성은 이제 주류이고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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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민 청년기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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