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에
김성수
찬 서리 내린 가을 아침은
소금에 절여진 김장 배추처럼
그렇게 숨이 죽어 있다.
흘러간 시간 저편에서
맑은 물 한줄기 끌어와 배추 잎을 씻어내듯
내 마음을 헹구어 낸 후
정갈한 잎 사이사이 양념을 끼워 넣듯
그리운 추억 함께 버무려넣고
결실의 가을, 이 아침에
아름다운 모국어로 시 한편 쓰고 싶다.
아내가 묻어둔 항아리 속엔
알타리무 한 단지 몽돌에 꼬옥 눌려
발그레 곰삭아 가는데
우리네 살림살이 가난한 꿈도
곱게 곱게 발효되는 이 가을
내 마음 가장 비밀스런 서랍 속에서
백지 한 장 꺼내어
또박 또박 시를 쓰고 싶다.
드디어 아침햇살이 무서리를 녹일 때
웃음 띤 아내가 커피 한 잔 타들고 서재로 오는 소리
그때까지 만이라도 나는 시속에 빠지고 싶다.
낙엽을 밟고 가는 계절의 발소리조차
오늘은 내 시의 맑은 음절로
행복의 계단을 딛고 가는 아름다운 기척으로
적어두고 싶다.
카페 선생님께
선생님!
9월이 왔습니다.
폭염과 폭우에 번갈아가며 패여 진 상처는
아직 아물지도 못하고 있는데
세월은 흘러 그달이 지나가고
우리의 큰 명절 추석까지 안고 9월이 왔어요.
새달에는 지난달의 애쓰심을 보상받듯이
건강하고 행복한 9월이 되시기를 기원하면서
9월의 詩로 김성수 시인의 詩
“가을 아침에”를 전해 드립니다.
‘처서’도 지나고 ‘백중’도 지났으니 이제
분명히 가을 속으로 들어와 있기는 하지만
변화가 심한 날씨라 또 어떤 일이 있을지
알 수는 없지만 누구나 시인의 된다는 가을에
시인의 노래처럼 맑은 물에 씻어낸
배추 잎 같은 시라도 한편 써보시면 어떨까요?
시인이 아니어도 괜찮고, 훌륭한 작품이 아니라도
괜찮습니다. 한 줄의 글을 쓰면서
거기에 나의 진심을 담을 수만 있다면 됩니다.
그것만으로 마음속에 쌓여있는 응어리들,
스트레스가 풀려 나가고 편안함을
분명히 찾으실 수가 있을 테니까요.
‘추석’ 아직 멀었는데도 생각만으로 마음이
마구 설레던 시절 있으시지요?
비록 검정고무신에 양말 한 켤레지만 추석빔에
밤잠을 설쳤던 추억은 없으실까요.
이제는 시대도 달라지고 삶의 모양도 달라졌지만
혹여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계신다면
어려운 시기이지만 편안한 마음으로 명절준비도
잘 하시어 즐거움이 가득한 추석을 보내세요.
선생님은 꼭 행복하셔야 합니다.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분이니까요.
사람마다 행복은 크기도 모양도 다릅니다.
저마다의 성향도 다르고 개성도 다르니까요.
같은 환경에서도 마음먹기에 따라 행복은
크게 느끼기도 하고 별것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보내고 마는 하루하루고 멈출 수도
되돌릴 수도 없는 삶이니까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할 일입니다.
환절기입니다.
힘들고 아픔도 많은 날들이었지만
심기일전을 하시어 건강관리 잘 하시고
아직 경험하지 못한 가장 행복한 추석명절 되세요.
9월에도 보내시는 날들이
날마다 좋은날 만남마다
좋은 인연되시기를 소망합니다.
2023년 9월에
도경원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