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와 함께 하는 달빛 감상
최 금 진
밤하늘엔 잘려나간 귀 하나가 걸려 있고
달빛을 물고 날아드는 환청을 그는 아파했을까
간지러워, 종일 호밀밭을 뜯어먹는
노란색을 누가 치워줬으면 좋겠어, 아버지는 당나귀,
사제관에서 노동하도록 서품을 받았지
자랑스런 태극기 앞에서 맹세를 하고 싶었는데
아버지, 저는 훌륭한 사람을 그릴 수가 없어요,
온 몸의 털을 세워 어둠을 터치하는 삼나무들만 눈에 보여요
그는 울었는지 몰라, 해바라기 위에 머무는 빛에 눈멀어
훔칠 수만 있었다면 무덤이라도 팠을 거야
모든 색의 혼합인 어둠, 속에 뜨는 별들
까페와 중절모와 붓꽃 위에 소용돌이치는 별들, 미친!
날아다니는 물고기와 비릿한 석양 그리고
한 곳을 맴도는 바람과 회중시계와 개미, 미친!
왜 어떤 이들은 나서 그런 것에 제 귀를 대어보는 걸까
생레미 요양원 위로 달은 다시 뜨고
달은 그의 접시안테나, 보청기, 투명한 비닐 백
그는 방부제 처리가 되어 어둠 속에 누워있다
잘려진 귀 한쪽이 공중에 떠다닌다
무심한 듯 혹은 아주 근심스럽게
어린 풀꽃들을 향해 귀를 기울이며 숨을 쉬고 있다
최금진
충북 단양군 매포읍 출생. 2001년 《창작과비평》 신인상에 시 당선.
시집 『새들의 역사』 『황금을 찾아서』 『사랑도 없이 개미귀신』, 산문집 『나무 위에 새긴 이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