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륙장으로 가는 차량안에서 오늘 구름 모양이 예쁘네. 이슬점 고도가 얼마네. 바람 방향이 남서풍이니 춘천방향으로 가야된다는 말들이 오고 간다. 저마다 한마디씩 거더니 안그래도 만원으로 복잡한 차량안은 야단법석이다.
이륙장은 약간의 긴장감과 부드러운 바람으로 썰레임이 가득하다. 올라 올 때는 그렇게 떠들었지만 누가 더미로 나갈지에는 조용하다. 항상 그렇치만 성격 급한 사람이 더미로 나갈꺼다. 더미의 비행을 보고 나가야지.
저마다 gps 계기와 기체를 점검하는 등 비행준비를 하는 중에 눈에 띄는 사람이 있다. 비행 후 클럽마당에서 밥이나 술을 먹으면서 그날 비행 경험담을 얘기할 때 쯤이면 약간 불편한 모습으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나는 사람. 오래간만에 이륙장에 올라와서 저 멀리 서울을 바라보며 상념에 잠기는 사람.
박태헌. 그리고 이름보다 우디라는 닉네임으로 더 불리는 김창섭.
나는 클럽에 들어온지 2년 넘도록 이들의 비행을 보지 못했다. 지금 몸이 불편한 상황이라 비행이 어렵다는 말만 들었다. 비행하는 사람에게 사고는 다반사고 병원 신세 한번 쯤 안져본 사람이 없기에 비행이 어려울 정도로 심각한 사고가 있었구나 라고만 생각했다. 직접 물어보기도 뭐해서
음료수인지 뭔지는 기억이 가물하지만 tv광고에 이덕화가 나와서 “청춘의 정열을 그대에게...”하는 광고가 있었다. 2001년에 개설한 우리 하늘산 카페 자료실에 있는 우디의 영상은 패러동영상이 아니라 하나의 예술작품이다. 태헌이는 텐덤으로 하루 20회이상 손님과 같이 글라이더를 타면서 패러를 호구지책으로 삼기도 했다. 아마도 공기의 무게도 잴 수 있을거고 산줄의 아픔도 느낄 수준일 것이다.
그렇다. 이들에게는 패러가 청춘의 정열이었고, 생업의 수단이었으며, 삶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하기 싫은 일을 해야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가 있다’라는 말이 있고 ‘성공한 인생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것이다’라는 말도 있다. 경제적인 이유이든 능력부족이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기가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다.
이들은 얼마나 패러가 하고 싶었기에 비행을 못 하면서도 클럽에 꼬박꼬박 나온다. 클럽에라도 와야만 타는 목마름의 갈증을 일부나마 잠시나마 해소할 수 있었기에 발걸음을 옮기지 않았을까? 하고 싶지만 할 수 없는 그 마음의 눈물과 지금 이런 처지가 되었던 그 순간을 머리속으로 가슴속으로 회환하며 몇날이나 밤을 지세우고 울음을 삼키지 않았겠는가?
비행 후 오늘 비행이 어땠느니 하는 후일담으로 클럽 앞 의자가 시끄러울 때 컨테이너 방에 들어와 슬며시 드러눕는 우디의 눈을 본 적이 있는가? 탠덤의 승객과 있었던 애피소드를 얘기하는 태헌이의 가슴속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계절의 여왕이라는 오월의 오늘. 그런 태헌이와 우디가 깊은 상념과 월동잠을 깨고 파일럿과 손님으로 탠덤을 했다. 바람도 좋다. 저녁 노을도 좋다. 글라이더를 타는 둘은 더 좋아 보인다. 겁이 난다고 하면서도 기억해 주는 몸이 있기에 핸들링은 부드럽다. 귀도 접고 서클링도 하고 스파이럴 할지말지 둘이서 옥신각신하기도 하고. 둘은 그렇게 하늘에서 둘만의 시간을 가졌다. 아마도 비행을 하지 못한 긴 시간동안 서로 말은 안 했지만 동병상련 이심전심 이었을 것이다.
파릇파릇한 착륙장 잔디위에 사뿐히 내리는 둘의 얼굴에 석양의 태양이 비춘다. 그저 바람이 좋았다라는 비행소감을 무심히 말하는 그 모습에 나만 괜히 감상적이었는지는 모른다.
저녁이 되니 착륙장 잔디 위에 모기라고 오해받는 깔따구들이 올라갔다 내려갔다 군무를 지어 날아다닌다. 짝짓기를 하기 위해 오름짓과 내림짓을 무한 반복한다. 저런 날개짓을 위해 유충으로 3년을 기다린 고통의 시간이 있었는 줄 어찌 알겠는가?
둘의 비행을 위한 고통의 시간이 이제는 끝났기를 석양에 조용히 부탁한다.
그렇다. 푸르런 오월 오늘 하늘에는 우디와 태헌이 있었다.
사진 속 저들은 무얼 바라보고 있는 걸까?
첫댓글 호일형님보다는 조금 부족하나 ㅋㅋ
대단한 필력 입니다
"바람의 무게와 산줄의 아픔도 느낄 수 있는 수준"은 어떤 경지일까? 어쩌면 모든 조종자들이 꿈꾸고 열망하는 이상향이 아닐까? 종수의 글이 너무 좋다. 다음의 연재가 기다려져. ^^
일케 감수성이 풍부한 문학중년이~~^^ 짱!!!!!!!!!!
형님, 아직 청년입니다.
쫑쑤짱
종수가 나에게 올려도 되냐고 톡으로 물어왔다.
나중에 읽어보고 문학과 나왔냐고 물었다.
이런글은 올려도 되냐고 묻지말고 빨리 올리라고 했다.
종수의 섬세한 터치와 감수성이 글에 녹아있어서 넘 좋았다.
끝부분 깔다구 3년의 비유는 혹시 글쟁이 아닌가 오해받을 수 있다.
나도 다음의 종수글이 기대된다.
오랜만에 명조체로 정성스레 씌여진 긴 글을 보니 반갑네요. 멋집니다. 송구스럽게도 제 이야그도 있어서 괜히 쑥스럽기도하네요. ㅎㅎ 비록 태헌이의 꼬드김에 넘어간 승객비행이었으나 참으로 션한 경험이었는데 게다가 이런 종수님 글을 보게되어 감지덕지~~
이렇게 하늘산 식구를 진심으로 헤아려주는 마음은~~감동 그자체~^^저도 많이 반성하겠습니다~~하늘산 멋진 님들~두고 두고 사랑하면서 인생 마무리 하렵니다~~앞으로 20년만~하늘산 화이삼!!!!!!!!!!!!!!
아~ 눈물 찔끔.....^^!
감동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