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활동계좌 5000만개
서민들에게 익숙한 ‘로또’. 지갑에 넣고 있으면
사나흘은 행복감을 주는 ‘1만원의 행복’이다.
대박을 꿈꾸지만 1등 당첨 확률은 무려 814만5060분의 1.
벼락맞을 확률보다 낮은 하늘의 별따기지만,
소소한 일상의 기쁨을 누가 말리겠는가.
바야흐로 투자의 시대다.
서점에는 재테크 관련 책들이 베스트 셀러를 차지하고 있다.
TV 재테크 프로그램도 넘쳐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도 가상화폐 투자로 돈을 벌었다고
당당하게 말할 정도다.
과거 투자는 ‘가진 자’의 몫이었다.
지금은 남녀노소·빈부를 가리지 않는다.
부동산 광풍이 대한민국을 휩쓸고 있다.
늦기 전에 내집을 마련하겠다는
‘영끌매수(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에다 프리미엄을 얹어 되팔려는
‘단타족’까지 가세해 아우성이다.
문재인정부 4년의 부동산정책 실패가 빚은 자화상이다.
26번의 부동산 대책은 백약이 무효다. 정부의 읍소·경고를 비웃듯
풍선효과는 지방으로 번지고 있다.
주식시장은 용광로다
. 지난 5일 주식거래 활동계좌가 사상 첫 5000만개를 넘어섰다.
경제활동인구가 287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다.
2007년 7월 1000만개던 계좌가 2000만개에 이르기까지 5년이 걸렸다.
그 속도가 가팔라졌다.
4000만개의 계좌가 5000만개를 돌파하는 데 5개월이면 충분했다.
포퓰리즘식 재정살포 등으로 인한 풍부한 유동성과 제로금리가 원인이다.
갈 곳을 찾지 못한 유동성이 부동산에서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었다.
증시 활황에 대어급 기업공개(IPO)도 한몫했다.
‘나만 투자에서 뒤처진 것 아닌가’라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는
고객예탁금을 70조원까지 끌어올렸다.
‘빚투 열풍’에 힘입은 서학개미, 동학개미, 주린이, 따상, 따상상 등 각종
신조어에 머리가 아플 정도다.
투자가 경제 관념을 재는 바로미터이자, 필수 경제활동이 된 지 오래다.
그렇더라도 가치에 베팅하는 ‘투자’가 아니라 다른 이들에 부화뇌동해
가격에 베팅하는 ‘투기’는 백전백패다.
상대적 박탈감의 대명사인 ‘벼락거지’도 모자라 주식 광풍이 한탕주의로
흘러 사회 갈등을 키울까 걱정이다.
김기동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