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항공우주국(NASA)에서조차 부러워하는 국내 기술이 있다. 세계 최초의 정지궤도 위성인 천리안 해양관측위성(GOCI)이다. NASA를 비롯해 해양 센서가 달린 다른 나라의 위성은 극궤도 위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남극과 북극을 중심으로 돌기 때문에 자국의 해양 환경을 하루에 1~2장만 찍을 수 있다.
이와 달리 천리안 위성은 24시간 일정 궤도에 머물러 있다. 낮 시간 동안 하루에 8장의 사진을 촬영할 수 있어 보다 정밀한 해양 관측 자료를 제공한다. 천리안 위성에서 찍은 사진은 곧바로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의 대형 스크린으로 전송된다. KIOST는 해당 스크린을 통해 국내 인접 바다를 관찰하고 있다.
해양 강국인 미국·중국·일본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KIOST를 이끄는 이는 홍기훈 원장이다. 경북 안동 출신의 홍 원장은 어렸을 적부터 물이 좋았다고 한다. 물에 대한 단순한 호기심이 그를 바다로 이끌었다. 1979년 한국과학기술원 해양연구소 위촉연구원을 시작으로 40년 가까운 세월을 바닷속만 들여다봤다. 바닷속 외길 인생을 살아온 홍 원장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KIOST 접견실에서 만나 국내 해양과학 기술의 현주소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물었다.
이미지 크게보기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원장은 국내 해양과학과 해양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정보통신기술(ICT)과 지능정보기술을 해양과학기술에 접목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준호 영상미디어 기자
―작년에 건조한 이사부호는 어떤 배인가.
“6년간에 걸쳐 ‘이사부호(號)’를 성공적으로 건조해 2016년 11월에 취항식을 치렀다. 건조 과정에서 조선소의 예상치 못한 여건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건조사업단, 인수사업단, 연구소 운항실 모두의 노력으로 훌륭하게 완공했다. 이사부호는 대양에 떠다니는 해양연구소다. 길이 약 100m, 무게 약 6000t에 달하는 글로벌급 이사부호의 취항으로 한국은 ‘대양탐사시대’를 열게 됐다.”
―‘이사부호’는 어떤 연구를 진행하나.
“올해 이사부호는 북서태평양에서 쿠로시오 해류와 기후 변화 연구, 태풍-해양 상호작용 연구에 투입된다. 인도양에 진출해 특이 해양생물의 보고로 알려진 심해 열수분출공을 탐사하고 대양의 생지화학(生地化學)적 과정에 대한 연구를 수행할 예정이다. 장기적으로는 전 대양 탐사연구를 통해 지구작동원리를 규명하고 기후 변화를 정확히 예측해 국민 생활 안전에 기여함은 물론 새로운 해양자원 탐사를 통해 신산업소재를 확보할 예정이다.”
―최근 4차 산업혁명이 큰 화두다. 해양 관련 첨단기술로는 어떤 게 있나.
“우리 원에서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드론, 로봇, 클라우드 컴퓨팅, 인공지능(AI), 바이오·나노테크 등의 첨단기술과 해양과학기술과의 융합을 꾸준히 추진해 오고 있다. 해양 정보기술(IT) 산업의 활성화 및 신성장 동력 발굴을 위해 해상풍력단지의 효율적인 공간 활용 및 관리 기법의 도입, 5세대 이동통신 표준 기반 전 해상 통신 네트워크 구축, 이머징 해양 병원체 국가 관측 시스템 구축, 해양 스마트 시티, 위성센터 지상국 관측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 물리·화학·생물·지질 등을 연구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이사부호 취항식에 참석한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 및 주요 인사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첨단기술을 활용한 예를 구체적으로 든다면.
“해양 빅데이터의 경우 현재 국내 주변 해역의 바람·기온·수온·조류·파랑을 예측해주는 해양 수치 모형을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산업체 배출 온배수의 이동 확산 범위와 해상 작업 일시의 안정적 선택을 통해 경제적 이익을 볼 수 있다. 해양 드론 활용을 위해 공중 비행과 수중 잠항이 동시에 가능한 수공 양용 드론을 개발 중에 있다. 개발될 드론은 고속 공중 비행을 통해 지상에서 목표 해역으로 빠르게 이동한 뒤 신속하게 수중 환경에 대한 탐지·센싱·영상촬영 등의 작업을 수행할 예정이다. 해양 사물인터넷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연결성을 제공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통영해상과학기지에서 음향적조센서를 설치하고 수온과 같은 해면이나 해수 색깔, 해면 상태, 물고기 상태 등의 수중 상황을 CCTV로 중계하고 있다. 또한 바람·기온·기압·일사량·일사분광스펙트럼 등을 감지하는 무인 기상 관측 장치를 바다로 나가는 5척의 연구 선단에 부착, 이들 장비에서 감지하는 해양-기상자료와 특별 관찰, 시료 채취 활동을 본부로 전송하고 있다.”
해양과학과 해양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먼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정보통신기술, 지능정보기술을 해양과학기술에 접목해 해양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홍기훈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원장
―수산물 소비가 늘면서 양식업이 각광받고 있다. 국내 수산업 발전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하나.
“1980년대 이후 바다 목장화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한 경험을 갖고 있다. 지금도 통영에 양식장을 유지하고 있으며 종자 보존과 지속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시험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올해는 수산 증양식기술과 다양한 해양 시설물 설치 간의 시너지 효과를 얻고 나아가 과학적인 환경관리기술을 접목시키기 위해 AI 기반 양식장 해역 환경관리 시스템 개발’ 과제를 지원하고 있다. 또한 수산물 안전성 담보의 측면에서 병원체 관리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 원에선 해류나 선박평형수 등을 통해 유입되는 병원체 감시 기술을 개발해 관련 기술의 실용화를 위한 지원도 병행하고 있다.”
―국내 해양과학과 산업이 경쟁력을 가지려면.
“해양과학과 해양 산업의 경쟁력 제고를 위해선 먼저 4차 산업혁명을 이끌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지능정보기술을 해양과학기술에 접목해 해양 신산업을 창출해야 한다. AI 기반 해양 개발 수중건설로봇을 개발해 해양 플랜트, 해상 풍력 설비와 같은 해양 구조물을 더욱 안전하게 건설하고, ICT 기술을 융합한 해양 드론 등의 로봇을 개발해 해양 생태조사, 해양 시설 안전 점검 등에 활용해야 한다. 강화되는 국제 규제를 기회 삼아 시장 선점을 위한 노력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다. 주변 해역 실시간 모니터링과 종합해양과학기지의 체류형 연구 수행을 통해 해양 주권을 강화해야 함은 물론 산·학·연이 함께 참여하는 대양 연구도 활성화해야 한다.”
Plus Point
해양과학기술원의 성과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은 1973년 10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부설로 설립됐다. 해양에 대한 새로운 과학 지식을 탐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현재 6개의 연구본부와 3개의 연구소, 미국·영국·중국·페루에 위치한 4개의 해외 기지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지 크게보기2016년 11월 2일 오후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취항식을 가진 국내 최초 5000t급 대형 해양과학조사선‘ 이사부호’의 모습. 최대 60명 (선원 22명·연구원 38명)이 승선할 수 있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지난해 취항한 이사부호를 비롯, 온누리호, 이어도호, 장목1호·2호를 보유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천리안 해양관측위성 2호기를 쏘아올릴 예정이다.
KIOST는 바다를 과학적으로 관찰해 해양 이용도를 높이는 지적 인프라를 개발하고 있다. 고급생물·광물·에너지 자원을 획득하는 첨단 과학기술 지식을 창출하고 있으며, 항만·해안 경관을 포함한 해안 인프라도 미래지향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2016년 육상 폐기물의 해양 투기를 전면 금지하도록 기술 및 정책 대안을 마련한 곳이 바로 KIOST다. 기존 양식장에서 사용하던 스티로폼 뜰개를 친환경물질로 바꾸는 정부 정책도 마련했다. 해양에 유입된 플라스틱은 풍화돼 마이크로미터 또는 나노미터 크기로 잘게 쪼개져 플랑크톤의 체내에 축적된다. KIOST는 이러한 미세플라스틱의 해양 오염 현상을 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