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일기-2022 참 아름다워라, 봄소식
완연했다.
2022년 2월 13일 일요일의 일로, 우리들 ‘햇비농원’ 그 텃밭에 찾아든 봄소식이 그랬다.
한겨울 언 땅이 녹아 있었고, 뜰의 매실나무에는 봉긋하게 움이 트고 있었다.
혹 봄 농사지을 일이 있을까 싶어서, 나와 아내가 적을 두고 다니는 대한예수교장로회 우리들 서울시민교회 2부 예배를 드리고 난 뒤에, 곧바로 텃밭으로 내달렸었다.
우리들 텃밭에 유달리 관심이 많은 김옥련 여사도 흔쾌한 마음으로 동행이 되겠다고 따라 나섰다.
그렇게 찾아간 그 텃밭에 봄소식이 완연했던 것이다.
“뭐 하려고요?”
딱히 당장에 농사지을 일은 없다 싶은데, 아내와 김 여사가 막옷으로 갈아입고 있기에, 내 그리 물어봤다.
“냉이 좀 캘까 싶어서요.”
아내의 답이 그랬다.
우리 텃밭에 찾아든 또 하나 봄소식이었다.
봄소식은 또 있었다.
우리 문경중학교 7회 동문으로 나보다는 6년이나 선배 되시는 채대진 형님의 얼굴에 봄소식이 담겨 있었다.
아내와 김 여사가 텃밭에서 냉이를 캐고 있을 때, 나는 전지가위를 들고 하늘로 쭉쭉 뻗어 오른 매실나무 가지치기를 하는 것으로 그나마 봄 농사를 좀 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은 딴 곳으로 떠나 있었다.
바로 고향 친구들 얼굴이었다.
그 얼굴들을 하나하나 떠올리다 보니, 농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친구들이 있는 시내로 달려가고 싶었다.
아내가 내 그 눈치를 챘다.
“만촌네 연락 좀 하세요. 모처럼 점촌으로 가서 저녁이나 좀 먹고 오게요.”
아내가 먼저 그렇게 말을 꺼냈다.
얼씨구, 좋다 싶었다.
그러잖아도 내가 그러자고 할 판이었는데, 아내가 먼저 제안을 하고 나서니, 부담 없이 친구들 만날 명분까지 생기게 된 것이다.
“이왕 가는 김에 좀 일찍 갑시다. 저녁 전에 이발이나 좀 하게요.”
내 그렇게 말을 하면서 채비를 서둘렀다.
아내와 김 여사는 시내 커피점에서 잠시 쉬게 하고, 그 사이에 나는 내 국민 학교 동기동창인 최연호 친구가 반세기 세월을 운영하고 있는 시내 ‘통일이용소’를 찾았다.
바로 거기서 이발하러 오신 채대진 형님을 우연히 만나게 된 것이었다.
반겨주는 그 얼굴에서, 내 읽은 것이 있었다.
바로 봄소식이었다.
봄꽃 핀 듯 너무나 화사하게 웃어 반겨주시는 얼굴이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