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모비 딕의 피쿼드(Pequod) 호에서 맞이한
송고영신(送故迎新)
(부제 : 이것은 정말 사람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19세기 전후, 값비싼 고래기름(경뇌유)을
채취하기 위한 고래잡이가 성행하였다.
고래잡이배에는 보통 3개의 돛대 꼭대기 위에서
눈 밝은 망꾼 3명이 고래를 발견하기 위해
각각의 방향에서 망망대해의 먼바다를
몇 날 며칠을 계속해서 살핀다.
먼저 고래를 발견하는 망꾼에게는
선장으로부터 두둑한 상금도 내려진다.
하지만 시간이 가고 날이 지나도
좀처럼 고래의 모습은 보이질 않는다.
그러다가 운 좋게 고래를 발견하면 망꾼은
파도가 놀라 무너질듯한 큰소리로 계속 외친다.
“고래가 물을 뿜는다. 고래가 물을 뿜는다.
고래가 물을 뿜는다.”고 외친다
망꾼의 외침 소리가 들리면
본선은 고래가 있는 곳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린다.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 근처에 다가가,
본선에 매달려 있는 보트 4척을 내린다.
각각의 보트에 보트장(Boat長)을 포함한 4명이
보트에 올라 악다구니하면서 죽을 힘을 다해
고래를 향해 빠른 속도로 노를 젓는다.
고래에 가까이 다가가서는 즉시 창이나 작살을 던진다.
그것이 운 좋게도 명중하게 되면 작살잡이들은
고래가 죽을 때까지 창이나 작살에 연결된 줄을
힘겹게 당겼다, 풀었다 하면서 고래와 사투를 벌인다.
이때 줄에 엉켜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윽고 고래가 생명을 다하면
본선이 서서히 고래 쪽으로 다가가 거대한 고래를
도르래로 고물의 갑판으로 끌어올린다.
그리고 머리를 커다란 톱으로 자른 다음,
긴 자루가 달린 특수 제작한 대형 국자로
고래기름을 퍼낸다.
이 작업 중에 허리를 너무 굽힌 나머지,
미끌미끌한 고래고기에 넘어져
균형을 잡지 못하고 고래 머리 안으로 빠져
죽는 불행한 사태도 발생하기도 한다.
이는 바다에 빠져 죽는 것이 아니라
고래기름에 빠져 죽는 기괴한 사건으로
포경선의 역사에 기록된다.
고래 머리에서 퍼낸 기름은
커다란 가마솥에서 끓인 후 냉각시킨다.
식은 기름을 6배럴들이 나무통에 넣고
망치질을 하여 테두리를 박은 후,선창을 통해
갑판 아래의 바닥 창고에 입고시킨다.
마지막으로 청소가 시작된다.
래를 태운 찌꺼기에서 나온 강력한 알칼리성 잿물로
뱃전에 달라붙은 고래의 끈적끈적한 물질을 없애고,
물과 걸레로 갑판과 삭구(索具)를 청소한다.
모든 선원이 공들인 이 거대한 작업이 마침내 끝나고,
선원들은 선실로 내려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기 몸을 씻는다.
이 모든 작업을 끝내는 데 필요한 시간은
96시간 즉 4일이 걸린다.
허먼 멜빌(Herman Melville)은
그의 명작 '백경(모비 딕 Moby Dick)'에서
고래잡이 절차를 상세히 설명함과 동시에,
이와 관련해 작품 속의 작가인 동시에
주인공일 수도 있는 이슈메일을 통해
인생의 의미를 이렇게 노래한다.
“그리고 새 작업복을 갈아입고
마지막 목 단추를 막 채우고 있을 때
‘고래가 물을 뿜는다!’ 라는 돛대 위 망꾼의
갑작스러운 외침 소리가 들리면 가엾은 선원들은
깜짝 놀라 당장 또 다른 고래와 싸우러 달려나가서,
진저리나는 그 일을 처음부터 되풀이할 때가 많다.
오! 친구들이여. 이것은 정말 사람 죽이는 일이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인생이다.
영혼의 임시 거처인 육신을 깨끗이 유지하면서
사는 법을 익히자마자 ‘고래가 물을 뿜는다!’라는
외침 소리에 영혼은 분출되고
우리는 또 다른 세계와 싸우러 달려가,
젊은 인생의 판에 박힌 일을 처음부터 되풀이 한다.
(이하 생략).”
시간이 지나고 세월이 흘러도
21C의 삶을 영위하는 우리 시대의 인생 또한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 나오는
선원들의 고래잡이 인생처럼 예나 지금이나
고행의 길을 걷는 것은 마찬가지가 아닐까?
오른쪽 어깨 위에 얹힌
삶의 짐 하나를 내려놓았다 싶으면
어느새 자신도 모르게 왼쪽 어깨 위에 놓여있는
또 다른 짐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이렇듯 언제나 힘겨운 삶의 짐을 지고
인생의 오솔길을 쉼 없이 걸어가야 하는 것이다.
그 길을 걷고 걷다가 정신 차려보면
여전히 그 길을 걸어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그러나 계속 그 길을 수밖에.
어쩌면 이것이 바로 인생이 아닐까.
인생은 참으로 이해하기 힘든 수수께끼인 것 같다.
마거릿 미첼의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의
마지막 문장에서 주인공 스칼렛 오하라가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뜬다.
Tomorrow is another day.”
라고 험한 인생을 노래했듯이,
다가오는 새해에도 예외 없이 태양은
온 누리의 각 가정 거실마다 빛을 뿌릴 것이다.
누구나 내일은 오늘보다, 미래는 현재보다 삶이
좀 더 행복하고 만사형통 하기를 바라면서
귀한 손님을 맞이하듯 그 태양을 반길 것이다.
하지만, ‘모비 딕’의 피쿼드호를 탄 선원들이
고래가 나타나면 또다시 고래를 잡으려,
어제와 같이 죽을 고생을 해야 하는 것처럼
인간의 쳇바퀴 인생은 계속 이어진다.
허먼 멜빌이 고래잡이 선원의 삶을 노래했듯이,
새해의 태양이 빛을 밝혀도
‘나 자신’이라는 세상의 모양새는
지금과 크게 변하지 않을지 모른다.
슬픈 일이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찾을 수밖에!
- 좋은글 감사합니다.
이미지 : 사춘당
첫댓글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