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희는 거울앞에 섰다
거울안의 자신을 가만히 바라본지
한참이 지났다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에 둥둥 떠다닌다
약하고 그저 바람이 불면 부는대로
흔들거리던..눈물밖에 흘릴줄 모르던
바보같던 지난날의 자기가 거울속에
갇혀있다
정희는 크게 숨을 내몰아쉬곤 붉은빛이
진하게 물든 가발을 꺼내 머리에 뒤집어 썼다
그리곤 기초 메이컵을 바르고 속눈썹을
붙이고 정성들여 마스카라를 바르고 펄이
들어간 눈라인을 그려넣었다
마지막으로 다크로즈라는 립스틱을
정성들여 발랐다
모든 화장이 끝나고 거울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단 한번도 마주친적 없는 낯선 여자가
자신과 같은 호흡을 내쉬며 거울속에서
정희를 바라보고 있다
정희는 가만히 한손을 들어 거울에
손바닥을 대보았다.
거울의 차가운 유리면이 손바닥을 타고
뇌속까지 전해져온다
"넌..이제 다시 태어날거야
독해질거고 아픔따위는 단어조차도
잊어버릴거야
과거의 너 따위는 돌아보지마
너는....강해지는게 아니라 악해질거니까."
동수는 아까 실장을 찾았을때 정희가 건네준
쪽지를 한쪽 주머니에 넣고 꾸깃꾸깃 계속
꾸깃거리면서 쪽지에 씌여있는 장소에
10분 늦게 들어섰다
이곳은 예전 동수가 고시생일때 자주찾던
후미진곳의 커피전문점이다
주인장이 자선사업하는 느낌으로 가난한
고시생들에게 잠시라도 쉬어가라고 내준
장소나 다름없는 곳.
다시는 오지않으리라 다짐했던 그곳에
초대받아오니 기분이 별로다
동수는 들어서 찬찬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멍하니 이곳에 앉아있기 싫어서 일부러
늦게왔는데 정희는 아직이다
신경질이 슬금슬금 기어오른다
자리에 앉으려 하다가 동수는 창가쪽에
이곳과 전혀 어울리지않는 한여자를 발견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야한듯 야하지않는
마치 커다란 붉은 장미를 보고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사람이다
그녀가 창에 두었던 시선을 돌려 자신을
바라본다
낯이 익은듯 하다
하지만 저런 여자는 자기 주위에 없다
그녀가 자신을 보고 살짝 미소한다
야릇한 느낌이 온몸을 휘감고 지난다
동수는 그녀의 호감적인 신호가
기분 나쁘지않지만 때가 때인만큼
자중하며 자리에 앉았다
근데 그녀가 자리에서 일어서 다가온다
"늦었네?"
동수는 그녀의 말에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난 창가쪽이 좋아"
"저기..뭔가 착각을.."
동수는 순간 헉 하고 정전된 방안 불이 팟하고
들어오는것처럼 번쩍 했다
"조정희?"
정희가 비웃듯이 웃는다
"누구 다른사람 또 여기서 만나기로 한거야?"
멍해있는 동수에게서 정희가 등을 돌린다
"창가쪽으로 와! 난 거기가 좋으니까"
정희의 굽높은 하이힐소리가 낡은
시멘바닥위를 또각거리며 자리로 돌아간다
동수는 뭐에 홀린듯 그녀를 따라 그녀가
잡아놓은 자리에 가 앉았다
"뭐야? 엄청 새로운데?
오늘 날보자고 한 이유가 날 유혹해보겠단
속셈인거야?"
정희가 붉은색 빛이 도는 음료를 한모금 마시며
씩 웃는다
"한번만 더 헛소리로 내 시간을 뺏으려든다면
가만두지 않겠어"
동수는 정희의 어투에 놀라 순간 멈칫했다
정희가 가방에서 서류뭉치를 꺼내 동수앞에
툭 내던진다
동수의 시선이 서류에 잠깐 머물다
정희를 바라본다
"네가 수고스럽게 조사한대로
난 빚이 많아.게다가 또 필요한 판이야
그걸 네가 다 해줘야겠어"
동수의 인상이 찡그려진다
"뭐? 너 돌았어?"
정희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은다
"아니 멀쩡해! "
동수가 신경질적으로 서류를 집어
들여다 본다
그리곤 심하게 일그러진 표정으로
정희를 바라본다
"네가 미치지 않고서야.."
정희는 여유있게 다시 쥬스로 입술을
적시고 내려놓는다
"3년 너를위해 의식주는 물론이고
성적욕구도 풀어줬잖아"
정희가 동수를 바라본다
"본전치기만 하기엔 정신적인 부분이 없으면
서운한것 같아서 청구했을뿐이야"
동수가 서류를 손에 꽉 쥐어 구겨버린다
"2억이 뉘집 개이름이야?"
"2억이면 양호한거지 뭘 그래?"
동수가 종이를 발기발기 찢어 정희의 얼굴에
뿌리듯 내던진다
"미친!"
정희는 그저 가만히 멈춰있는듯 하다
씩 웃는다
"다 주워!"
"뭐?"
정희가 입고리만 살짝 올린체 동수를 바라본다
"다 집어! 후회하기 싫으면"
동수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그렇게 중요한거면 네가 직접해!"
"이동수..더 말하지 않겠어 다 주워"
동수가 피식 웃는다
"하고 싶으면 니가 하시라구요~!"
정희가 자리에서 일어서 동수를 마주보고선다
"잊었어? 너랑 내가 어떤사이였는지?
아님..지금 막 거머쥔 일자리가
무의미한가부지?
그도 아님 내가 입을 다물거란 확신이
있으신가?"
동수의 입이 앙 다물어진다
정희가 그의 코앞에 다가와 선다
"하석주가 네 뱀의혓바닥과 서류를 믿을까?"
정희가 동수의 넥타이를 바로잡아 주곤
동수를 올려다보며 씩웃는다
"내 악어눈물을 더 믿지않을까?"
동수는 정희의 지금 모습이 그녀의 낯선
겉모습보다 더 낯설게 다가온다
"너..도데체..."
정희가 얼어있는 동수의 목을 감싸안고
그의 귀쪽에 입술을 가까이 가져다대곤
나즈막한 속삭임을 귀속으로 밀어넣는다
"이제부터 시작이니 벌써부터
너무 얼빠지진 마~
서류는 주워서 테이핑처리해서
낼모레 회사 들어올때 책상위에 놓아둬
돈도 낼모레까지 준비해서 서류에 써있는
계좌로 이체완료시켜놔"
정희가 동수에게서 떨어지며 가방을
집어든다
"먼저 갈게~ 일처리는 깔끔히 부탁해"
정희가 문쪽으로 걸어나가려 할때
동수가 움직였다
"너! 네가 지금 무슨짓을 하는건지
무슨말을 하는건지 알고는 있는거야?"
정희가 천천히 돌아본다
"어디서 순 저급한것들이나 하는짓만
배워가지고. 하긴 그 집안에 그 딸년이지
다른게 뭐있겠어!!"
정희가 가만히 동수를 바라본다
"먹다 버려질 쓰레기주제에
어디서 함부로 날뛰어!!
한번 버림받은걸로 부족한가봐?"
정희는 눈을 감았다
<다시는 상처받지 않을거고..휘둘리지 않으리라>
"쓰레기 같은것...!"
정희는 눈을 뜨고 동수를 바라보고 웃었다
"다 떠들었으면 시키는대로
종이 주워 잘 붙여서 시키는대로
다 해서 도장받으러와!
더는 시간없어서 네 재롱 못 받아줄듯하니..!"
카페 게시글
로맨스 소설 2.
[연재]
부셔버려라!(21)
타오엔
추천 3
조회 382
15.01.26 20:52
댓글 8
다음검색
첫댓글 이제 정희의 반격이 시작되는거네요
누가 사랑했던 연인이라 말하겠어요
재력이라는게 사람참 없어보이게 만들어요 동수가 된맛을 톡톡히 봐야겠죠
작가님 보고싶었어요 ^^
감기 뚝~하고 온겁니까?
이른감이 없잖아 있지만 잔차타고 가는길목에 작은연못이있거든요
버드나무가지가지에 물이올라 가지들이 연노란색을 띄더라구요
봄손님이 저기멀리서 오고있나봐요
그때 동수가 커피전문점으로 불러내지만 않았어도 정희가 이렇게까지 않했을지도 모를일이죠.ㅋ
딴에 박음질 제대로 하려다 터진격 ㅎㅎ
감기군은 절 사랑하는것 같아요
걍 러브러브하면서 지내려구요ㅋ
진짜 님의 말씀처럼 봄님이 빨리 얼렁 왔음 좋겠어요
옷도 너무 무겁고 사람을 자꾸 칩거하게 만들어서리 ㅎ
저 또한 님을 보니 넘 좋아요~~♡
오~ 정희 멋져부려!!!!!
아자~~!! 계속 고고~~ ㅎㅎ
정희의 화려한 복수가 기다려지네요.ㅋㄷ
저또한 화려해지길 바래보아요 ㅎㅎ 어제는 좀 따스하더니 다시 추워졌어요ㅜㅜ
정희가 쎄게 나가는건 좋은데.. 저런 버러지랑은 그냥 상대를 안하는게 좋은데... 정희도 많이 상처 받을꺼예요~물론 석주도요~
그러게요 상대안하는게 정말 맞는답인데 사람이라는게 한번 독한맘을 먹은이상 끝을 치닷게 되는법이라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