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제파악 김용태 신부
“나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니신 분이 내 뒤에 오신다. 나는 몸을 굽혀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 드릴 자격조차 없다. …그분께서는 너희에게 성령으로 세례를 주실 것이다.”
“진짜 스스로를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생각하는 건가?” 각종 선거 때 후보자들의 유세 내용을 듣다보면 드는 생각입니다. 그러고 보면 ‘주제파악’ 하기 참 어려운 세상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부풀리고 덧붙이면서 자신을 그럴싸하게 드러내야 하는 세상이고 이제는 스스로도 자신의 실제 모습을 모르고 살아가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잘 알아야만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뭔지 정확히 알게 되고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내가 서 있어야 할 자리 그리고 내가 걸어가야 할 길도 잘 볼 수 있습니다.
세례자 요한은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기에 자신이 서 있어야 할 위치와 해야 할 일들을 정확하게 수행해낼 수 있었습니다. 사실 세례자 요한은 사람들이 그리스도나 엘리야로 생각할 정도로 대단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철저하게 자신을 낮추며 예수님을 드러내보일 수 있었을까요? 그것은, 나 자신이 아니라 하느님을 바라보는 자기성찰 때문입니다. 하느님을 바라볼 때 비로소 진정한 내 모습이 보이는 것입니다. 세례자 요한은 철저한 자기성찰을 통해서 하느님을 보았고 자신을 알았고 그래서 오시기로 한 분을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 세례자 요한이 위대한 이유는 주님보다 자신이 작다는 사실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그 작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에 최선을 다했기 때문입니다. ‘주제파악’ 이란 함부로 나서지 않기 위해서가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할 일을 다하기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