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갑자기 불 병거가 나타나더니, 엘리야가 하늘로 올라갔다.>
▥ 열왕기 하권의 말씀입니다.2,1.6-14
1 주님께서 엘리야를 회오리바람에 실어 하늘로 들어 올리실 때였다.
엘리야와 엘리사가 길갈을 떠나 걷다가, 예리코에 도착하자
6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말하였다.
“너는 여기 남아 있어라. 주님께서 나를 요르단 강으로 보내셨기 때문이다.”
그러나 엘리사는 “주님께서 살아 계시고 스승님께서 살아 계시는 한,
저는 결코 스승님을 떠나지 않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그래서 그 두 사람은 함께 떠났다.
7 예언자들의 무리 가운데 쉰 명이 그들을 따라갔다.
두 사람이 요르단 강 가에 멈추어 서자, 그들도 멀찍이 떨어져 멈추어 섰다.
8 엘리야가 겉옷을 들어 말아 가지고 물을 치니, 물이 이쪽저쪽으로 갈라졌다.
그리하여 그 두 사람은 마른땅을 밟고 강을 건넜다.
9 강을 건넌 다음 엘리야가 엘리사에게 물었다.
“주님께서 나를 너에게서 데려가시기 전에,
내가 너에게 해 주어야 할 것을 청하여라.”
그러자 엘리사가 말하였다.
“스승님 영의 두 몫을 받게 해 주십시오.”
10 엘리야가 말하였다. “너는 어려운 청을 하는구나.
주님께서 나를 데려가시는 것을 네가 보면 그대로 되겠지만,
보지 못하면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11 그들이 이야기를 하면서 계속 걸어가는데,
갑자기 불 병거와 불 말이 나타나서 그 두 사람을 갈라놓았다.
그러자 엘리야가 회오리바람에 실려 하늘로 올라갔다.
12 엘리사는 그 광경을 보면서 외쳤다.
“나의 아버지, 나의 아버지! 이스라엘의 병거이시며 기병이시여!”
엘리사는 엘리야가 더 이상 보이지 않자,
자기 옷을 움켜쥐고 두 조각으로 찢었다.
13 엘리사는 엘리야에게서 떨어진 겉옷을 집어 들고 되돌아와 요르단 강 가에 섰다.
14 그는 엘리야에게서 떨어진 겉옷을 잡고 강물을 치면서,
“주 엘리야의 하느님께서는 어디에 계신가?” 하고 말하였다.
엘리사가 물을 치니 물이 이쪽저쪽으로 갈라졌다.
이렇게 엘리사가 강을 건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하느님, 감사합니다.
복음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 마태오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6,1-6.16-18
그때에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1 “너희는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그들 앞에서 의로운 일을 하지 않도록 조심하여라.
그러지 않으면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에게서 상을 받지 못한다.
2 그러므로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3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여라.
4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5 너희는 기도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회당과 한길 모퉁이에 서서 기도하기를 좋아한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6 너는 기도할 때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16 너희는 단식할 때에 위선자들처럼 침통한 표정을 짓지 마라.
그들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려고 얼굴을 찌푸린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기들이 받을 상을 이미 받았다.
17 너는 단식할 때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18 그리하여 네가 단식한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요한복음에서 심금을 울리는 말씀이 있는데 그 중에 요한복음 8장 32절의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할 것이다.”가 있습니다. 며칠 전에 강의를 들으면서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전제조건이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 전제 조건은 이렇습니다. “너희가 내 말 안에 머무르면 참으로 나의 제자가 된다. 그러면 너희가 진리를 깨닫게 된다.” 그렇습니다. 진리를 알기 위해서는 주님의 말씀을 가까이 해야 합니다. 그 말씀에 머물면 예수님의 제자가 되고, 비로소 진리를 알게 되는 겁니다.
그때 아는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겁니다. 진리에 이르는 길은 많습니다. 자명한 수학적인 진리도 있고, 존재의 근거를 알려주는 철학적인 진리도 있고, 현대사회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자본과 물질의 진리도 있습니다. 수학적인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철학적인 진리도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경제적인 진리도 우리를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러시아의 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황제의 권위에 대항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진보적인 지식인이었던 그는 감시의 그물에 걸려 사형선고를 받았습니다. 사형 집행일에 그는 성당의 십자가를 보았습니다. 이렇게 삶이 끝난다는 생각에 주님께 기도하였습니다. 기도를 마치자 황제의 명령이라면서 사형집행이 취소되었습니다. 그는 시베리아에서 10년 동안 유배를 갔습니다. 추운 시베리아에서 10년을 보낼 수 있었던 힘은 성경 말씀이었습니다. 그는 성경을 읽고, 또 읽었습니다.
유배가 끝나 자유인이 되었던 그는 성경 말씀이 녹아있는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유명한 ‘죄와 벌,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 있습니다. 러시아가 공산주의가 되면서 성경이 금서로 되었을 때, 그의 작품은 읽을 수 있었습니다. 러시아의 지성들은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솔제니친이 감옥에서 위로를 받았던 것도, 극한의 고독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이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말씀의 힘이고, 이 말씀이 진리이며, 이 진리가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입니다.
한국의 초대교회가 극한의 순교와 박해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말씀’의 힘이었습니다. 주문모 신부님이 1801년 순교한 후, 한국교회는 파리외방 전교회의 사제들이 올 때까지, 30년간 목자 없는 교회로 있었습니다. 사제가 없이, 미사가 없이 한국교회가 30년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성경직해’라는 성경말씀입니다. 교우들은 말씀을 읽고, 묵상하면서 시련을 이겨낼 수 있는 용기를 청하였습니다. 교회의 위기는 박해가 심해서가 아닙니다. 교회의 위기는 조직이 무너져서도 아닙니다.
교회의 위기는 자본주의와 물질의 파도 때문이 아닙니다. 교회의 위기는 우리가 말씀에 머물지 않기 때문입니다. 말씀이 살아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국교회는 지난 1990년도에 ‘2000년대 복음화’를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사목지침으로 정하였습니다. 김수환 추기경님은 2000년대 교회가 나아갈 방향은 ‘말씀’이라고 하였습니다. 그 주된 내용은 ‘복음나누기 7단계’였습니다. 처음에는 익숙하지 않아서 어려움이 있었지만 30년이 지난 지금, 복음나누기는 미국의 댈러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성당에서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 성부와 성자와 성령의 이름으로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