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의 인자라는 호칭은?
'인자'(uiJo" tou ojnqrwpou)라는 말은 예수께서 자신을 가리켜 즐겨 사용하셨던 칭호이다.
이 말은 마태복음에 32회, 마가복음에 14회, 누가복음에 26회, 요한복음에 12회, 사도행전에 7회, 히브리서에 1회 그리고 요한 계시록에 2회 도합 신약에서는 94회가 나온다.
요12:34, 행7:56, 히2:6, 계1:13, 14:14을 제외하고는 언제나 이 용어는 그리스도 자신에 의해서 사용되어졌다. 예수께서는 왜 '인자'라는 칭호를 즐겨 쓰시기 좋아하셨을까?
그 이유와 목적은 무엇인가? 여러 가지 사실들을 종합해 보건대 예수께서 '인자'라는 칭호를 즐겨 쓰시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특별한 의미가 숨겨져 있다.
1. 그리스도의 성육신
1) 하늘에서 내려온 자
"하늘에서 내려온 자 곧 인자외에는 하늘에 올라간 자가 없느니라" (요 3:13:)
요3:13은 예수께서 본래 하늘에 계셨던 자라는 것을 밝혀 준다. 이는 그리스도 예수의 신적(神的) 선재(pre-existence)를 말해 주는 동시에 성육신 사건을 가리키기도 한다. 칼 바르트(K.Barth 1886-1968)는 이를 '수직적으로 일어나 기적'이라고 하였다.
박윤선은 요1:14을 로고스(logo")께서 육(몸과 영혼)으로 '변화하였다'는 의미가 아니고, 육(몸과 영혼)을 '취하셨다'는 의미라고 설명한다. 그러므로 그는 육을 취하셨으나 하나님 그대로 오셨고, 죄 있는 육신의 모양으로 오셨으나 실상 죄는 없으셨다. 그러나 죄가 없으신 분인 그는 우리를 살리시기 위하여 친히 자신의 몸에 모든 죄를 담당하고 짊어지셨다(요1:29).
2) 참사람
'인자'는 헬라어로 oJ uiJo" tou ojnqrwpou 인데 말 그대로 '사람의 아들(son of man)을 가리킨다.
예수는 그 많은 칭호 가운데 무엇보다도 자기 스스로 '사람'이란 칭호를 쓰는 것을 좋아하셨다(요8:40). 이것은 인간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의 자기 동일시를 보여주며 특히 그리스도의 중보사역과 매우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요1:51은 하늘과 땅을 이어주고 있는 중보자 되신 인자의 모습을 보여 준다.
원시적인 묵시문학 사상에 의하면 인자는 천적(天的)인 존재로서 마지막날 하늘로부터 내려와 하늘과 땅 사이의 교통을 가능케 만들어 준다. 요한은 인자 되신 예수안에서 하늘과 땅, 하나님과 인간의 단순한 종말론적인 접촉만이 아닌 영원한 접촉을 보고 있다.
2. 예수의 메시아되심
1) 다니엘이 본 이상(異像)
다니엘이 이상 중에 본 '인자 같은 이'(단7:13)는 과연 누구인가에 대해서는 학자들 사이에 의견이 분분하나 일반적으로 해석이 세 갈래로 나뉘고 있다.
① 메시아 개인을 가리키며, 따라서 예수그리스도를 의미한다는 설. 이 설을 가리켜 유대인들과 기독교인들의 가장 고전적 해석이라고 부르고 있다.
② 상징적으로 이스라엘백성을 의미한다는 설. 이 해석은 오늘나라자유주의 학자들이 취하고 있다. 모빙켈(Mowinckel)이 그들 중 대표적인 학자이다.
③ 신화적 해석. 이 해석은 다니엘서의 배후에'인자'라는 인물의 근원이 되는 신화가 있었다는 설인데 '인자'란 칭호는 백성에 대한집합명사가 아니고 개인을 가리킨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는 단7:13의 '인자'가 예수 자신의 입술을 통해 자신과 동일시하고 있는 것을 볼 때(마24:30; 26:64) ① 의 해석을 따르지 않을 수 없다.
2) 네가 그리스도냐
마14:61, 62에 따르면 대제사장은 예수에게 매우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네가 찬송 받을 자의 아들 그리스도냐?" 이러한 질문이 예수로 하여금 침묵을 깨뜨리고 입을 열게 하였는데, 예수는 단7:13의 말씀을 사용하시면서 자기가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임을 밝히 말하고 있다.
"내가 그니라. 인자가 권능자의 우편에 앉은 것과 하늘 구름을 타고 오는 것을 너희가 보리라."
이 말씀은 행7:56의 말씀과도 긴밀하게 연결되고 있다.
"보라 하늘이 열리고 인자가 하나님 우편에 서신 것을 보노라."
스데반이 본 영광스런 인자의 모습은 예수께서 산헤드린 공회 앞에서 심문 받으실 때 하신 말씀이 성취되었음을 보여 주는 말씀이다.
3. 수난과 죽음
1) 수난의 종
비록 예수께서는 메시아이시지만 그 이름에 걸맞지 않게 많은 수난을 당하셔야만 했다.
그러나 예수는 이 많은 수난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알고 계셨다. 그가 세상 죄를 담당하셨다는 것은 바로 이러한 수난 속에서 분명히 알게 된다.
막8:31은 고난의 종 인자에 대해 보여 주고 있다.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저희에게 가르치시되."
여호와의 수난의 종에 대해서 아마도 가장 잘 묘사하고 있는 성경구절은 이사야 53장 일 것이다.
본장을 통하여 우리는 메시아의 눈물겨운 고난 장면과 고난에 임하는 종의 자세를 보게 된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하나님과 인간을 가로막고 있는 죄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 것인가를 깨닫게 된다.
2) 죽기 위해 옴
막14:45은 예수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을 한마디로 압축하고 있다.
'인자의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그래서 리더보스(H.Ridderbos)는 말하기를 "영광의 인자는 전능자에게서 모든 능력을 이고 오셨지만 그가 땅 위에 오심은 여전히 봉사만을 위해서(for only sevice) 오셨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정녕 열두 영(twelve legions)도 더 되는 천사를 부리실 수 있는 하나님의 아들이었으면서도(마26:53) 시도 때도 없이 당하는 인간으로부터의 각종 모욕과 수난을 감내하셨다.
여기에 예수께서 자기를 가리켜 '인자'라 칭한 또 다른 깊은 의미가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인자'라는 명칭은 예수께서 지상에 계셨을 때 즐겨 자신을 지칭하던 이름이었다. 그 이름의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그 명칭이 품고 있는 의미는 실로 엄청나다.
그러함에도 많은 사람들은 한결같이 이 명칭이 인간성(人간성)을 고려해서 나온 것이며, 따라서 그것은 '그리스도의 인생'을 의미한다고만 생각하고 있다.
이는 아마도 하나님의 아들에서 나타나는 그의 신성과 대조하여 나온 표현인 것 같다. 그러나 인자의 의미를 이렇게만 생각하는 것은 그 의미를 너무 지나치게 축소하고 단순화하는 것이다.
우리는 인자의 의미 속에서 그리스도의 인성적 측면만이 아니 보다 깊은 그의 초월적이며 초자연적인 성격까지 보아야 할 것이다.
또한 초월적인 분이심에도 우리의 문제를 해결하시기 위하여 성육신하심으로 당하신 고난들을 생각하고 더욱 그분을 사랑하고 섬기는 자들이 되어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