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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한지(楚汉志) 1-065
始皇帝는 그 말을 듣더니 별안간 소리를 크게 내어 통쾌하게 웃 으며, "하하하, 짐은 오늘 밤에야
처음으로 계집다운 계집을 만났구나!" 시황제는 嫦娥의 어깨를 다정스럽게 도닥거려 주며,
감격어린 어조로 다시 말한다. "아무리 보아도, 너는 하늘에서 내려온 선녀임이 분명하다.
짐은 지금까지 수천 계집을 즐겨 왔으나, 너처럼 부끄러움을 제대로 알고 있는 계집은 처음 보았다.
여자의 수치심을 죽음으로서 지켜 나가려는 그 마음은 진실로 고귀하기 짝이 없는 감정이로다.
그처럼 고귀한 네 뜻을 어찌 무시할 수 있겠느냐."
그리고 이번에는 저편 구석에 읍하고 서 있는 趙高에게 이렇게 말한다. "조고야! 오늘 밤은 불침번이
필요치 않으니, 물러가 있거라." 황제의 입에서 그런 명령이 나오게 한 것은 커다란 성공이다.
그러나 조고는 선뜻 물러가려고 하지 않았다. "폐하! 소인의 처지로서는 그럴 수는 없는 일이옵니다."
"뭐가 그럴 수 없다는 말이냐?" "폐하께서 주무시는 중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므로 불침번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옵니다. 십여 년 내로 소인이 불침번의 임무를 직접 맡아 온 것은 그 때문이었습니다."
"네 충성심은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오늘 밤만은 물러가 있거라. "
"폐하! 소인이 물러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옵니다. 그러나 거사 후에 뒷물 처리는
누가 해드릴 것이옵니까? 상아 아가씨는 실정을 잘 모르셔서, 그렇게 고집하시는 모양이오나,
소인이 없으면 폐하께서는 여러 가지로 불편하실 것이옵니다."
황제는 거기까지 듣다가, 별안간 벼락 같은 소리를 질렀다. "물러가라면 곱게 물러갈 일이지,
무슨 잔소리가 그리 많으냐. 썩 물러가지 못하겠느냐!" 조고는 그제서야 허리를 굽신거리며,
"폐하의 분부대로거행하겠사옵니다."그리고 이번에는 嫦娥에게, "상아 아가씨에게 한 말씀 여쭈어
두겠습니다. 폐하께서는 방사 후에 반드시 보약을 드시기로 되어 있사옵는데 그 보약이
여기 준비되어 있사오니, 상아아씨는 잊지 마시고 보약을 직접 진상해 주시옵소서. 꼭 부탁드립니다."
마침내 조고가 나가버리고 침실에는 단 두사람이 되었다. "네 소원대로 조고를 보냈으니,
이제는 마음놓고 오늘 밤을 즐기기로 하자." 시황제는 그렇게 말하며 굶주린 매가 꿩을 덮치듯,
상아의 가냘픈 허리를 억센 팔로 품어 안는다. 상아는 또 한번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나 목적을 위해서는 희생을 각오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이기에, "신첩은 폐하를 흠모해
온지가 너무도 오래였사옵나이다." 하고 말하며, 난생 처음 이성의 육체를 가슴 그득히 받아 안았다.
진실로 괴롭기 그지없는 첫날밤이었다. 始皇帝는 정력이 놀랍도록 절륜한 사나이였다.
그런데다가 嫦娥에게는 유난히 매혹되어, "이 세상에 너처럼 뛰어난 계집이 있으리라고는
생각조차 못했던 일이구나." 하고 감탄성을 연발하며, 상아를 무섭게 시달려대었다.
시황제는 한번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고 여러번이나 상아를 힘들게한다, 상아는 괴로운 일이나
시황제의 마음을 얻고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서 마음에도 없는 코방귀 소리를 내어
시황제의 기분을 더욱 북 돋아주었다.이윽고 운우의 향략이 끝나자. 상아는 침실 구석으로 달려가
조고가 준비해 놓은 보약속에 死药한봉지를 타 넣었다. 그 약을 세봉지만 먹으면 피가 말라
한두 달 안에 죽게 된다는 바로 그 비방 사약이었다. 상아는 약사발을 시황제에게 두 손으로
받들어 올리며, "이 약은 환관이 달여놓은 보약이옵나이다. 육체를 돌보시와 지금 곧 드시옵소서."
始皇帝는 저녁마다 먹어 오던 보약이므로, 아무 의심도 없이 단숨에 들여마시고 이내 잠이 들어 버렸다.
그러나 상아는 잠이 올 턱이 없었다. (내가 사람을 죽이다니, 이래도 좋은 것일까?.
더구나 내가 몸을 허락한 남성은 오직 이 사내 한 사람뿐이 아니던가.) 상아는 시황제의 잠든 얼굴을
물끄러미 들여다 보고 있는 동안에 이상야릇한 애정 같은 것이 느껴졌다. 그러나 다음 순간,
흔들리는 자신의 감정을 맹렬하게 부인해 버렸다. (아니다! 이 사나이는 나의 아버지와 나의 약혼자를
죽게 만든 원수일 뿐만 아니라, 수천 수만의 여성들을 유린해 오는 무서운 색마다.
죄없는 여성들을 구원하기 위해 나는 어떤 일이 있어도, 이 시내를 죽여 없애야 한다.)
다음날 아침 시황제는 평상시보다 한 시진쯤 늦어서야 눈을 떴다. 조고가 재빠르게 달려와
아침 인사를 올리며, "폐하 오늘 아침에는 기침이 매우 늦으셨사옵니다.
어젯밤 보약은 드셨사옵나이까?" "응, 먹었다." "오늘 아침 따라 기침이 늦어지신 것을 보면
어젯밤에는 매우 피로하셨던 모양이시옵니다." "하하하..... , 어젯밤에는 매우 만족스러웠었느니라."
"폐하께서 매우 즐거우셨다고 하오니 소인도 기쁘기 한량없사옵니다. 지금 平原津别宫에는
절색 궁녀들이 천 명씩이나 대기하고 있사오므로, 오늘 밤에는 상아 아가씨보다도
더욱 아름다운 궁녀로 모시도록 하겠습니다."
조고는 어젯밤 상아에게 추방당한 원한이 골수에 맺혀서 오늘 밤은 상아를 추방시켜 버릴 계획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고는 성 불구자인 관계로 자기자신이 직접 성행위를 못 하는 대신에 밤마다 시황제가
성 행위하는 광경을 옆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을 다시없는 즐거움을 대리 만족으로 삼고 있었다.
그런데 상아가 그것을 못 보게 했으므로 밉기 그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황제는 아직도 상아에게 미련이 남아 있어서, "오늘 밤은 다른 아이로 바꾸어 주겠다고?
글쎄."..... 하며 고개를 기울인다. 조고는 시황제의 애매한 대답을 듣고 적이 당황하였다.
"폐하, 이 별궁에는 절색 궁녀들이 얼마든지 많사온데, 무엇때문에 상아아씨에게만 애착을
가지시옵나이까. 소인이 오늘 밤은 더욱 좋은 궁녀를 선발하여 진상하도록 하겠습니다."
성 행위의 현장을 구경하며 쾌락을 느끼는 것은 조고의 어쩔 수 없는 악취미였다. 그러므로 그 취미를
만족시켜 주기만 한다면 시황제가 누구를 좋아하거나 그 자체는 조금도 문제될 것이 없었다.
상아는 그것을 못하게 했기 때문에 어떤 일이 있어도 상아만은 제거시켜 버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황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그것은 네가 모르는 소리로다. 상아는 보통 계집아이가 아니야.
오늘밤도 그 아이를 들여 보내도록 하여라." 조고는 다시 머리를 조아리며 아뢴다.
"폐하! 여인은 새로울수록 좋다는 속담이 있사옵니다. 천 명의 궁녀들이 한결같이 폐하의 은총을
학수고대하고 있사오므로, 폐하께서는 은총을 골고루 베풀어 주셔야 하실 것이옵니다."
"쓸데없는 소리 그만 지껄여라. 궁녀란 짐을 위해 있고 필요한 것이지 짐이 궁녀들을 위해
짐이 필요한 것인 줄 아느냐. 짐은 상아에게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으니, 당분간은 그 아이를
내곁에 두고 침전에 들게 하여라."이리하여 상아는 당분간은 시황제를 독점할 수 있게 되었다.
조고는 그럴수록 상아가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 (어디 두고 보자! 네년이 언젠가는 내 손에 죽게 되리라.)
趙高는始皇帝를嫦娥에게빼앗겨 버린 것 같아서 기회만 있으면 그녀를 죽여 버릴 결심이었다.
그것은 또 하나의 운명이었다고나 할까. 만약 조고의 말대로 그날 밤 궁녀를 다른 여자로 갈아 버렸던들
시황제는 사약을 한 봉지만 먹었기 때문에 죽음을 면할 수가 있었을지 모른다. 그러나 嫦娥는始皇을
계속해서 모실 수 있는 기회 덕택에 死药 세봉지를 모두 먹여 버렸다.
그로부터 닷새가 지나자 시황제의 몸에는 이상한 징조가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평소에는 정력이
무섭도록 왕성하던 그였건만, 死药 세봉지를 다먹고 난 다음부터는 얼굴에 노란 꽃이 피어나며
상아가 옆에 있어도 건드릴 기력이 없어 하였다.
그러한 상태를 재빠르게 알아챈 사람은 조고였다. 조고는 크게 걱정하며 황제에게 품한다.
"폐하! 嫦娥는 폐하의 건강을 해롭게 하는 妖女임이 분명하옵니다. 그런 계집은 마땅히 죽여 없애야
하시옵니다." "음....., 네 말을 들어 보니 그런 것도 같구나.웬일인지 짐도 이제는 그 애가 꼴도 보기
싫어졌거든!" "그것 보시옵소서. 그러니까 상아를 없애 버리셔야 하시옵니다."
"죽이든가 살리든가 네 맘대로 하여라."그리하여 嫦娥는始皇帝가 죽는것을 보지도 확인도 하지 못한 채
그 날로 趙高의 손에 죽는 몸이 되었다.
1-066편에 계속
초한지(楚汉志) 1-066
* 무서운 阴谋
始皇帝는死药을 먹은 다음날부터 날마다 기운이 쇠약해 오더니, 마침내 팔다리를 움직일 수가 없게 되었다.
<피를 말리는 秘方死药>을 먹은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건만, 그러한 비밀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조고는 걱정이 태산 같아서, "폐하! 어디가 어떻게 아프셔서 그러시옵나이까." "별로 아픈데는 없는데,
웬일인지 자꾸만 기운이 빠져 나가는 것 같구나." 典医가 진찰을 해보고 나서 그 역시 고개를 갸울이며,
"오장 육부 어디에도 이상이 없사옵니다.너무 과로하신 탓이오니 보약을 꾸준히 드시옵소서." 하고
말할 뿐이었다. 보약을 아무리 먹어도 기운이 빠져나가기는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고가 수심에 쌓인 어조로 말한다. "그처럼 기운이 없으시다면, 지방 순행을 중지하시고 함양으로 환궁
하심이 어떠하시나이까?" "짐도 그러고 싶으니, 함양으로 돌아갈 준비를 서둘러 다오." 皇帝 일행은
그날로 平原津别宫을 떠나 환궁의 길에 올랐다.조고는 황제가 병중인 것을 승상 이사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기에 영문을 모르는 이사는 "왜 별안간 旅程을 변경 하여 환궁하오?" 하고 조고에게 강력히 항의하였다.
그러나 조고는 "황제 폐하의 어명이시옵니다." 하고 단 한 마디로 잘라 대답했을 뿐,
그 이상의 사정은 단 한마디도 알려 주지 않았다.平原津에서咸阳으로 오려면 넓고도 넓은 사막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때마침 한여름인 7월인지라, 사막은 불을 뿜는 듯이 뜨거워 숨을 쉬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사막길을 강행군하기를 사흘만에, 沙丘라는 곳에 도달하였다.
始皇帝는그 이상 견딜 수가 없는지, 마침내 조고를 가까이 부르더니 다 죽어가는 목소리로, "짐은 암만해도
죽을것 같구나." 조고는 시황제의 두 손을 움켜잡으며, "폐하께서는 왜 그런 불길한 말씀을 하시옵니까.
이제는 함양에 돌아갈 날도 멀지 않았습니다. 환궁만 하시면 곧 쾌유하실것이 옵니다." "아니다. 내가 내 병을
모르겠느냐. 암만해도 살아날 것 같지 못하니, 后嗣를 부탁하게 승상을 이리 불러라."
大位继承 문제로 승상에게 유언을 남길 생각이었다. 조고에 대한 신인이 아무리 두터워도 국가의 중대사를
일개 宦官에게 부탁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조고는 그러한 눈치를 알아채고 내심 크게 당황하였다.
시황제가 죽고 이사가 정권을 장악하는 날이면 조고 자신은 파멸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기에 조고는 즉석에서 이렇게 꾸며대었다. "승상은 조금전에 邑内에 가시고 아니 계시옵니다."
始皇帝는 짜증내는 빛을 보이며, "뭐야! 승상이 읍내에 갔다고?..... 읍내에는 뭐하려고 갔는냐?"
조고는 머리를 조아리며, "폐하의 약을 구하려 가신 줄로 알고 있사옵니다." "쯔쯔쯔..... , 짐은 금방 죽을
판인데 누구에게 쓰려고 읍내까지 구하려 갔는고?"
시황제는 체념의 혀를 끌끌차 보이면서 "승상이 없다니, 짐의 유언을 네가 받아 써두었다가 승상에게
전하도록 하여라!" 그리고 다음과 같은 유언을 불러 주었다. "짐이 죽거든 황제의 자리를 太子夫蘇에게
계승시키고, 万里长城筑营都监인蒙恬을 군사 총사령관으로 임명하도록 하라."
황제의 자리를 맏아들이게 물러주고, 军事权을 유능한 장수에게 맡기려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유언이었다.
그러나 조고로 보면, 그것은 날벼락과 같은 유언이었다. 왜냐하면, 태자 부소를 북방으로 정배를 보내도록
배후에서 부추켰던 인물은 다른 사람 아닌 조고 자신이었기 때문이었다.
시황제는 유언을 남기고 이내 숨을 거두어버렸다.
때는 시황 37년 7월 丙寅日! 천하를 통일하고 亿兆蒼生에게 군림하며 인생 최고의 영화를 누려오던
시황제는, 광대 무변한 沙漠에서 50세를 일기로 어이없게 客死했으니, 죽음에 있어서만은 만고의 제왕도
匹夫野老들과 추호도 다를 바가 없었던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일인 독재의 전제 군주가 죽고나니, 그 후의 문제가 복잡할 수 밖에 없었다.
(시황제가 죽어 없어졌으니, 이제는 내가 죽어야 할 차례로구나!) 시황제가 죽고 나자,
조고는 눈앞이 캄캄하여 왔다.그러나 녹녹하게 체념하고 물러설 조고는 아니었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했으니, 이제는 내가 살아날 길을 강구해야 할 것이 아닌가?)
조고는 시황제의 시체를 앞에두고, 잠시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있다가 별안간 무릎을 치며 소리내어
중얼거렸다. (그렇다! 유서의 내용을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나 하나 뿐이다. 아니, 나 이외에는 황제가
죽었다는 사실조차 아무도 모르지 않는가.그렇다면 황제를 살아있는 사람처럼 꾸며가면서,
그 동안에 황제의 이름으로 태자 부소와 몽염 장군을 모두 죽여 없애고, 유서를 변조하여 胡亥를
후계자로 옹립하도록 꾸며놓으면, 大秦帝国은 또다시 나의 손에 굴러 들어올 것이 아닌가.) 그야말로
무서운 阴谋였다.조고는 그 음모를 실천에 옮기려고, 비밀리에 호해를 불러 들였다.
조고는 황제의 시신을 자는 사람처럼 꾸며놓고, 호해를 그옆에 끓여 앉힌 뒤에 조용히 이렇게 말했다.
"호해 공자는 놀라지 마시옵소서. 황제 폐하께서 조금전에 崩御하셨습니다." 호해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 "붕어라니?..... 아바마마께서 돌아 가셨다는 말인가?" "몸을 만져 보시옵소서. 몸이 싸늘하게
차가우실 것이옵니다. " 몸을 만져 보니, 과연 얼음장같이 싸늘했다.
호해는 시체위에 왈칵 엎으러지며, "아바마마! 이게 웬일이시옵니까." 하고 울음을 터뜨렸다.
조고는 호해의 몸을 두 손으로 움켜잡고 호해를 일으켜 세우며 엄숙하게 선언하듯 말한다.
"공자께서는 울음을 멈추시옵소서. 哭声이 밖에 새어나가면 큰일 나옵니다."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셨는데 어째서 울지도 못하게 하는가?" "폐하께서 붕어하신 것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일이옵고,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금후의 처리문제입니다. 그 문제가 확정되기 전에 황제가 돌아가신것이
알려지면, 나라 곳곳에서 변란이 올 것이므로, 절대로 곡성을 내어서는 아니 되시옵니다."
그리고 품속에 숨겨 두었던 玉玺와 유서를 내 보이며, "소인이 옥새와 유서를 이렇게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사옵니다. 공자께서는 우선 유서부터 읽어 보시옵소서."
호해는 울음을 삼키며, 유서를 읽어보고 나서, 宝位를 형님에게 물려주라고 하셨구려. 이것은 너무도
당연한 유언이 아니던가." 조고는 호해의 얼굴을 실망스런 눈으로 지켜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어 말한다.
"이 유서의 내용은 저만이 알고 있는 일이옵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유서의 내용을 얼마든지
뜯어 고칠 수가 있사옵니다. 게다가 옥새까지 제가 가지고 있으므로 만약 호해 공자께서 보위에
오르고 싶으시다면 지금이라도 태자를 제쳐놓고, 공자께서 황제로 등극하실 수가 있는 것이 옵니다."
그만큼 암시를 해 주었으면, 호해는 조고의 뜻을 대번에 알아 차렸어야 할 일이었다.
그러나 호해는 성품이 워낙 단순한 위인이어서, "모든 일은 아바마마의 유언대로 처리해야 옳은 일이지,
유서의 내용을 맘대로 뜯어 고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 하고 오히려 조고를 나무라는 태도로
나오는 것이 아닌가. 조고는 기가 막혔다. (호해 공자는 나의 뜻을 이리도 몰라주는 바보였더란 말인가.)
그러나 다시 생각해 보면, 호해가 바보일수록 그를 황제로 옹립만 한다면 자기로서는 더욱 유리하게
권력을 마음대로 행사할 수 있을것 같았다.
1- 067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