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나른한 바람이 불어오는
반공일 오후
수업이 끝나기 무섭게
옹기종기 책보자기 둘러메고
우체국을 지나
면사무소를 거처
인적 드문
오솔길로 접어들면
앞에 가는 동무에겐
양손 마주 잡고 손구락 내밀어
똥침을 주고
뒤따라 오는
여자애들 치마도 들추고
신나게 장난치며
집으로
돌아가는 길
오월 바람에
까실한 보리수염이 넘실대는
들판에서
허리 구부려 보리를 베고
계시던 아버님이
밭둑에 불을 지피시고
까끌한 보리 수염을 단숨에
불살라 구워
던저주시면
까맣게 그을은 보리를
양손으로 비벼
후후 불어
입안 가득 넣고
한 알 한 알 터트리면
쌉쌀한 단물이
입안 가득 채워진다.
집에 가는 도중에라도
어린 새끼들 혹여 배고플세라
보리단 구어
말없이 던져주시던
검게 그을러 주름진
아버님
또다시 싱그럽게
보리 익어가는
오월이 오지만
주름진 그 모습은
희미 해저만 간다.
글/ 벽 창 호
첫댓글 박창호님~
그 옛날 옹기 조기 앉아 밭둑에
불을 지피고 까끌한 보리 불살라 구워
먹었을때 얼마나 맛있었는지
지금도 그때가 생각 나에요.
구불구불한 밭두렁으로
고무신 신고 뛰어 다니며
남의 밭에
보리 서리하려 다녔지요
살면서 그 때처럼 설레이던
시절이 또 있었나 싶네요^^
아버님을 회상하며 선배 님의 글을 읽었습니다
언제나 제게는 그리움이고 눈물입니다
가시면서 제 손을 잡으시며 고맙다 하고 미안해 하시던 아버님
모습을 떠올리면 그냥 눈물만 난답니다
무심한 듯
관심이 없는 척
하면서도
은근히 자식 사랑 하시던
그 때 아버님이셨지요
그립습니다.
참 오래 된 일이고,
눈부신 삶의 이야기가 아닌데도,
보석 같은 글로 승화시키신 님의 필력이,
참으로 놀랍기만 합니다
자유노트님
늘 논리정연하시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님의 글
애독자랍니다. ^^
아버지의 사랑
이젠 먼곳으로 가셨지만 언제나 내가슴에 남아 있지요
그때 선 굵고
묵직하던 아버님의 사랑
여직 그리움으로 남았답니다.^^
고명딸이자 첫 딸로 태어 난 제게 생전에 과분한 사랑을 베풀어 주셨었던 제 친정아버님 생각이 납니다. ^^~
친정 아버님이란
단어도
애틋한 마음이 스며들지요
벽창호님~
오늘 아침 마음 (뭉클)멈칫하게 하시는 글,,,
♬배경음악,글과,영상에
마음까지 실어~~~
어릴적에는 몰랐는데,,
인자하시고 인품있으셨던(학자풍)
사랑을 주셨던 아버지
(무릎에 앉혔던)막내딸이라 더 더욱..
이 나이 되보니
아버지의(부모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리릭님
어머님의 사랑에 가리워저
자식들 마음 언저리를 맴돌지만
뒤에서 자식들의 장래를 안타깝게
바라보시며
늘 걱정하고 응원하시던
묵직한 아버님의 사랑이
세월이 흐를수록 생각이 더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