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치(2 )
1970년대 마천에서
남한산성으로 넘어가는 길은
온통 배밭길이었다.
설날을 며칠 앞두고
천호동 그녀의 집 근처인
마천동에서 만났다.
가난했던 시절이었지만
그래도 명절이라고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도시락에
갖가지 음식을 싸들고
나왔으나
차려입은 한복이
마치 엄마 한복을
빌려 입고 나온 것처럼
어색하고 구식이라
그 옷차림에 대해
불평을 했다.
예쁘게 보이려고
잔뜩 차려입고 나왔는데
뜻밖에
잔소릴 듣자
기분 잡친 그녀도
지지 않고 댓 구를 한다.
오래된 연인들이 그러하듯
서로 자존심 곤두 세우고
지지 않으려
티격태격 싸우다
그 자리에서
이승에서는 두 번 다시 안 볼 것처럼
뒤도 안보고 돌아섰다.
그녀는 천호동으로
나는 돈암동으로
그녀와 헤어저
돌아서자마자
어스름 달밤
어두운 오솔길에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잃고 말았다.
후회했으나
소용없는 일이다.
주위는 온통 배밭으로 둘러싸였고
울타리 사이사이 오솔길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저 길이
이 길 같고
이 길이
그 길 같아
심봉사 논두렁 헤매듯
한참을 길 찾아 헤매던 중
구름 걷히고
환한 보름달이 드러나자
저만치 먼 곳에서
웅크리고 앉아
울고 있는
그녀를 발견하고
울컥 반가움이 솟구쳐
한 달음에
그녀에게로 달려갔다.
그녀는 혹시나 해서
헤어졌던
그 자리로
나는 돌아가는 길을 못찿아
이리저리 헤매다
또 헤어졌던
그 자리로...
우린 그날
정월 추위도 잊고
환한 보름달 아래
잠실 갈대밭 길을
밤새도록 걷고 또 걸으면
환한 보름달에
소원을 빌었다.
우리
두 번 다시 헤어지지 말자고
요즈음 출근길에
그녀가 살던 천호동을
매일매일 지나치지만
우후죽순 들어선
빌딩숲 속에서
오십여 년 전
늘 그녀를 기다리던
천호동에 음악다방
"벤허"로 가는
그 골목길은
이제, 찾을 길 없다.
글/벽창호
첫댓글 ㅎㅎ
글을 읽고 난 후에 닉네임과의 연관이 되는 군요.ㅎㅎ
그래요,
익숙하지 않은 풋 사랑의 추억
누구에게나 있었을 그 시절이 아련히 그리워 집니다
아름다운 마음의 글 잘 쉬고 갑니다
아스라이 멀어진 추억
당시를 곱씹어보면
지금은 미소가 ^^
마음이 쫌 거시기하네여 ㅎ
벽창호님의 차분한 글이
옛 젊음이? 있을때의 추억을~~
정말 아름다운 청춘 남녀의지극한 사랑을
다시 회상해 봄다ㅎ
지금도 그런 사랑 할수 있을까?
할수 있을것도 같고 ㅎㅎ
오늘도 좋은 글 고마워요^^*
♬ ♪배경음악 아주 좋아요~
한층 글이 더 실감나게 그려지네요 호호호
우와! 지금도
그런 사랑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구요?
멋지십니다. ^^
오래 전 순백의 순수함 간직했었던 그 시절 떠오르게 하는 글 잘 보고 갑니다. ^^~
그런 시절이
모두 작은 추억이 되어
지금 미소를 띠겠지요 ^^
설날에 한복입고 만나던
그 추억속의 여인
순수의 시절 이지요 나도
빨간 한복입고 데이트 하던 생각 나네요 ㅎ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던
약속도 이젠 회상이군요
한복 차려 입고
멋 부리며
데이트 하던 시절
그립기만 하네요 ^^
함께 한 추억이 있는 거리를 거닐면
추억을 더듬고 그럽니다.
작은 연인들 노랠 들으며
이 노래를 함께 불럿던 사람을 생각하며
글과 함께 추억속을 걸어 봅니다^^
아! 그런 멋진 추억을
간직하고 있었네요
그 순수의 시절이
그립습니다 ^^
잊지못한 추억이 있으시네요
길 제대로 찾아가셨으면
이루지 못할 재회. ㅎ
그러네요 피 터님
좋은 밤 되세요 ^^
아름다운 추억글 뭉클한 마음으로 읽었습니다
한편의 시 네요
감사해요
오개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