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지에 그림처럼 박힌 달을 보더니
명희는 내게 몸을 기댔다.
팽팽하던 명주실 두 가닥은 비로소 느슨해지기 시작했다.
醉香亭, 향에 취하다.
흘려 쓴 현판의 글자를 읽으며
어깨에 기댄 명희의 머릿결에서 풍기는 냄새를 맡았다.
이삭여뀌 냄새가 났다.
명희의 옆얼굴을 보았다.
조명을 받은 연꽃 보다 더 붉었다.
뜬금없는 숨결을 들으니 숨었던 감각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촉각과 미각은 앞다투어 명희를 찾았다.
욕망은 연잎 위에 내리는 밤이슬처럼 눈에 보이지 않게
나를 적시고 있었다.
흔적없이 내린 이슬이 물방울이 되어 연잎 위에 뒹굴듯
명희는 어느새 보석이 되어
내 가슴에 뒹굴고 있었다.
그렇게
막무가내로 달려오는 여름밤
보리밭에 함부로 들어가시려거든
부디 눈을 조심하시길!
첫댓글 왜 눈을 조심해야 하는데요?
바늘에 찔릴까봐 ㅎㅎ
야원님 보리밭에는 항상 남녀를 시샘하는 지뢰(바라보는 눈)가....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