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5세의 카잘스에게 기자가 묻습니다.
"선생님은 이제 95세이고 세상에서 가장 유명한 첼리스트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아직도 하루 6시간씩 연습하는 이유가 무엇인가요?"
카잘스는 대답합니다.
"왜냐하면 내 연주 실력이 아직은 조금씩 향상되고 있기 때문이지."
전 95세의 카잘스처럼 첼로 연습을 6시간씩 하지 못하지만 대신 매일 새롭고 즐거운 일을 한 가지 이상 해보려고 노력합니다^^
민턴 후배가 또 물어봅니다.
"형! 대회는 그렇고, 레슨은 언제까지 받는 게 좋아요?"
제 대답은 늘 같습니다.
"라켓 놓을 때까지!"
후배가 반문합니다.
"엥? 한 1년 받으면 클리어부터 드라이브, 그리고 스매시까지 웬만한 기술 다 배우던데?"
대답도 늘 이렇게 합니다.
"박세리도 레슨 받아. 박찬호도" (예로 든 선수가 옛날 사람이네요... 당시의 기억이 떠올라서...)
한석규는 아니지만 민턴 실력 넘버3, 넘버2를 넘나드는 젊은 후배는(뭐 클럽에서나 젊지 실은 그닥 젊지는 않습니다. 어느새 마흔 중반이니ㅠㅠ) 오늘도 레슨을 받고 있더군요. 제일 열심히, 진지하게!
1년 전과는 사뭇 다릅니다. 작년만 해도 제 테크닉에 농락당하기 일쑤였는데 이젠 감당하기 벅찬 고수의 반열에 올라가고 있습니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하루 지나면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성장하는 후배를 보는 것 또한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올해 안에 그 친구가 클럽 TOP이 될 것이라는데 제 왼쪽 손모가지를 겁니다.
뭐... 안되면 또 어떻습니까? 제가 빙다리 핫바지도 아니고~ 전 오른손잡이인데^^
전 챕터에서도 썼지만 배움은 평생입니다. 때가 없습니다. 특히나 스포츠는 더욱더 그러하지요. 레슨은 기술을 배우는 것이지만 더 근본적인 목적은 반복을 통한 체력 향상과 흐름의 연결에 있습니다.
레슨의 목표는 체력 향상입니다
상위 클라스로 가면 결국 체력이 답을 냅니다. 프로 스포츠에서도 결국 실력은 기본, 거기에 체력 좋은 넘이 끝까지 버티고 트로피를 차지합니다. 레슨은 체력을 향상시키는 도구입니다.
레슨은 습관을 바꾸는 도구입니다
스포츠는 우리가 살아온 몸의 움직임, 그 습관에 순행하기보다는 그와 반대로 움직여야 하는 부분이 더 많습니다.
"평소 그렇게 하지 않았는데 그 반대로 해야 하는!"
순행해도 되는 부분은 반복을 통해 기술의 성공도를 높이고, 역행되는 부분 또한 먼저 반복을 통해 몸의 기억을 바꾸어야 합니다. 스포츠 공학적으로 같은 동작을 600번 반복하면 우리 몸은 한번 기억한다고 합니다,
습관은 바꿀 수 없습니다. 우리가 살며 가져 온 습관을 다른 습관으로 덮어서 변화시켜야 합니다. 그 덮음은 반복만이 답입니다. 레슨은 습관을 바꾸는 도구입니다.
레슨은 시험날짜를 대비한 속성과외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 게임 승률을 높이려면 그냥 게임만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요령이 생기니까요.
레슨은 미세하고 푸르게 느릿느릿 자라나는 잔디의 속도. 천천히, 결국 나중에는 "바람보다 빨리 눕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는" 단단하고 야무진 풀로 자라나게 해주는 도구입니다.
좋은 건 좋은 이유가 분명 있습니다. 아주 더디고 미세한 차이라 할지라도. 그리고 종국에는 그 미세함이 모든 걸 결정짓기도 합니다. 레슨은 느리지만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줄 위의 광대는 되지 맙시다
설마... 코치가 주는 대로 치고, 하라는 대로 하며 15분~20분의 귀한 시간을 버리시는 건 아니겠죠? 마치 실험용 모르모트처럼!
생각을 하며 레슨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는 코치가 줄로 조정하는 마리오네트가 아닙니다.
코치의 조정으로 누워있다가 벌떡 일어나 생명을 얻고, 그의 움직임에 따라 반드시, 꼭 그렇게 움직여야만 하는 도구가 아닙니다.
코치 말을 너무 믿지 마세요
각기 서로 너무 다른 우리는 각자 안에 너무도 많은 다양한 가능성과 열려질 세상이 있지만,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그 알을 깨고 세상에 나오도록 도와줄 코치는 흔치 않습니다.
믿지 말라 해서 코치의 말을 부정하라는 의미가 아니라 그대로 좇아서만 하지는 말라는 얘기입니다.
줄 위의 광대는 되지 맙시다.
물어보세요 자꾸!
왜요? 왜 그렇게 쳐야 하는 거죠?
왜 안 맞을까요? 그거 꼭 그렇게 쳐야 하나요? 이렇게 치면요?
어제는 게임을 했는데 이게 안되던데 잠깐 알려줘 봐요.
문제를 푸는 능력과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다릅니다.
문제를 푸는 능력은 코치와 내가 암묵적으로 약속된 틀을 풀어나가는 알고리즘에 익숙해지는 것이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그것과는 차원이 달라, 해답을 찾아가는 주체성이 요구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대화하는 것. 토론하는 것. 내 생각을 이해시키는 것, 남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
이런 것들이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대의 장점 아닌가요?
줄 위의 광대는 되지 맙시다.
... 중략 ...
첫댓글 어제 대회에서 죽쑤고 레슨을 계속해야되나 하는 현타가 왔었는데 이 글을 보니 귀가 다시 팔랑거리네요 ㅎㅎㅎ
공부는 자기가 하는 것. 레슨 받거나 안받거나^^
레슨은 느리지만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도구입니다.
공감합니다.. 감사드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