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찌를 손목에 차면 니가 했던말이 떠올라서 괜스레 눈가가 붉어지는거 같았어,
마음을 또다시 가다듬고 편지지를 꺼내 펼쳐보면.
푸른 바다다 그려져 있었어.
예쁜 푸른 바다가 그려져 있는 편지지에 너의 삐뚤삐뚤한 글씨들이 빼곡히 적혀있었지.
천천히 한글자씩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 난 그저 입을막고 울 수 밖에 없었지.
수학여행 마지막 날은 집으로 돌아가서 아쉬운마음이 한가득이였지
아이들 모두가 짐을 챙기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어 나도 마찬가지였고
인생에 마지막 수학여행이니까 더 그랬을려나.
그리고 그날따라 괜히 기분이 더 안좋았어 그냥 마지막날이라서 아쉬운마음에 그런가 했지.
소식을 듣기 전까지.
버스를 타고 몇시간이 흘러 학교로 도착하고 각자 캐리어를 끌고 하나둘 집으로 향할때
난 너와 함께 집으로 가기 위해 네가 탄 버스가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근데 시간만 흘러갈뿐 버스는 오지 않았어,
그리고 몇시간후 내가 마주한 너는 영정사진 속에 환하게 웃고있던 너였지.
네가 타고있던 버스가 전복을 했다지.
그로인해 아이들이 많이 다쳤고 하필 운이 안좋았던건지 왜 하필 너였는지
그 버스를 타고 있던 사람들중 너만 머나먼 여행을 떠난거야.
마지막 수학여행이라서 너무 아쉬웠었나.
전날밤에 너에게 말해줄걸 그랬어
좋아한다고 정말 아주 많이 좋아한다고 말이야.
그리고 네가 나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인지 알아차렸었으면
좋았을텐데.
하늘이 네가 너무 예뻐서 하염없이 맑아서 네가 탐이났나봐.
그래서 일찍 널 마중나간건가봐.
조금만 더 있다가 데려가시지.
넌 아직 너무 어린 소년이였을 뿐인데.
있잖아,
말하는데까지 너무 오래걸렸지만
내 바다는 너였고
전에도 앞으로도 쭉 변함없이 너야
난 한없이 넓고 바라만봐도 좋은 그런 바다를, 너를
좋아했어. 푸르던 내 바다를
18살의 푸른바다에게 지금의 노랑나비가.
*
[○○에게]
야ㅋㅋ 안녕?
내가 편지를 써본적이 유치원때랑 초등학교때 부모님이랑 할머니한테 쓴거 빼고
이번이 처음인데 그게 너한테 쓰는거네?
아 맞다, 저번에 내 체육복 몰래 빌려간거 너 맞지? 내가 너때문에 그날 체육선생님한테
얼마나 혼이 났는지 몰라 운동장만 3바퀴 돌았어 나 힘들어 죽는줄 알았다.
그런데 아무말 안했다 나, 일부러 모르는척했어 니가 나 없는줄 알고 사물함에 몰래
체육복 넣어놓고 있을때 문뒤에서 몰래 서있었어 내가 모를 줄 알았겠지 넌?
근데 니가 그러고 있는 모습 지켜보고 있는데 괜히 웃음이 막 나오더라 순간 내가 미친놈인가
싶었다니까.
그리고 체육쌤한테 혼나면서도 사실 화나거나 기분나쁘지 않더라 그때도 웃음이 막 나왔어
그냥 기분이 좋더라 나도모르게 막 웃음이 나와.
다른 사람이 그랬으면 짜증났을거 같은데 너여서, 너라서 그랬나봐.
맞아맞아 뜬금없는데 이 편지지 진짜 이쁘지 않냐? 니가 바다 좋다며 그래서 어제 아쿠아리움
갔을때 기념품 파는데에서 있길래 사봤어 편지도 그런김에 쓰는거야. 사실 할말도 있어서 쓰는거지만?
○○아, 있잖아 내가 제일 좋아하는게 뭐냐고 물어봤었지?
나는 그에 노랑나비라 대답했었고, 내 노랑나비는 너야.
부끄러운데 이거 고백이다. 사실 수학여행 끝나고 말할려했는데.. 얼굴보고 말하기 부끄러워서
편지에다가 쓰는거야 이거 읽고 나서 창문봐바 내가 서있을테니까.
나한테 달려와서 안겨, 안기기 싫음 뺨이라도 때려라 거절한다는 뜻으로 알고 있을게
그런데 왠만하면 내맘 알아줘라.. 나 진지하니까 말이야
많이 좋아해, ○○아.
첫댓글 바다와 벗이라 ㅎㅎ 재밋네요
친구와의애정 그런데 뜻하지않은 교통사고로인해
그친구를 잊지못하고 생각에 잠겨있는 사회초년생이 되려는 여인의 독백
마지막 수햑 여행이 될줄이야 은은 한 사랑이 아름다웠어 꽃삽 어딨지?
크 필력...
잘 보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