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고향소식이 궁금하지도 않고
좋은 소식을 기대하지도 않는다
젊은 시절에는 몇 달 혹은 몇 년만 떠나면
그 사이에 고향에서 일어난 일들을 전해듣고
놀라워하기도 하고 좋아하기도 했었다
몸 담고 살 때는 몰랐뎐 내 고항과 사람들이
그런 잠재력을 지니고 있었음을 밖에서야 깨닫고
놀라워하고 또 놀라워했었다
그런데 지금 들리는 소식은 누가 죽었다거나
망했다는 소식 외에는 다른 소식이 없다
젊은이들이 오래 전에 다 떠나서 결혼소식도 없고
농촌경제의 파탄으로 성공신화도 하나 안 들린다
다만 천수를 다 누리고 죽은 이나 그렇지 못하고
비교적 젊은 나이에 절망하여 죽은 사람까지
죽음과 슬픔의 소식뿐인데
이제 고향에 가면 누굴 만나고 뭘 바라볼까?
시골에서 S대를 합격한 뒤 미국 유학을 가서
세계 최고의 공대인 M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입지전적인 선배도 50안팎에 죽었는데
죽으면서 유언하기를 20년 후에 고향에 이장하되
이름도 약력도 일체 없는 돌 하나만 세워달라고
그렇게 유언하고 죽어서 올해 이장을 했단다
세상에나!
얼마나 허무했으면 그런 유언을 했을까?
아아, 어쨌든 이젠 어디서 희망찬 소식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수 있을까?
분명한 건 고향이 사라지고 있다는 거다
첫댓글 세월이 흐르며
고향이라는 존재가 없어지니 안타깝습니다
저도 고향에 한번가면
너무나 조용하고 썰렁합니다
어머니 산소에 성묘하고
바로 상경합니다
그렇습니다
고향에 찾아가도 반겨주는 이도 없고,
아는 이조차 별로 없으니,
고인이 되신 부모님 묘소만 우릴 반겨줍니다
그립고 안타까운 마음들을 모아
우리들의 마음의 고향을 만듭시다
지금은 친정엄마가 계셔서
자주 가는데 옛날 고향같은
맛은 없답니다
연세드신 집안어른들은
돌아가시고 귀촌한 사람들만
몇몇이 터를 답고 사시니
썰렁하지요
아, 아직 어머니께서 생존해 계시군요?
부모님마저 다 돌아가신 분들은,
그야말로 고향이 적막강산입니다
그래도 비은님의 삶의 자리에서 행복하시고
오붓한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고향도
이젠 쏼라쏼라
아바다다만 많고
어른들은 거의 요양원에
가시고
타지사람들이 와서
삽니다
여기서 60년 넘게 살아도
지금 젊은사람들은
외국인이 거의 대부분
아파트 들어서고
길 들어서고
하우스 겁나 많고
축사 무지하게 많고
지금 현실입니다
살아남기 위한 발버둥 속에
고약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보면서
안타까운 때가 한두 번이 아닙니다
현실의 몰인정과 비인간성 앞에서
자꾸 한숨만 늘어나는 우리들 세대,
그래도 어느 한 구석 희망은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