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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7장
침대에 걸터앉아 사라를 바라보던 카일의 얼굴 위로 살포시 근심의 빛이 서렸다. 꼬박 하루라는 시간을 미동조차 없이 깊은 잠에 빠져있는 그녀였다. 역시 처음부터 그리 강한 힘을 쓴 것이 무리였던 것일까. 사라는 지독한 악몽에 휩싸이기라도 한 듯 이따금씩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신음을 함께 흘리곤 했다. 카일이 그녀의 이마 위로 흐트러져 있는 머리를 슬며시 귀 뒤로 넘기며 작게 한숨지었다. 그 순간 사라의 눈꺼풀이 파르르 떨리더니 뒤이어 흐린 색의 눈동자가 모습을 보였다.
“카…일?”
고개를 돌려 익숙한 그림자를 발견한 사라가 힘겹게 입술을 떼었다. 카일은 그녀의 얼굴 위로 내려앉아 있던 손을 살포시 거두며 옅은 미소를 흘렸다.
“이제 정신이 좀 들어?”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던 사라가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며 주위를 훑어보았다. 방안을 물들이는 짙은 노을빛에 고개를 돌려 창밖을 내다보니 둥그런 해가 산 너머로 낮게 가라앉고 있었다. 하루 이상의 시간동안 잠들어있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순간, 엄청난 두통이 갑작스레 들이닥쳤다. 두개골이 으스러질 듯한 아픔에 잔뜩 미간을 찌푸린 사라가, 관자놀이를 지압하며 공중에 흩어져 있던 정신을 하나둘 긁어모으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정신을 잃기 전의 상황을 떠올리곤 벌떡 몸을 일으켰다.
“힐다… 힐다는요?”
갑작스레 몸을 일으킨 탓인지 머릿속에서 둔중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고, 카일의 모습이 두 세 개로 늘어가기 시작했다. 어둠마저 빨아들일 듯 위협적인 모습으로 다가오는 주위 풍경에 사라는 얼른 고개를 푹 숙이며 질끈 눈을 감았다.
“아직 무리하지 마.”
카일이 그녀를 침대 위로 다시 부드럽게 눕히며 나지막이 말했다. 그의 손길이 이끄는 대로 다시 침대 위에 몸을 뉘인 사라가 살짝 카일의 옷깃을 부여잡았다. 그녀의 두 눈동자 위로 드리워진 혼란을 알아차린 카일이 작게 한숨지으며 말을 이었다.
“잘 돌려보냈으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돼.”
“…묻지 않나요?”
“무엇을.”
사라의 눈빛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가 카오루스 가의 인물이란 거… 카일도 알고 있었죠.”
카일의 큼지막한 손이 사라의 볼 위로 천천히 내려앉았다. 사라의 얼굴을 어루만지던 손은 부드럽게 볼의 곡선을 타고 흘러내려, 꽉 다물어진 그녀의 입술 위를 맴돌았다.
“말하고 싶을 때, 그 때 말해도 돼.”
카일이 입술 위로 옅은 호선을 그려내었다. 사라의 존재 자체가 가장 중요한 그였기에 다른 문제들은 머릿속에 들어오지도 않는 듯 했다. 어두운 공기를 헤집던 그의 호흡이 사라의 눈꺼풀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 어느 때보다 감미로운 그의 모습에 사라는 시야를 어지럽히는 아릿한 설렘을 느꼈다.
“마지막까지 숨기게 될 지도 몰라요.”
“말리지 않겠어. 그보다….”
얇은 눈꺼풀 위에서 맴돌던 그의 호흡이 사라의 볼을 타고 흘러내려 입술 위에서 슬며시 멈춘다. 눈앞이 아찔해질 만큼의 아득한 떨림이 사라의 마음 깊은 곳에서 크게 소용돌이 쳤다. 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감정인 것일까. 붉게 달아오른 입술 위로 가볍게 자신의 흔적을 남긴 카일이 슬쩍 굽어있던 상체를 슬쩍 일으켰다.
“곧 갈증이 밀려들게 될 거야.”
사라의 얼굴 위로 흐트러져있는 머리칼을 귀 뒤로 넘기며 눈동자를 똑바로 직시했다. 사라의 칠흑빛 눈동자 뒤편으로 붉은 핏빛이 서서히 드리워지고 있었다. 그것을 알아차린 카일이 다시 몸을 숙여 사라의 입술 위로 목덜미를 가까이 들이댔다. 코끝에서 화악 퍼져 흐르는 강렬한 체취에 흠칫 놀란 그녀가 황급히 카일의 가슴팍을 밀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괜찮아요.”
“몸이 버티지 못 할 거야.”
다시 한 번 고개를 젓는 사라의 모습에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푹 내쉬던 그가 뾰족한 송곳니를 손목으로 찔러 넣었다. 날카롭게 찢긴 상처 위로 붉은 선혈이 방울방울 흘러내렸고, 흡혈 욕구를 자극하는 강한 혈 향이 차가운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여기저기로 퍼져나갔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의 갑작스런 행동에 당황한 사라가 양 손으로 재빨리 코와 입을 막았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콧속으로 스미는 짙은 혈 향은 몸 속 깊은 곳에 가둬놓았던 욕구들을 하나씩 불러일으켰다. 감추고 싶었던 뱀파이어의 본능이 되살아나 온 몸을 뜨겁게 달궈놓기 시작했다.
“오늘밤은 조금 곤란해지겠는걸.”
예민한 후각은 속일 수 없는 듯, 그 새 저택 안의 모든 뱀파이어들이 커다란 동요를 보이고 있었다. 그들의 어수선한 기척을 알아차린 카일이 작게 조소를 지었다. 그와 동시에 사라의 눈동자 위로 붉은 핏 빛이 강하게 떠올랐다. 극심하게 밀려드는 갈증으로 인해 정신마저 혼미해질 정도였다. 아직 익숙해지지 않은 몸으로 갑작스레 강한 힘을 써버린 탓이리라 여기며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러모로 곤란해지겠어.”
떨어지는 핏방울을 할짝거리며 작게 속삭이던 카일이 상처 난 손목을 입 안으로 깊게 묻었다. 어둠속에서 그의 눈동자가 날카롭게 번뜩일수록 사라는 깊은 혼란 속에 빠져들었다.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도 모자라, 시야마저 어찔하게 번져오고 있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린 그녀가 옷자락을 꽉 움켜쥐며 질끈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 순간, 혈 향이 다시 한 번 강하게 퍼져 흐르며, 입술 위로 뜨거운 감촉이 맞물려 왔다. 화들짝 놀란 사라가 재빨리 눈을 뜨며 고개를 비틀었지만, 입속을 비집고 들어온 혈은 이미 목구멍을 축축이 적시고 있었다. 뜨거운 호흡과 함께 밀려들어온 달콤한 혈로 인해, 깊이 가두어놓았던 뱀파이어의 본능이 서서히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그러나,
“날… 깨우지 말았어야 했어.”
그만큼의 두려움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간신히 붙잡고 있던 이성의 끈이 하나씩 끊어지고 있음을 깨달았다. 핏속에서 들끓는 본능을 잠재우기엔 이미 너무 늦어버린 듯 했다. 작은 탄식을 내뱉던 사라가 두 팔로 카일의 목을 휘감으며, 그의 상체를 낮게 끌어당겼다. 그의 매끄러운 목선 위로 날카로운 송곳니를 들이대는 순간까지 사라는 맘속으로 몇 번이고 되뇌었다. 더 이상은 두려워하는 것조차 사치일 뿐이라고. 자신이 물러설 수 있는 곳은 이제 더 이상 그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눈가를 비집고 뜨거운 눈물이 차올랐다. 볼을 타고 한 방울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순간, 카일을 침대로 눕히며 몸을 일으킨 그녀가 재빨리 자세를 바꿔 그의 복부 위로 올라탔다. 그의 양 어깨를 내리누르는 두 손이 미세하게 떨려오고 있었다.
“울지 마.”
입가로 옅은 미소를 띠운 카일이 손을 뻗어 그녀의 볼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후회하게 될지도 몰라요.”
“공허했던 지난 십 년보다 더 후회할 일은 없어.”
어느덧 붉은 석양이 저물어 짙푸른 어둠이 밀려들었다. 그러나 사라의 두 눈동자만은 여전히 강한 석양이 드리우는 것 마냥 짙은 붉은 색으로 빛나고 있었다. 부들부들 떨려오는 몸을 애써 진정시키던 그녀가 천천히 상체를 숙여 카일의 매끄러운 목선 위로 깊게 입술을 묻었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어두운 공기 속으로 달콤한 혈 향이 강하게 젖어들었다.
* * *
“정말 본 적이 없으신가요?”
“…네. 잘 모르겠네요.”
등줄기로 서늘한 식은땀이 송골송골 맺혀 올라오기 시작했다. 애써 얼굴빛을 태연하게 위장한 환이 다시 한 번 고개를 가로 저으며 시치미를 잡아떼었다. 점점 굳어져가는 여자의 눈동자를 보며 직감적으로 위험을 감지한 그가 뒷걸음질 치며 조금씩 둘 간의 간격을 벌려놓았다. 메마른 침을 꼴깍 삼키며 몸을 돌리는 순간, 그의 목덜미로 서늘한 기운이 화악 덮쳐 왔다.
“그럼 너에게서 내 아이의 피 냄새가 나는 이유는 대체 뭐지.”
환을 바라보던 그녀의 두 눈동자 위로 어느새 벌건 핏 빛이 가득 차오르기 시작했다. 섬뜩하게 일그러지는 여자의 얼굴에, 환은 머리털이 날카롭게 곤두설 만큼의 극심한 공포감을 느꼈다. 온 몸이 서늘하게 굳어, 아무런 행동조차 취할 수가 없었다. 어젯밤 그 아이가 자신의 주인님이라고 칭하던 그 뱀파이어가 틀림없었다. 여자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기운에 환은 직감적으로 그것을 느끼고 있었다. 점점 거세어지는 여자의 손아귀 힘으로 인해 부풀어오는 뇌를 진정시키며 다시 한 번 주먹에 힘을 실었다. 꽉 쥐어진 손바닥 위로 날카로운 금속의 감촉이 차갑게 와 닿았다.
“주머니 속에….”
붉게 빛나는 여자의 눈동자가 환의 몸을 타고 스르륵 내려왔다.
“재밌는 장난감을 감춘 모양이야.”
여자의 얼굴 위로 섬뜩한 빛이 번뜩이는가 싶더니, 그의 숨통을 조이던 힘이 살짝 느슨해졌다. 억눌려있던 호흡이 조금씩 트이기 시작했으나,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셔 보기도 전에 환의 복부 위로 날카로운 고통이 파고들었다. 순식간에 살갗을 뚫고 몸 깊숙이 침투해온 이물로 인해 그의 입가에서 거친 호흡이 절로 튀어나왔다. 모든 신경이 잘려나가는 듯한 잔인한 고통이 온 몸을 타고 흘렀다.
“과연 내 몸에 손 끝 하나 댈 수 있을까?”
소름끼칠 정도의 기괴한 웃음을 지어보이던 여자가 환의 복부에 꽂혀있던 날카로운 손톱을 이리저리로 비틀었다.
“하찮은 인간 따위가.”
고통에 파묻힌 그의 고함소리가 주변을 가득 메웠고, 후각을 자극하는 피 냄새에 여자의 눈동자가 더욱 짙게 빛났다.
“그렇게 소리쳐도 아무도 안 와. 아무도 못 올걸?”
잔인한 웃음을 흘리던 여자가 환의 귓가에 나지막이 속삭이며 그의 복부에 박힌 손톱을 쑤욱 빼내었다. 고통에 일그러진 환의 신음소리와 함께 붉은 선혈이 주위로 낭자하게 튀어 올랐다. 목덜미를 움켜쥐던 여자의 손에 힘이 풀리자마자, 환의 몸뚱이가 힘없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길게 뻗어있던 여자의 손톱은 언제 그랬냐는 듯, 이미 본디의 상태로 되돌아 와있었다. 환이 어찔하게 번져가는 정신을 힘겹게 붙잡으며 고개를 들어 여자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손에 들려있는 총알은 고작 한 발. 쉽사리 행동할 수 없었다. 여자의 말대로 손끝하나 스치지 못한 채 처참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주종관계를 맺은 뱀파이어라는 것은 즉, 그녀가 상위계급 이상의 뱀파이어라는 것이었다.
“아까부터 인기척 없었잖아. 눈치 못 챘어?”
흠칫 놀라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환을 내려다보며, 손에 묻어있는 피를 혀로 스윽 핥았다. 하지만 혀끝으로 붉은 피가 흥건히 젖어드는 순간, 여자의 얼굴이 미묘하게 일그러졌다. 번뜩이던 여자의 두 눈동자 위로는 그새 술렁임의 빛이 들어차고 있었다.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갸웃거리던 그녀가 환의 모습을 하나씩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인간, 너….”
상처를 꾹 부여잡은 환이 비틀거리며 몸을 다시 일으켜 세웠지만, 여자는 여전히 혼란에 휩싸인 모습이었다.
“설마 카류엘 가의….”
여자의 얼굴엔 무언가를 망설이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그 조심스런 말을 다 잇기도 전에, 그녀의 뒤로 엄청난 속도의 그림자가 덮쳐왔다. 눈으로 쫓는 것조차 불가능할 만큼 재빠르게 다가온 그림자는 어느덧 여자의 목덜미를 거세게 움켜쥐고 있었다.
“쓸데없는 잡담은 삼가주는 것이 좋겠군.”
“히, 힐다…님?”
위협적인 목소리가 어두운 공기 속으로 낮게 가라앉았다. 갑작스런 상황에 화들짝 놀란 여자가 커다래진 눈으로 힐다와 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묘한 향을 풍기는 환의 피가 마음에 심히 걸렸지만 더 이상 아무런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목소리만큼이나 위협적인 힐다의 눈빛을 알아차린 탓이었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던 그녀가 동요하는 눈빛을 거두며 살짝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그 순간, 그들 사이로 서늘한 저녁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일부로 저녁때를 노린 건가.”
아무런 대답도 잇지 못하는 여자의 모습을 보며 힐다가 작게 한숨지었다.
“방금 전의 일은 머릿속에서 지워줬으면 좋겠어.”
여자의 목을 움켜쥔 손을 거두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한 발짝 뒤로 물러선 힐다가 손목을 감싸 쥐며 곁눈으로 환을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 것도 눈치 채지 못한 듯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었다. 둘을 향해 짧게 묵례하던 여자는 재빨리 어둠 속으로 몸을 감추었고, 푸른 어둠 속엔 그 둘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괜찮으신가요.”
환에게 한쪽 손을 내밀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런 힐다를 바라보는 환의 두 눈동자엔 경계심이 가득 들어차있었다.
* * *
저택 안의 모든 기척이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여간해선 맡아보기 힘든 카일의 피 냄새가 저택 곳곳으로 진하게 퍼져 흐르는 탓이었다. 침대에 누워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고 있던 제아룬이 살짝 조소를 머금었다. 그녀가 드디어 뱀파이어의 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어젯밤, 저택 안에서 커다란 힘의 충돌이 있었다. 카일의 힘을 억누른 또 다른 힘은 틀림없이 그녀의 힘이었다. 제아룬은 그 힘의 주인이 사라임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전에 이미 한 번 느껴본 적이 있는 기운이었다.
‘왜 그러세요?’
‘방에 놔두고 온 물건이 있는 것 같아요.’
‘같이 가 드릴까요?’
‘아뇨, 괜찮아요. 요 앞인데요, 뭘. 금세 갔다 올게요.’
내색하지 않았지만 그 순간, 제아룬 역시 카오루스 가의 기척을 선명히 느꼈다. 그 기척이 몇 년 전, 스치듯 만난 적이 있던 힐다의 것이라는 것 역시 알아차린 후였다. 힐다를 아는 자라면, 그녀가 사라의 측근이었단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었다. 그것을 모를 리 없던 카일이 힐다를 공격하려 했다는 것은,
역시, 그녀의 본능을 끌어내기 위함이었으리라.
사라의 진정한 각성을 위해, 그는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산해놓고 있던 것이었다. 그녀의 기척에 이끌려 힐다가 이 저택까지 오게 된 것도 어쩌면 그의 계산 중 하나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살짝 미간을 찌푸리던 제아룬이 커다란 한숨을 푹 내뱉었다. 그는 대체 어디서부터 계산을 시작해놓은 것일까. 이리저리 몸을 뒤척이며 깊은 상념에 젖어가고 있을 무렵,
“제아룬, 여기 있어?”
닫혀있던 문이 벌컥 열리며, 익숙한 목소리가 어두운 침묵 속으로 크게 울려 퍼졌다.
“문짝 부서지겠다, 헤레이스. 살살 좀 다녀.”
“아니, 지금 그게 문제가 아냐. 이거 카일님 피 냄새 아냐?”
다급한 그의 목소리에 제아룬은 그제야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급하게 달려온 모양인지 항상 말끔히 정돈되어 있던 그의 금빛 머리칼이 이리저리 헝클어져 있었다. 겉옷조차 풀어헤친 채 문 앞에서 우왕좌왕하는 모양새가 퍽이나 우스꽝스러워 제아룬은 실소를 금치 못했다.
“지금 웃을 때가 아니잖아! 카일님의 피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는 건….”
“알아.”
헤레이스의 말을 중간에 가로챈 그가 웃음을 머금던 입술을 싸늘히 굳히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가 본래의 힘을 되찾고 있다는 것이겠지.”
차갑게 굳어진 그의 얼굴 위로 어슴푸레한 어둠이 내려앉았다. 골치 아프다는 듯 머리칼을 마구 헝클이던 헤레이스가 작게 한숨지으며 조심스레 방문을 닫았다.
“카오루스 가도 움직이기 시작했어. 이젠 정말 시간이 없다고.”
근심이 한껏 배어있는 그 말에도 제아룬은 대답 대신 그저 고개만을 끄덕였다. 쉽사리 말을 잇지 못하는 그의 모습에 헤레이스의 입가엔 쓴웃음이 피어올랐다.
“혼란스러운 모양이구나.”
헤레이스가 제아룬의 머리칼을 살짝 헝클이며, 그의 옆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다.
“조금은 잔인하게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제아룬의 얼굴빛을 살피던 그가 침대 위에 풀썩 몸을 누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너한테 이런 혼란이 찾아온 게, 난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해. 네가 가려는 길의 끝에는 비참한 파국만이 남아있을 테니까. 너한테 만큼은 그 파멸의 끝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거든.”
헤레이스의 공허한 눈빛이 천장에서 맴돌았다. 방안으로 들어찬 어둠이 점점 짙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것이 마치 둘에게 남겨진 미래의 형상인 것 같아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이마 위로 팔을 얹어놓으며 지그시 눈을 감는 순간, 침대가 다시 한 번 풀썩였다.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니 침대에 몸을 누인 제아룬이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 모든 원인은 결국, 다시 그녀인가. 제아룬의 입가 위로 자조적인 웃음이 피어올랐다. 그동안 쌓아왔던 모질고 냉정했던 마음들이 하나씩 부서져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답답한 마음을 진정시키지 못한 채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그가 옆으로 몸을 뒤척였다. 하지만 그 순간, 헤레이스가 매섭게 굳어진 눈빛으로 방문을 쏘아보며 몸을 일으켰다.
“왜 그래, 헤레이스?”
“누군가 우리의 말을 엿듣고 있었어.”
화들짝 놀란 제아룬이 침대에서 튕겨 올라 벌떡 몸을 일으켰다. 날카롭게 빛나던 헤레이스의 눈동자가 붉게 번뜩였고, 그와 동시에 굳게 닫혀있던 방문이 벌컥 열리며 차가운 바람이 거세게 밀려 들어왔다. 그 바람 속에는 희미했지만 분명 다른 누군가의 기척이 섞여 있었다.
잔인한 선택의 기로에서, 제아룬의 마음이 갈대처럼 휘날리기 시작했다.
인물표 카푸치노님, 이름표 모로미님 제공
정말 오랜만에 찾아 뵙습니다ㅠㅠ 잘 지내구 계셨는지요
작가말을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번주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연거푸 일어나는 바람에
업뎃이 이리 늦어지고 말았답니다 흑흑 대신 이번편의 분량을 마구마구 늘려서
가져와 보았답니다 @.@ 지금까지 쓴 것들 중에서 분량이 제일 많아요 흐옹
그러니 촘만 용서해주셔요 ☞☜
사실 6편도 슬럼프 때문에 업뎃이 많이 늦어졌었는데..
아시나요? 저 그 때 엄청나게 감동 먹었었단 사실을 T_T
느린 연재에 지쳐 다들 등 돌리실 거라 생각하고 있었는데 우아...ㅠㅠ
댓글로 막 익숙한 분들의 닉네임이 하나둘씩 올라오는 거 있죠
진짜 엄청난 감동이었습니다ㅠㅠ 저의 감동을 말로 다 표현할 순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제 맘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진심으로 완전 감사했습니다ㅠㅠ (T T) (_ _) (T T) 꾸벅
B˝라나에 Staff/율하 지유리 최설희 너희생각중 Esperanto 오즐 dhtndk 종로
로맨스고양이 유애비화 주찡 호야호야링 모로미 별이해삼 쀼잉뿌잉 초보마법사 Ms.배즙
형은노는중 와일드 미친존재감이라서 YUK현아35 누리앙 황천
( + 추천 눌러주신 16분)
글을 쓰는 것에 깊은 회의를 느끼고 있을 때, 저에게 맘 편한 쉼터를
제공해 주신 한그루의 나무 같은 분들입니다 ☞☜ 애정합니다
(+ 작가말에 애정어린 위로글을 남겨주셨던 분들도 모두 애정합니다)
업쪽 = 댓글
업쪽을 원하지 않는 분들은 댓글 앞에 X자를 남겨주세요.
가? 난또 환이도 뱀파가 되는건가 아님 환이는 이제 마지막인가하고 막장을 상상하고 있었죠히힛 거기서 힐다가 나타날거라고는 예상못했는데 뙇!!!나타나다니 환이는 불사조닼ㅋㅋ카일이 사라를 바라보는 눈빛이 마구 상상가서 설레우앙굳..사랑스러운 눈빛을 마구 쏘겠지?으악 나왜 느끼니ㅋㅋㅋㅋㅋㅋ카일도비밀 사라도비밀 제아룬도 비밀 환이도 비밀 정체모를 기척도 비밀!!!아고아고 머리가 터지겠소..그래도 이번편은 그런거 다재껴두고 그냥 혼자흐믓흐믓가숨이 벌렁벌렁 어서 카일과사라의 진도가 퐉퐉올라가길!!이제 금방그런날이 오겠지?나는 분량불만이오!!더길게더더더더길게해줘!!한번빠지면 벌써 작가말시간이야ㅠㅠ그건 내잘못이
겠지?너무 빠져들면안되겠어!!ㅠ_ㅠ추천추천눌렀긔!어서 8편들고 오시오!!
애정하는 주찡님! 엄호낭 *.* 베드신인냥 부끄부끄 해주셨다니! 저 말이 전 왜 이로케 좋은 것일까요 애정씬을 쓰는데 많은 애를 먹고있는 와중에 저런 말을 들으니 더 좋은 모양입니다ㅠ.ㅠ 환이는 죽지 않았어효 결정적인 순간에 힐다가 뙇!! 환이를 불사조로 만들어버리겟숴여 흐흫 찡이의 댓글을 보니 정말 불닭은 모든게 비밀이었근여 @.@ 쓸때는 차마 인지하지 못했었는데 저렇게 정리해놓은 것을 보닠ㅋㅋㅋ 완전 비밀투성이! 카일과 사라의 진도가 어서 퐉퐉 나가야할텐데 말이에용! 카일의 눈빛을 느껴주다닛 *-.-* 함께 느껴요, 우리 캬컄 이번편 분량 엄청 긴거엿는데ㅠ.ㅠ 핰 앞으로 이 한몸 더더더 불사질러야겠근여
(X)그녀의 본능이 눈을 뜨기 시작했나 보군요...+_+ 그럼 그녀의 본래 힘이 완전히 돌아온다면...카일이랑 비슷한 힘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요...아니면 카일보다 더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오호~~ 너무너무 재미있게 7편두 너무 잘 읽고
갑니다요~~ 전 항상 추천과 댓글로 발자취를 남기고 가니까~~ 굳이 죄송스럽게 쪽지는 안보내셔두 괜찮아요^^
워낙에...쪽지로 안좋은일을 많이 겪어봐서... 거부상태로 설정해놨거든요...~ 그점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 꾸벅!
그럼 다음 8편을 기다리며 이만 댓글 슝슝~~~~ㅎㅎ
애정하는 YUK현아35님! 사라의 본래 힘이 돌아오구 있어용 *.* 흐흫 그 힘은 어느 정도 인 것일까요 이것두 아마 사라의 과거와 연관이 되는 것이겠죠? 사라의 과거도 얼른 화악 들춰내야겠어용 그래야 사라도 시원스레 힘을 쓰겠지요 쿄쿄 힘 센 여주가 좋아요ㅠ.ㅠ 절대 여리여리하게 냅두지 않겠어욬ㅋㅋㅋㅋ*.*
하양 시엘라님 너무나 보고싶어써요 ㅠㅠㅠ 지금 시험대비 기간이라 컴 하기가 눈치가 보여 이제야 와요 ㅠㅠㅠ 스마트폰로 열심히 댓글 쓰는데 취소가 눌려서 몇번이나 다시 써요 ㅠㅠ 추리력?이런 게 없는 저는 이 소설이 완결이 나야 이해할듯싶어요ㅠㅠㅠ 이제 막 싸우고 그러는 건가요 ㅠㅠ 다음편 기대하고가용
애정하는 누리앙님! 핰 저도 너무나 보고싶었어요!ㅠ.ㅠ 시험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으로 요로콤시 찾아와주시다니 게다가 몇 번이나 댓글을 다시 남겨주시다니!! 흑흑 저에게 이렇게 감동을 주셔도 되는건가여ㅠ.ㅠ 누리앙님이 쉽게 이해할 수 있게 앞으로 슈르륵 과거의 일도 들춰내보도록 하겠습니당!
제가 저번에 9월은 작가님을 못 찾아뵐 것 같아요 라고 댓글 올렸었었는데, 기억하시는지요. 그래서 업뎃일이 한~참 지난 후인 지금에서야 글을 보고 댓글을 씁니다. 이번편도 역시나 너무나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역시 내용이 탄탄해서 보는 내내 너무나 기분 좋았습니다. 하지만 이 글 업뎃 하신지가 꽤 되신 것 같은데 그리고 제가 작가님을 댓글로 만나뵌지가 꽤 된 것 같은데 아직도 1편만 업뎃이 되어있어서 조금‥‥; 당황했어요 물론 작가님도 많이 바쁘셔서 그러시는 것이겠지만 또한 주제도 주제인지라 쓰시기 힘드시다는 것을 알긴 알지만 흙 이 글이 업뎃되기를 기다리는 독자로써는 조금 당황스럽네요
하지만 이번편 내용은 꽉 꽉 차있는 것 같아 보기 좋았습니다. 다음편 기다릴게요. 정말 사라와 환의 진정한 정체가 무엇인지 무척이나 궁금하네요
애정하는 형은노는중님! 흑흑 제 연재주기가 많이 느리긴하지요ㅠ.ㅠ.. 그 점에 대해서 항상 죄송스럽게 생각하는데.. 그러면서도 왜 맘대로 안되는 것일까요 흐엉 제 멍청한 머리가 그저 한스러울 뿐입니다 매번 오래 기다리시게 해서 정말 죄송한 맘 가득입니다 성연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볼게요! 이번편을 보면서 기분이 좋아지셨다니ㅠ.ㅠ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써보길 잘했다는 생각이 마구마구 든답니다 언제나 저에게 글 쓸 힘을 불어넣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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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하는 미친존재감이라서님! 헉헉 그동안 야간 알바를 하고 계셨던 거군요ㅠ.ㅠ 밤에 제대로 주무신 적이 없으시겠어요 힝 그런 와중에도 불닭에 매번 찾아와주셨다니! 게다가 저의 소설을 무한대로 기다려주신다니..☞☜ 왠지 힘이 펄펄 나는데용! 힛 미친존재감님이 계셔서 어찌나 든든한지 모르겠습니당 항상 넘 감사드리구 정말 애정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