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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원의 무저갱에 가 봤냐고? 가 봤다. 최심부의 녀석들도 다 봤지. "
[모든 무공이 인간을 확실하게 해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항상 인간성을 유지하면서 배워 써라는 비급에 없는 뜻이 있거든.]
" 그런 말도 내가 했지, 하필 상대가 상대라서 이쪽이 논리에서 져버렸지만. "
차원의 무저갱 최심부. 몸만 인간이지 인간 말종보다 더하거나 인간이 아닌 녀석을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지워 없애버리는 것도 얼마든지 해온 로그노리아 자신조차도 학을 떼는 악인들이 넘친다. 이런 데 들어올 만한 자들은 얼마 없었다. 그나마 있었다면 스피어라던가, 천존이라던가. 세상 전체가 인정하는 자들이어야 했다. 물론 사하람 계는 제외다. 만약 아크니트가 이곳에 발을 들인다면, 그 순간 자기 부모를 이곳에서 풀어주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것임이 뻔했다. 가면 갈수록 강력해지는 그 군사력을 견제하는 수 많은 집단이 있음에도, 이곳으로 오는 길을 찾기 위해서 무슨 짓이든 한다.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있다면 당장에 제국 총 전력을 쏟아부을 녀석이다.
" 아크니트가 이곳에 도착하면, 모든 게 끝날 거다. 라는건 다들 알더군. "
아크니트라는 네 글자에, 두 명을 제외한 모든 악인들이 기겁한다. 그들에게도 무서운 이름. 아크니트가 얼마나 무서운 존재인지야 한 둘의 증언이 있던 것이 아니다. 그들 중에 아크니트에게 죽은 자들의 경우엔 더더욱 공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손에 꼽히는 강력한 세력인 적월대의 수장 김현성, 마스터즈의 박찬수를 비롯한 이 최심부의 사악한 초인들조차도 자신들의 위로 인정하는 강자들이, 아크니트 넉 자에 어떤 반응을 보였는가 감안하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당장 로그노리아도 죄업의 탑에서 아크니트와 잠시 맞붙고, 어떠한 느낌이었던가.
" 이해하지 못할 것은 아니었지. "
치하라 린카의 말마따나, 우리 모두의 생각보다도 강했다. 강함의 새로운 지평이 보였다. 그 정도였다.
" 얼굴이야 알고 있다만, 이 길고도 긴 시간이 지나고도 여전하군. "
차원의 무저갱 최심부, 그 중에서도 둘만을 위한 공간이 있었다. 다른 악의 초인들조차도 범접하지 못하는 공간.
이 둘이라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었다. 처음부터 백마검 흑섬을 꺼내서 붙었으니까.
" 오랜만이라고 할 사이는 아니지만, 여전하군, 티오. "
" 로그노리아, 인가. "
그녀의 상징과도 같았던 검은 없지만, 그럼에도 전혀 변하지 않은 모습. 목소리. 그리고 그 진혼까지.
" 당신 정도의 녀석이 이곳에 온 이유는? "
설득 같은 걸 하기 위해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 둘이 자신이 묻힌 피에 대한 참회를 할 녀석들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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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자 로그노리아. 등록 완료. 뭐 당신 정도면 허가 대상이다. 스피어나 천존 마냥. "
[모든 무공이 인간을 확실하게 해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항상 인간성을 유지하면서 배워 써라는 비급에 없는 뜻이 있다.]
" 널 상징하는 말이지. "
" 부정하지는 않겠어. "
천마족 루시페러렐, 또는 듀네가르 라고 불린 이 자는 로그노리아도 알던 녀석이었다. 물론 로그노리아의 힘은 듀네가르를 한참 능가하니까, 별로 내색하지는 않는다.
" 그 둘을 보러 온 거겠지. 하지만 조심하도록. "
" 날 걱정하다니. 그래도 그때보다야 나아진 것 같군. "
" 진지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 둘과 직접 붙었으니 말할 필요는 없지만, 혹시나 해서. "
그 둘과의 대화만으로도 정신이 나가버리는 경우도 많다. 게다가... 박찬수라는 최악의 사례 때문에 조심을 기할 수 밖에 없다. 박찬수 같은 놈이 여기 와서 그 둘을 풀어주기라도 했다간.... 어떤 일이 일어날 지 모르는 것이다. 박찬수에게 이곳의 방문을 금지시켜야 한다고 한 스피어의 선견지명에, 스피어의 입지를 도저히 막을 수가 없는 게 낫지, 그런 최악의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런 변수를 없애야 하는 강박이다. 물론 로그노리아에게 여기까지는 이해의 영역 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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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다지 무슨 목적으로 온 건 아니다. "
" 여기까지 오는게 당신이라도 쉬운 일은 아니지 않아?
아무런 목적도 없이 이런데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목적이라고 여겨질 만한 대상이 있고, 아닌 대상이 있다. 로그노리아는 후자다. 그 정도로 평가되는 녀석이다.
티오를 평하자면, 무공이 인간과 인간성을 어떻게 해할 수가 있는가의 끝에 있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 어이 로그노리아 형씨, 우리도 우리가 나쁜놈인거 다 알지만, 저 여자는 여기서 왜 탑으로 불리는진 잘 알면서 재미없게 이러진 맙시다? "
" 힘이란건, 그 자체 만으로도 사람을 악에 물들게 하지만, 여기의 기준으로도 저 둘이 왜 그 극단인진 당신도 알잖소? "
무저갱 내의 다른 악인들 중에서도 손에 꼽히는 녀석들이다. 로그노리아 자신도 누군지 알 정도의 녀석들. 역대 사하람 제국 기사단장들과도 싸워서 졌을지언정, 살아돌아갈 정도의 실력자. 미드나이트의 사령상장군 에이시어 아조테논 정도는 장난으로 보일 만큼 엄청난 실력자들이다. 로그노리아가 척 보기에도 소드 디스트로이어 중급에 가까운 실력자. 그 강함에 비례하는 악을 가진 자들이다. 보기에 역겨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 경지까지 이른 악인들이 다 그렇듯. 누군가에게 좋은 행적도 한 적이 있는 놈들이다.
" 역시 소드킬러나 소드컨쿼러 급 강자들과는 이런 면에서도 격이 다른가. 그래서 더 악한 놈들이지만. "
" 여기의 윗대가리들도 인정하는 건, 우리들 전체보다도 저 둘이 더 악하다는 점이야. 오죽 저렇게까지 격리를 해 놧을까? "
기분나쁘게 말하는 거지만, 틀린 말은 아니다. 그 정도로 그 둘의 악성이 압도적이란 것.
" 소중한 것을 지킬 수 있도록 항상 인간성을 유지하면서 무공을 써라... 그 논리대로라면, 나 역시 그에 충실한 거라고 할 수 있을텐데? "
웅성웅성거리는 소리는, 티오의 말에 멈추었다.
" 와 뻔뻔한거봐. 저걸 저렇게 말한다고? "
" 자기 애 지킬려고 고아 만들거나 일가족 몰살시킨게 얼만데. "
" 뭐 시발 박찬수처럼 저 류도보고 상남자 거리는 미친 새끼들도 있다지만... "
곳곳에서 이 둘에게 학을 떼는 말들이 들린다. 익숙하다. 그러면서도 티오는 그런 말들을 전혀 신경쓰지 않는다.
" 그럼 질문, 난 아크니트를 구하기 위해 세계를 죽이는 검을 휘둘렀어. 그 무엇보다도 소중한 아크니트를 구하기 위한 검은, 로그노리아 너의 기준으로도 '인간성'에 들어가는 걸텐데, 어떻게 생각해? "
흠칫.
고민되었다. 티오의 말에 긍정하면, 로그노리아 자신의 논리로도 티오를 긍정해야 했다. 그렇다고 티오의 말을 부정하면? 그건 모성애 자체를 부정하며, 인간성을 세계라던가 더 큰 가치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그 역겨운 욱일 놈들 생각나는 전체주의를 옹호해야 한다. 부정하는 것은 로그노리아의 선택지에 없었다. 그렇다고 침묵하는 것은 티오의 말을 부정하지 못하는 것, 긍정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 제 1차 신마대전은... "
그렇다. 안다. 제 1차 신마대전은 아크니트를 구하기 위한 사하람의 싸움. 세계를 구하기 위해 아크니트를 죽이라고 말하며 아크니트를 죽이려는 자들에게, 아크니트를 구하기 위해 세계에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긴 검. 가장 인간적이었기에,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 악행들을 자행한 검.
" 뭐, 예상했다. 알카레스 건에 대해서 조금의 후회도 하지 않을 터니. "
" 후회? 넌 살충제를 뿌려서 벌레를 죽이는 것에 일일히 후회라는 걸 해? "
가장 인간적인 이유로, 가장 인간적이지 않은 악행을 수도 없이 해 온것들 중에서도 정점에 이른 일. 잔혹함으로는 카드밀리아 역사 전체에서도 가장 잔혹했던 사건. 그 스피어가 1초도 못 버티고 구토하고, 반은 창백해진 얼굴로 주저앉고, 박찬수조차도 전율이라는 놀람과 내색하지야 않았겠다만 공포라는 것을 느꼈으며, 노율한국당의 손백훈 역시 나라도 싸움걸러간다 했을 정도의 일. 적월대의 류하영이나 그냐우이의 아멜리 샬레의 반응 역시 로그노리아 정도의 녀석이 모를 리가 없다. 거기다 조혁진조차도 알카레스 건에 대해선 이건 좀... 하며 충격적인 반응이었다.
그걸 다 알아도, 면전에서 직접 듣는 것에서는 놀랄 수 밖에 없다. 자신이야 흠칫하며 놀라는 정도였지만, 주위의 녀석들은 어떤가, 소드 디스트로이어 급 강자들이 즐비한 이곳에서조차, 류도의 방금 한마디에 평정을 유지할 수 없을 정도로 놀라거나, 벌벌 떨거나, 구토하거나, 머리를 잡고 비명을 지르거나 할 정도였다.
알카레스 대학살은, 이런 녀석들에게도 그 정도의 사건인데도, 류도는 그 건을 해충 박멸 말하듯 아무렇지 않게 말한다. 티오 역시 그와 다를게 없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해가 갔다. 이해가 가선 안되는데, 이해가 갔다.
" 아크니트를 죽이려 하는 벌레가 하나의 세계라면, 그 세계의 모든 것을 죽이는 것과, 벌레를 방역하는 게 뭐가 다르겠어? "
그런 식으로 사람을, 존재를 죽이는 것은 로그노리아도 미트라도, 신남규나 억생의 세명도, 하얀 패자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 식으로 살검을 들진 못한다. 이게 그 너머의 강자들이니까 가능한 것이라 하기에도 반례가 없지 않다. 당장 조혁진이 그렇다.
" 길게 말해봤자 추할테니, 결과부터 말하지. 이번만큼은 논리에서 내가 졌다. "
길게 말할 것도 없다. 그들에게 아크니트보다 더 소중한 것이 있다고 강요할 수 없다. 아무리 그들이 미쳤다고 해도, 그들에게 아크니트보다 더 소중한 가치를 위해 아크니트를 희생하라고 할 수야 없다. 논리에서 지는 게 낫지, 아크니트가 죽었어야 한다고 말할 수야 없었다. 로그노리아조차도.
문득 그것이 생각났다.
" 옥황상제 염라와 마법소년의 대담이 그래서였군. "
마법소년 초제국의 신황, 마법소년 진의 세력은 규모만 따지면 카드밀리아 최대 세력이었다. 죽었어야 할 자를 자신의 신도로 영원히 살게 하는 비술은, 옥황상제 염라의 사후세계 영역마저 침범했다. 사면전쟁 이후에 이미 더 이상 세력적으로 어찌할 수도 없었다.
" 멈추라는 말은 듣고 싶지 않다. 네깟 놈이 내 구원과, 내 이상에 왈가왈부할 자격이나 있나. "
마법소년에 대한 그의 시선은, 제우스와 하데스가 시시포스를 보는 것과 비슷했다. 타나토스를 납치해서 감금하여 세상에 죽음을 없앤 세상의 오점. 운명의 세 여신, 클로토, 라케시스, 아트로포스는 운명의 실이 헝클어진다고 했던 그런 이야기.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마법소년 초제국은 신들조차도 범접하지 못한 초강국이고, 사하람 제국이라는 세계 최강 세력의 뒷배가 있었으며, 마법소년 진의 광기는 그들의 이해 너머의 경지에까지 달했다는 것이다.
염라는 하랄없이 물러낫어야 했다. 협박이건 회유건 통하는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가 있다. 그것만을 실감한 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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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깨끗하게 지셨더만. "
" 이번만큼은 부정하지 않도록 하지. "
" 저들의 아크니트에 대한 사랑은, 무한이란 말로도 부족하군. "
" 그게 저 둘에 대해선 이쪽도 반정도 포기한 이유다. 말이 통할 상대가 아닌데, 그나마 그 말들이 일리가 없지도 않아. "
듀네가르 루시페러렐의 말에 로그노리아도 한숨을 쉬며 납득했다.
" 여태까지의 악의 초인들과는 달랐다. "
" 그거야 제국 건국때부터 알 수 있었지. "
" 차라리 신남규가 말이 더 통할 지경이야. 걔는 이해의 영역 안에 있었다면, 저 둘의 마음은... "
" 정말 간단하게 생각하면 간단해. 지 자식 지키려는 부모다. 자식보고 부모가 죽으라고 할 순 없잖냐? "
" 그거야 그렇지. 나도 애아빠라서 그건 알아. "
" 사하람 제국 이전에, 마법소년 교단조차도 현세의 그 잘난 놈들이 고전하고 있다. 너희도 포함해서 말야. "
적월대, 마스터즈, 외부자, 한월대, 그냐우이, 집행관부터 반세련의 반진파들, 세계수, 쥐덫, 반진연합 기사단 등 반진연합의 총 세력 합을 생각하면 마법소년 교단이 얼마나 많은 세력들과 적대하면서도 수천년간 이 세상에서 군림해왔는가를 알 수 있다.
" 그럼 하나 더 말하지. 악과 광기의 영역에서도 아닌 건 아니다. 그건 왠지 알지? "
" 이건 또 얼마만인가. 스피어. 잠시 시간을 냇군. "
" 아아, 당신 정도의 녀석이 왔다는데, 나라도 그냥 있을 수야 있나. "
스피어와 로그노리아, 둘은 서로를 보며 동질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이상의 이질감을 느꼈다.
" 여행지 선물 같은 걸 바랄 수야 없다만, 오랜만에 당신을 보니 느낌이 새로워. "
" 로그노리아 넌 여전해서 그런 느낌도 안 든다만. "
주고받는 말에, 가시는 없었다.
" 뭐, 아무리 그래도 박찬수보다 더한 놈이 있진 않겠지. 하 빨리 박찬수 위석 파킨시키고 싶은데. "
왼손에 잡은 그의 창이 떨릴 정도로, 스피어의 심기가 좋진 않았다.
" 너무 부정적으로만 생각하라곤 말하지 않겠다만, 그래도 박찬수보다 더한 놈은 없을거라 생각해. "
형식적으로는 더할나위 없는 말이였다, 그랬다. 그리고 현재에는 사실에 가까웠다.
그러나 그것이 사실이 아님을, 박찬수보다 더한 놈이 나와서 정말 스피어가 대노해서 이 사후세계를 뛰쳐나갈 뻔한 일이 생김을 로그노리아가 알 때는, 그 자신도 어이없어하며 이런 놈도 있을 수가 있냐는 생각이 들고도 남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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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싶은건 좋습니다만, 무얼 알고 싶은지 말하지 않으면,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