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도희야>(2014)를 보고 ‘소수자 얘기를 잘하는구나’ 하며 점찍어둔 정 감독에게 연락했다. 흔쾌히 수락한 정 감독은 소설과는 상관없이 실화 자체에 대한 기사와 시사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SBS), 르포 책 <열여덟, 일터로 나가다>(허환주),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은유), <교복 위에 작업복을 입었다>(허태준) 등을 참고해 독특한 구조의 트리트먼트(영화 얼개를 정리한 글)를 가지고 왔다. 지금의 완성작처럼 현장실습생 소희가 겪는 이야기의 1부와 형사 유진이 소희의 흔적을 쫓는 과정의 2부로 나눈 구조였다. “주변에선 미스터리 구조나 장르물 등 상업영화 모양새로 해야 한다고 조언했지만, 저는 그 트리트먼트가 마음에 들었어요. 어느 한쪽의 잘못으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경계에 서 있는 주변인의 상황을 여과 없이 보여주면서도 영화적으로 잘 표현한 것 같아서였죠. ‘이대로 갑시다’ 했어요.”
정 감독과 <도희야>를 함께했던 배우 배두나가 유진 역에 캐스팅되면서 외부 투자도 받을 수 있었다. 김 대표의 돈 2억3000만원, 영화진흥위원회 독립영화 제작 지원금 2억7000만원에다 한국모태펀드 등 2개 기관의 투자금 약 10억원이 더해졌다. 그렇게 총제작비 15억원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기대 안 했던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고, 미약하나마 국외 판매도 이뤄져 고무됐다.
영화 <다음 소희> 스틸컷. 트윈플러스파트너스 제공하지만 국내 개봉은 또 다른 문제였다. “대형 배급사 등 여러 곳에 문의했지만, 잘 안됐어요. 결국 개인적으로 알던 배급팀을 통해 직접 배급하게 됐죠. 다행히 2월8일 개봉 당시 500개 넘는 상영관을 잡을 수 있었어요. 하지만 일주일 뒤 3분의 1로 줄었죠. 점점 더 줄어서 지금은 얼마 안 되는 상영관을 지키고자 노력 중입니다.”
영화에 대한 호평과 입소문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개봉 19일째인 26일까지 누적 관객수는 8만5000여명(영진위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기준)에 그쳤다. 이날 현재 스크린 수는 115개, 상영 횟수는 146회다. “극장이나 대중을 탓하고 싶진 않아요. 미디어와 영화 보신 분들의 호평과 관심에 감사할 따름이죠. 다만 걱정은 모태펀드의 선량한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히는 겁니다. 최소 20만 관객은 들어야 부가판권 매출까지 더해 손익분기점을 맞출 텐데, 쉽지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