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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우현이 재휘의 집에 신세를 지게 된지도 여러 날이 지나고, 재휘의 부모님과도 이제는 어색하지 않아진 어느 날. 재휘의 부모님은 모두 직장에 출근을 하시고 재휘는 잠시 학교에 볼일이 생겨 외출했다. 집에는 우현 혼자 남았지만 이제는 정말 자신의 집처럼 편안하게 있을 수 있었기 때문에 별다른 걱정은 없었다.
작년 12월, 입원한 우현 때문에 정신없는 학기말을 보내던 재휘는 그 와중에도 Sound Track의 다음해 부장을 맡았다. 나서서 하려고 했다기보다는 혼이 빠져있는 재휘를 친구들이 부추겨 재빨리 재휘의 이름 석 자를 적어 제출해버렸다는 것이 맞겠지만, 아무튼 덕분에 방학인데다 모처럼 보충도 하지 않았음에도 재휘는 겨울동안 여러 번 학교를 오가야 했다.
지난 며칠 동안은 재휘가 외출할 경우 우현이 집에 혼자 남아있어야 했기에 미뤄두었지만 이제는 괜찮다 싶었는지 외출을 감행했고, 따라나서려던 우현은 찬바람이 목에 좋지 않을 거라며 단호히 말하는 재휘의 말에 두 손을 들었다.
아직 점심시간도 되지 않은 이른 시간이었지만 매일 함께 있던 재휘가 없자 무료해진 우현은 하릴없이 티비 채널만 돌리고 있었다.
-삐삐삐삐삐 띠리릭
그때 도어록이 열리는 소리가 나고 우현은 재빨리 현관 앞으로 마중을 나갔다. 재휘가 돌아오기에는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이미 나간 지 2시간이나 지났기에 별 의심 없이 현관과 복도 사이의 미닫이문을 열었다. 하지만 현관으로 들어선 이는 재휘가 아닐 뿐만 아니라 양손에는 커다란 짐을 두 개들고 등에도 큰 무언가를 메고 있는 처음 보는 남자였다.
“어, 누가 있었네. 재휘냐? 이것 좀 받아봐”
어어 하는 사이 우현은 상대가 내미는 짐가방을 두 개나 받아들어야 했고, 상대가 신발까지 벗고 집안에 들어선 다음에야 얼굴을 확인 할 수 있었다.
“너 학교 안…가… 누구냐 넌?”
자연스럽게 집안에 들어서던 상대방이 우현의 얼굴을 확인하더니 순식간에 낯선 이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다. 우현은 상대의 얼굴을 보고 일전에 사진으로 봤던 재휘의 형임을 알아보고 꾸벅 인사를 했다.
“뭐야… 여기 우리 집 아닌가? 맞는데? 너 누군데 여기 있냐?”
하지만 여전히 인상을 펴지 않고 자신을 보는 상대의 시선에도 우현은 아무런 행동을 할 수가 없었다. 곧 군대에 입대해서 열심히 놀러 다닌다던 재휘의 형 유재호. 집에 들어올 일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가족 누구도 우현의 존재를 재호에게 알리지 않은 것이었다. 게다가 그런 사정을 설명하기에는 우현의 처지가 조금 곤란했다.
“야, 말 좀 해봐. 뭔데?”
서서히 인상을 찌푸리던 재호가 무심코 자신의 방에 발을 디뎠다가 멈칫한다. 비어있어야 마땅한 방이 자신이 모르는 살림살이로 가득 차있었기 때문이다. 한번 방안을 휙 둘러본 재호는 우현에게서 자신의 가방을 도로 뺏어든 뒤 방 한구석에 내려놓았다.
“미치겠네. 오랜만에 집에 오니 웬 놈이 내방을 차지하고 있고…”
우현을 닦달하기를 포기했는지 재호가 점퍼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리곤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어. 나다. 뭐야. 난 전화하면 안돼냐?”
꽤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상대가 전화를 받았는지 긴 침묵 끝에 재호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전화상대의 대답이 까칠한지 말하는 모양새가 영 탐탁찮아 보인다.
“뭐? 아니. 집이다”
그때 핸드폰에 적어서라도 설명을 해야 하나, 아니면 재휘에게 지금 연락을 해야 하나 고민하던 우현의 귀에 익숙한 이름이 들렸다.
“야. 유재휘. 그러니까…. 알았어. 니 친구라 이거지? 알았으니까 집에 오기나 해. 어. 끊어”
그의 입에서 나오는 재휘의 이름에, 다행이도 자신이 연락하지 않아도 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우현을 재호가 불렀다.
“우현이라고? 재휘 친구라는 거지? 아 정말. 우리집 사람들은 왜 나한테 얘기를 안 해주냐고”
불만스럽게 궁시렁거리던 재호가 등에 메고 있던 커다란 짐을 방에 내려놓더니 대충 외투를 벗었다. 그러다 갑자기 우현을 보고 입을 연다.
“아, 원래 내방이니까 짐 좀 놔도 되지? 좀 오래 있으려고 쌌더니 짐이 좀 많네”
우현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침대위에 널브러진 자신의 옷이라던가 책상 위를 주섬주섬 치우기 시작했다.
“아냐. 안 치워도 돼. 내버려둬. 편하게 있어”
자신의 방을 낯선 상대에게 빼앗겼지만 별다른 불만이 없는지, 대수롭지 않게 말한 재호는 휘적휘적 걸어 나가 거실소파에 앉아 우현이 가지고 놀던 리모컨을 집어 들었다. 우현에 대한 처음에 보였던 경계심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상태였다.
어색해도 재호의 옆에 있어야할지, 아니면 방에 들어가 재휘가 올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다시 한 번 도어록소리가 들리고 곧 재휘가 집안으로 들어섰다.
“형!”
들어오자마자 재호를 부르던 재휘가 어정쩡하게 서있는 우현을 보더니 어색하게 웃었다. 그리곤 바로 거실로 성큼성큼 걸어가 소파에 앉아있는 자신의 형을 발견했다.
“형, 갑자기 집엔 무슨 일이야?”
“뭐야. 내가 내 집에 오면 안돼냐?”
“그게 아니잖아. 오면 온다고 말을 하지. 지금 손님도 와있는데”
재휘의 말에 슬쩍 우현에게 눈길을 준 재호가 다시 티비를 보면서 대꾸했다.
“미리 얘기 안 해준 니가 나쁜 거야. 너는 그렇다 쳐도 어떻게 아빠랑 엄마도 한마디도 안 해 주시냐”
“형이 지난번에 집에 안온다고 했었으니까 그랬지! 전화할 때마다 술 마시고 있다고 엄마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아아. 알았어 알았어. 그나저나 학교는 잘 다니냐?”
“빨리도 물어 보네”
“이자식이. 형한테”
“됐어. 우현아 인사해. 우리 형 유재호”
두 형제의 투닥임을 보고 있던 우현이 재휘의 소개에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러자 재호가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받았다.
“아까 전화로 대강 듣긴 했는데, 그럼 언제까지 우리 집에 있는 거냐?”
“적어도 겨울방학동안에는 있을 거야”
“그래? 나 집에 일주일정도 있을건데.”
“어차피 맨날 나갈 거 잖아”
“잠은 들어와서 잘거 거든?”
“그럼 우현이랑 나랑 같이 자면 되지. 근데 무슨 일로 일주일이나 집에 있어?”
재휘의 물음에 재호가 ‘아!’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한다. 그리고 아까 내려놓은 짐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뭔가를 들고 다시 거실로 나왔다.
그새에 재휘는 입고 갔던 목도리와 코트를 벗어놓고 있었다.
“너. 학교안가면 이거 갈래?”
“그게 뭔데?”
재호가 손에 들고 있던 것을 재휘에게 넘기자 우현이 관심을 보이며 고개를 디밀었다. 재호가 준 것은 스키장 리프트권이었다.
“스키장? 어디서 났어?”
“어찌어찌 생긴 거야. 친구들이랑 다 같이 가기로 했는데 그래도 두 장 남아서. 너랑 니 친구랑 같이 가려면 가든지.”
“와. 언제 껀데?”
“이번 주 수,목. 올 타임”
“엄청 비싼 거 아냐 그럼?”
“뭐…”
대충 얼버무리는 재호를 두고 재휘가 우현을 돌아봤다.
“어때? 아… 아직 이런 격렬한 건 좀 무린가?”
눈을 반짝이며 묻던 재휘가 우현의 상황을 떠올리고는 실망한 빛을 띄었다. 잠시 그 모습을 보던 우현이 살짝 좌우로 고개를 흔들었다.
“어? 괜찮겠어? 그래도… 찬바람 오래 쐬면 안 좋을 텐데.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이잖아…”
우현이 걱정되면서도 스키장이 가고 싶은 마음도 꽤 큰지 티켓을 쥐고 있는 손가락이 쉴 새 없이 꼼지락거렸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재휘의 모습에 우현은 정말 괜찮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무리하지만 말자”
“가는 거냐? 그거 리프트권이니까 렌탈은 너네가 알아서 해야 돼. 재휘 너는 보드복 있지?”
“응. 형은 안가?”
“나도 가지. 친구들이랑. 방도 잡아놨어. 아, 너네도 껴서 갈래?”
“형 친구들이랑? 대학생들이잖아”
“뭐… 어차피 타는 건 다 따로 알아서 즐길 테고, 밤에나 방에서 놀텐데. 너네도 술 마시잖아?”
“우현이는 술 안 돼. 형 친구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그런 거 따지는 애들 아니야. 술 못 마시면 그냥 잠이나 자던가. 방은 내줄테니”
“그래도 돼?”
“짜식이. 되게 따지네”
그때 어디선가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우렁차게 들리는 가요에 재호가 두리번거리더니 곧 자신의 핸드폰을 들고 전화를 받는다. 걸려온 전화에 몇 마디 하지도 않고 금세 끊더니 자신의 방에서 벗어던진 점퍼를 다시 꿰어 입고 현관을 나섰다.
“애들이 부른다. 아무튼 너도 간다고 애들한테 얘기 해둘께. 출발이랑 돌아오는 것도 같이 갈 거면 얘기해. 우리 친구 차타고 움직일 거니까. 따로 가려면 따로 가고”
“알았어”
한번 손을 흔든 재호가 현관 밖으로 사라지고 집안에는 작은 티비 소리만이 흘렀다.
“휴…”
자신의 형답다는 생각을 하며 재휘는 한숨을 한번 쉬고는 몸을 돌려 방으로 향했다. 자연스럽게 우현이 그 뒤를 따라갔다. 방에 들어선 재휘는 들고 있던 외투와 목도리를 정리하고 바로 노트북을 부팅시킨 뒤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런 재휘의 곁에 다가간 우현이 손을 들어 재휘의 뺨에 갖다 댔다. 집에 온지 얼마 안 된 재휘의 얼굴은 아직도 얼음처럼 차가웠다.
“아, 따뜻하다”
얼굴부터 퍼지는 온기에 기분이 좋아진 재휘가 자신의 뺨을 덮은 우현의 손에 얼굴을 부볐다. 그리고는 그 손을 겹쳐 쥐고 우현에게 고개를 돌린다.
“어때. 우리 형 궁금해 했잖아”
재휘의 질문에 잠시 고민하던 우현은 별다른 대답을 할 생각이 없었는지 어깨를 한번 으쓱할 뿐이었다.
“원래 저렇게 정신이 없어. 그나저나… 너 뭐 탈줄 알아?”
그새 켜진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한 재휘가, 재호가 건넨 티켓에 적힌 홈페이지로 들어가며 물었다. 잠시 가만히 있던 우현이 홈페이지창이 완전히 떠오르자 사진하나를 가리켰다.
“보드? 잘 타?”
겸손인지, 정말인지 고개를 젓는 우현을 보던 재휘가 다시 고개를 돌려 연신 클릭을 했다.
“음… 보드나 보드복은… 그냥 렌탈하자. 혹시 있어?”
-끄덕
“있어? 그럼 가지고 올래?”
-도리도리
“왜~ 렌탈 하면 돈 들잖아. 집까지 갔다 오기 귀찮아서 그래?”
재휘가 장난스럽게 서있는 우현의 배를 툭 치자 한걸음 물러선 우현이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왜?’라고 묻는 재휘에게 근처에 있던 메모장에 우현이 짧게 휘갈겼다.
[가면 다시 여기로 못 와. 붙잡혀서]
“아아…”
우현을 두고 가는 것에 굉장히 걱정하셨던 우현의 부모님을 떠올린 재휘가 납득한 듯 고개를 주억거리더니 다시 열심히 홈페이지 탐험을 시작했다.
“어… 아까 형이 같이 가자고 하긴 했는데, 불편하지? 셔틀 탈까?”
[너 편한 대로 해. 난 괜찮아]
“나도 불편해. 형뿐이면 몰라도 형 친구들까지 있으면… 게다가 끼리끼리 어울린다고…”
생각 만해도 소름이 돋는지 한번 몸서리친 재휘가 셔틀버스 운행시간표가 나온 화면으로 들어갔다.
“그래도 방은 얻어 쓰자. 이번 주 꺼라 이제 방도 없을 거고… 잠만 자는 거니까. 괜찮지?”
-끄덕끄덕
놀러가는 것이 제법 신이 났던지 둘은 열심히 쿵짝을 맞춰가면서 계획을 짰다. 가며오는 것은 버스로, 방만 재호에게 신세지기로 한 둘은 셔틀버스를 예약하고 렌탈 샵까지 알아보느라 덕분에 그날 하루를 몽땅 써버렸다.
“스키장 정말 오랜만이다!”
오전에 출발한다던 재호를 제치고 새벽같이 집을 나온 재휘와 우현은 일찌감치 셔틀을 타고 스키장에 도착했다. 한창 성수기였기 때문인지 셔틀을 탔을 때도 사람이 꽉 들어차있어 놀랐는데, 막상 스키장에 도착해 맞닥뜨린 인파는 상상을 초월했다.
최근에는 겨울이라 춥기는 했지만 조금은 따뜻한 기온을 유지하고 있었기에 이렇게 겨울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늘어난 것도 한몫을 했다. 스키장에 도착해 렌탈 샵까지 재빠르게 다녀온 둘은 한쪽 팔에 커다란 보드하나씩을 들고 슬로프 앞에 서있었는데, 점심시간이 막 끝나서인지 슬로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작년에는 수험생이라고 못 왔고, 2년 정도 됐나? 넌 작년에 왔어?”
-끄덕
“와, 자주 다니나 보네. 으음”
의외의 실력자일지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우현의 얼굴을 한번 본 재휘가 ‘아!’하더니 주머니를 뒤적거렸다. 그리고는 까만색바탕에 하얀색 무늬가 들어간 마스크하나를 꺼내들었다.
“아무래도 준비하는 게 좋을 거 같아서. 답답해도 꼭 하고 있어”
그리고는 보드를 내려놓고 직접 우현의 얼굴에 마스크를 씌워주었다. 생각지도 못했는지 눈만 동그랗게 뜬 우현과 눈이 마주친 재휘가 슬며시 웃으며 말했다.
“어제 샀어. 도움이 되면 좋겠는데…”
마스크를 편하게 고쳐주고, 머리까지 정리해주는 재휘를 내려다보던 우현이 재빠르게 주변을 한번 휙 둘러보고는 재휘를 잡아당겼다. 무방비하게 서있던 재휘가 저항 없이 끌려오고 우현은 그런 재휘를 꼭 끌어안았다.
“아앗, 우… 우현아?”
두툼하게 입은 옷 때문인지 한결 부피감이 느껴지는 재휘를 한번 강하게 끌어안은 우현이 조심스럽게 팔을 풀어냈다. 아직도 상황파악이 안되는지 연신 눈만 껌뻑이는 재휘를 보며 우현이 그 맹한 표정에 살짝 꿀밤을 먹였다.
“아야, 뭐야! 갑자기 안더니 이번엔 때려~?”
억울한지 발을 구르는 재휘를 놓고 우현이 재빨리 리프트를 향해 걸어갔다. 생각지 못한 스킨십에 당황스러움이 배가됐던 재휘가 정신을 차리고는, 바닥에 내려놓았던 보드를 집어 들고 우현의 뒤를 쫒았다.
“어? 초급용 슬로프로 갈 거야?”
금세 우현의 옆까지 따라온 재휘가 리프트위에 쓰인 글씨를 확인하고는 물었다. 그러자 우현이 고개를 한번 끄덕이더니 검지손가락을 한 개 펴보였고 재휘는 알아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2년만이라 어떨지 모르니까. 뭐… 나쁘지 않겠지?”
다른 곳에 비해 줄이 가장 긴 초급슬로프 리프트에 줄을 선 둘은 설렘과 기대감 때문에 미처 자신들을 보고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을 느끼지 못했다.
촤악- 소리를 내면서 재휘가 슬로프를 내려와 우현의 앞에 멈춰 섰다. 그리고는 쓰고 있던 고글을 올리며 장난스럽게 입을 연다.
“와- 성-우-혀언-”
놀리는 듯한 재휘의 말투에 우현이 그저 웃는다. 우현의 웃음이 맘에 들지 않았는지 재휘가 입을 삐죽거리며 보드에서 한쪽 발을 빼낸다.
“정말 잘 타잖아? 누가 보면 너 묘기하는 줄 알겠더라. 언제부터 그렇게 탄 거야?”
한쪽 발을 밀면서 슬라이딩으로 쭉쭉 앞으로 나가는 재휘를 따르며 우현은 어깨만 으쓱했을 뿐 재휘의 시기어린 감탄에도 별 반응이 없었다. 그 태도에 더욱 심통이 난 재휘가 더 빨리 발을 놀려 저만치 가버렸고 놓칠세라 우현도 속도를 높였다.
“이래서 재미가 없어. 누구 하나라도 못 타야지, 가르쳐주고 하면서 그 와중에 더 사랑이 싹트는 건데”
티비와 소설에서 자주 나오는 ‘남자친구가 여자친구 보드 가르쳐주는 장면’ 등등을 생각했는지 재휘가 투덜거렸다.
“넘어지고 엉덩방아도 찧어가면서 스킨십도 하고. 뭐 그런 건데… 우리는 둘 다 끌어안기는커녕 서로 잘 피해 다니겠다?”
나름 꿈꾸던 로망이 있었는지 연신 중얼거리던 재휘가 갑자기 뒤를 홱 돌아봤다. 아무 말 없이 재휘의 푸념을 들으면서 뒤따르던 우현이 멈칫했다.
“하긴. 네가 못 타서 쩔쩔매는 것도 귀엽긴 하겠지만… 멋은 없겠다.”
“……”
“대신 활강하는 건 좀 멋졌으니까. 그걸로 봐줄까”
아까 거침없이 내려가던 우현의 모습을 떠올린 재휘가 씨익 웃으며 뿌듯한 표정으로 우현의 어깨를 툭툭 쳤다. 가만히 재휘가 하는 양을 보고 있던 우현이 자신의 어깨에 올라온 재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응? 왜? 아팠어? 별로 세게… 으앗?!”
어느새 반대쪽 손으로 마스크를 끌어내린 우현이 재휘의 입술에 가볍게 쪽- 뽀뽀를 하고선 떨어졌다. 난데없는 입맞춤에 재휘가 어버버 하고 있는 새 우현은 다시 마스크를 올리고 꼭 잡은 재휘의 손을 놓지 않은 채로 재휘를 지나쳐 앞장섰다.
둘 다 한쪽 발에 보드가 걸려있어서 우현이 먼저 움직이자 재휘도 얼른 그 뒤를 따라가야 했다. 하지만 아까부터 계속되는 깜짝 스킨십때문에 아직도 놀란 마음이 가시지 않은 재휘는 그 자리에 멍청히 서있었고, 덕분에 한쪽 팔이 잡아당겨져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다가 뒤로 엉덩방아를 찧었다. 재휘의 손을 잡고 있던 우현도 덩달아 넘어졌다.
“으왁!”
처음 타는 초보들도 아닌데도 꽤나 요란하게 넘어진 둘은, 얼음바닥에 넘어진 게 타격이 컸는지 오랫동안 끙끙대며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그러다 한참을 주저앉아있던 둘의 시선이 마주치더니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아하하하! 아 정말. 바보 같아. 아하하하”
비록 웃음소리는 한사람의 소리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둘 다 얼마나 웃었는지 나중에는 배가아파서 끙끙대야 할 정도였다. 한참을 바닥을 구르던 둘은 어느 순간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재빨리 그 장소를 벗어났다.
그러면서도 웃음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스키장 못간지 오래됐네요.... 쓰다보니 가고싶어집니다ㅠㅠ
*와 벌써 내일 금요일이네요.
이번주가 단풍이 절정이라고 해서 주말에 산을 가기로했었는데....
비가온다는 슬픈소식입니다...ㅠㅠ
*읽어주신분들, 댓글달아주시는 분들, 추천해주신분들 모두모두 감사합니다 ^^
첫댓글 스키 나는 포기 했는데 운동치라서 ㅜㅜ 둘다 잘탄다니 멋지네여 ^^
-저도 몸치운동치에요 ㅋㅋ 뭐배울때마다 괴롭죠ㅜㅜㅜㅜ 그래서 잘타는애들보면 부러워요. 재휘랑 우현이도 부럽네요 ㅠㅠ
정말 귀여운 커플이네요..ㅋㅋ 다음편도 기대할게요..^^
-녀석들 더 많이 귀여워해주세요 ^^ 감사합니다~
잼께봤어요~~^^ 재휘랑우현이 모처럼 신나게 노네요~~ 첨으로 재휘형이 나왔어요~ㅋㅋ
-둘이 어렵게 사귀었으니 실컷놀게 해줘야하니까요ㅋㅋ 재호도 나름 중요한역할이랍니다.
ㅋㅋㅋㅋ재밌음,ㅋㅋㅋㅋ잘봣어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 다음편도 꼭 봐주세요~
ㅎㅎ 잼나요~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ㅋㅋ 진짜 귀요미들임
-둘이 잘놀죠? 특히 재휘가 혼자 궁시렁거리면서 ㅋㅋ
우현이는 적극적 대시중~♥
-참았던 마음을 열심히 표현하는 중!
젬있게 보고가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다음편도 재밌게봐주세요~
우리는 회사 스키장 가서 방구들만 지키고 다른 사람들 열심히 콘도나 잡아주고 리프트권이나 챙겨주고.....
제대로 럭셔리 강습 받아서 탈 생각은 안하고...직원들 코치 대충 받고 올라갔다가 다리나 후덜거리고 ㅎㅎㅎ
아직 단풍 안 들었어요. 다음주에 다시 시간내 보세요.
스키장에서 재휘와 우현이 하는양을 본 사람이 누구예요? 혹 형아???
형아가 새롭게 둘 사이를 힘들게 하는 캐릭터로 등장한건 아니겠지요?
잘 읽었습니다. 다음편 기다립니다.
-으아 ㅠㅠ 가서 못놀다니 ㅠㅠ 너무 슬퍼요.
아직 단풍안들었나요? 뉴스에선 그러던데. 근데 이번에 비오면 다 떨어질거같아요....
지켜본 인물은 다음편에 나온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활강하는 우현 보고싶다ㅠㅠ이시점에 등장하신 형님 뭔가 할듯..
-왕솨랍니다님은 전작부터 예지능력상승이시네요! 앗, 제가 스포하는건가. 아무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흐음...아무래도 형이 먼저 눈치 챘을 거 같아요...
-오옷 그런가요? 재호가 그런낌새가..... 있었나요? 얼른 다음편올려야겠어요
형이 보고있었을듯ㅋㅋㅋㅋㅋ 이쁜것들!! ㅋㅋㅋㅋㅋㅋㅋㅋ
-리클라이님도 예지력이........!!!!!! 무섭네요. 저보다 앞서가는 독자들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