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가 발탁한 前대사, 대화 공개
“차타고 가던중 물었더니 속내 밝혀”
친서 등 브로맨스 과시와 다른 모습
싱가포르 1차 북미회담 후 대화인듯
그 놈은 기회가 생기면 내 배를 칼로 찌를 것이다(That fxxker would knife me in the stomach if he had the chance).”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임 시절 김정은을 전혀 신뢰하지 않았다는 전언이 나왔다. 고든 손들런드 전 유럽연합(EU) 주재 미국 대사는 23일(현지 시간)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나눈 대화를 이같이 공개했다.
이는 올 11월 대선을 앞둔 트럼프가 유세에서 자주 김정은을 “똑똑하고 터프한 친구”라고 치켜세운 모습과 다르다.
두 차례 정상회담을 갖고 친서 27통을 주고받으며 ‘브로맨스’를 과시했지만, 속내는 불신이 가득했다는 뜻으로 읽힌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FP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중에 ‘말도 안 되는 얘기 말고(Cut the bullshit), 김정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했다”고 주장했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이 대화가 언제 이뤄졌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트럼프가 호텔 사업가였던 그를 EU 대사로 발탁한 시점이 2018년 7월인 걸 감안하면, 그해 6월 열린 싱가포르 1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일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와 김정은은 거친 설전을 벌인 이력이 있다. 2017년 트럼프는 김정은을 ‘꼬마 로켓맨’ ‘병든 강아지(sick puppy)’라 폄하했으며, 김정은 역시 ‘늙다리’ ‘겁먹은 개’ ‘불망나니’라고 맞섰다. 하지만 2018년 친서 외교가 시작된 뒤 분위기는 반전됐다.
트럼프는 정상회담 직후 김정은을 “터프하고 스마트한 좋은 협상가”라고 불렀다.
손들런드 전 대사는 김정은이나 블라디미르 푸틴 등에 대한 트럼프의 칭찬을 “벨벳 장갑을 낀 미치광이 이론(Madman theory)”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닉슨 전 미 대통령의 외교전략 중 하나인 미치광이 이론은 자신을 비이성적 인물로 꾸며 상대가 예측이 불가능하게 만드는 것이다.
‘벨벳 장갑’은 상대에게 격식을 갖춘 화려하고 부드러운 수사(修辭)를 일컫는다.
또 그는 “트럼프는 푸틴 등을 전혀 좋아하지 않는다”며 “그들을 공개 칭찬하는 건 역발상 전략(contrarian strategy)”이라고도 했다. 트럼프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탈퇴 언급 역시 “쇼비즈니스일 것”이라고 전했다.
트럼프는 최근 대선 유세 등에서 북한을 거의 빼놓지 않고 거론하고 있다. 그는 20일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 재판에 출석한 뒤엔 “북한은 점점 기운이 넘친다(frisky)”며 “나는 그(김정은)와 잘 지냈지만 현 정부는 이름도 모른다”고 했다. 이에 재집권하면 북-미 대화 재개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트럼프 측근들은 북한이 대화에 나서지 않으면 강한 압박을 가할 것이란 경고를 보내고 있다.
트럼프 2기 국무장관 후보로 꼽히는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3일 “미국이 단호하게 압박하지 않으면 김정은 정권은 한국 등 동맹국을 계속 위협한다”며 “미국이나 동맹을 공격하면 (북한 정권은) 최후를 맞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