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콩밭에 들어가 마구 터지는 콩을 베어 지게로 져 날랐습니다.
그리고 우리 둘은 바께쓰를 들고 가서 땅을 하얗게 뒤덮은 콩을 하나하나 줏어담았는데
거의 2시간 동안 두 바께쓰를 줏은 것입니다.
나는 마당에 널은 콩이 다 마르자 정노인이 두고 간 도리깨로 콩을 털었습니다.
나는 빈 콩대와 검불을 걷어내고
마당에 선풍기를 돌려 키에 콩을 담아 머리위에서 조금씩내려 뜨리자
콩깎지와 검불들은 다 날라가고 밑에는 해맑은 콩만 남습니다.
콩 농사를 지어본 분들은 햇콩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다라는 것을 알것입니다.
마치 한알 한알이 다이아몬드 같습니다.
나는 자루에 담으려고 벌려야 하는데
나는 처녀에게
"자기야 이것 좀 벌려 줘"
라고 해 놓고
"내 정신 좀 봐 `자기`를 자기 라고 불렀네 하하하"
라고 하자 처녀도 배시시 웃습니다.
그런데 그런말이 전염이 되였는지 나중에 처녀가
"자기야 식사하셔 !"
라고 하다가
"어머나 내 정신 좀 봐 자기를 자기라고 했네 호호호"
라고 웃습니다.
이런 현상은 그동안의 우리관계가 너무 편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서로에 대하여
`이거 하라 저거 하라`고 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불평이나 불만스러운 말 한마디 한 적이 없고
그냥 서로가 편하고 좋기만 한 것입니다.
우리는 잠시라도 서로 보이지 않으면 찾으러 다닐 정도 입니다.
그러다가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습니다.
처녀가 10일이나 보름에 한번씩시장을 다녀 오는데
태백시장이나 통리 오일장에 다녀오느라면 늦어져
밤중에 6km의 덕풍계곡을 혼자서 걸어오기도 합니다.
"무서웠지?"
"뭐가 무서워요 하느님이 지켜 주시는데"
라고 합니다.
우리 사이가 서로 좋아 나이 따위는 다 잊어버리고
그냥 친구같고 애인같고 형제 같기만 합니다.
나는 뭔가 우리가 이대로 영원히 지낼 수는 없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언제 까지나 이런식으로 살아야 하지?"
라고 넌지시 말을 하면 처녀는 입을 꾹 다뭅니다.
(계속)
첫댓글 너무 보기 좋아요
참 대단한 아가씨입니다
복덩이에요^^
앞으로도
좋은 날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아유 윤주님
왜 제 칭찬은 안해 주세요?'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