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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도시2는 영화일 뿐” 해외도피 사범 줄송환 비결, 따로 있다
이해인 기자
입력 2022.09.10. 12:00업데이트 2022.09.10. 1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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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스피싱 조직 부총책 A씨(32)와 조직원 B씨(32)가 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되는 모습. /경찰청
필리핀에 사무실을 차려놓고 우리나라 국민들을 상대로 보이스피싱 사기를 벌이던 일당이 지난 2일 국내로 송환됐다. 10일 경찰청 인터폴국제공조과는 필리핀 코리안데스크와 공조해 보이스피싱 조직 총책 A(32)씨와 또 다른 조직의 조직원 B(32)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밝혔다. 이들 조직은 120여명에게서 약 20억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경찰에 따르면 A씨와 B씨는 각각 필리핀을 거점으로 하는 범죄 조직에 소속돼 보이스피싱 사기를 쳤다. A씨는 조직의 부총책으로 조직원들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았고 B씨는 피해자들에게 직접 전화를 걸고 금융기관 상담원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을 속였다고 한다. 이들 외에 경찰은 B씨가 속한 조직 총책 40대 C씨와 또 따른 조직원 D씨도 붙잡아 국내로 송환할 예정이다.
최근 이같은 해외 도피 사범의 국내 송환이 줄을 잇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경찰의 범죄자 송환은 2020년 271건에서 2021년 373건으로 늘었다. 올해도 1~7월까지 벌써 203명을 국내로 송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송환한 범죄자들의 도피 국가별 현황을 보면 필리핀이 56명으로 가장 많고 베트남(39명), 중국(36명), 태국(25명), 캄보디아(10명) 순이었다.
경찰은 국내 송환 실적이 높은 비결로 인터폴 적색 수배의 적극적 활용, 첩보 수집 활성화, 현지 치안 기관과의 공조 강화 등을 꼽았다.
◇”인터폴 수배없으면 사실상 현지 체포 어려워”
영화 '범죄도시2' 스틸컷. /네이버 영화
“우리나라 경찰이 직접 해외로 날아가 수사를 하고 범인을 검거하는 건 ‘범죄도시2′같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얘기입니다.”
2016년부터 경찰청 인터폴계에서 일한 전재홍 계장은 “해외에서는 우리나라 사법권이 미치지 않기 때문에, 해외로 도피한 한국인 범죄자 문제는 인터폴에 적색 수배를 요청하는 등 공조 수사를 통해 풀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작년 경찰은 보이스피싱 등 사기 범죄를 저지른 뒤 해외로 도피한 수배자 1000여명을 전수조사했다. 이들 중 아직 인터폴에 수사 협조 요청이 이뤄지지 않은 445명을 추려내 적색 수배를 요청했다. 적색 수배가 내려지면 전 세계 195개 인터폴 회원국 치안당국에 피의자의 인적 사항과 범죄 혐의, 지문과 DNA 정보 등이 공유된다. 경찰 관계자는 “각 국가에 우리나라 적색 수배자 명단과 이들의 범죄 내역을 지속적으로 공유했다”며 “첩보 활동 등을 통해 범죄자의 주소지가 파악되면 사전에 보냈던 자료들을 근거로 현지 경찰의 도움을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1600억원을 빼돌린 뒤 베트남으로 도망갔다가 지난 4월 송환된 투자회사 대표 김모(66)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김씨는 특수한 ‘젤’로 고기를 숙성하면 3등급 고기를 1등급 한우처럼 만들 수 있다고 속여 2017년 7월부터 2년 동안 1400명의 돈을 뜯어냈다. 이후 김씨는 돈을 들고 베트남으로 도주한 뒤 잠적했다. 작년 경찰청 전수 조사를 통해 김씨에 대한 적색 수배가 내려졌고 베트남 공안과의 공조 수사를 통해 하노이에서 김씨를 붙잡아 송환했다.
◇해외 도피범 추적하는 전담팀 활성화
전국 4개 지방경찰청에는 국내에서 사기를 친 뒤 해외로 잠적한 피의자의 첩보 수집을 전담하는 ‘인터폴 국제공조팀'이 있다. 경찰 관계자는 “당초 사건을 담당했던 수사팀은 계속 새 사건을 맡아 처리해야하기 때문에 도피 사범을 추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피의자 추적을 전담하는 팀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라고 말했다. 경찰은 기존 11명에 그쳤던 관련 인력을 최근 17명까지 늘렸다.
지난 7월 동남아 3대 마약왕 '사라 김'의 베트남 아파트에서 발견된 장검(長劍). /경찰청
실제 지난 7월 베트남 호찌민에서 붙잡힌 동남아 3대 마약왕 ‘사라 김’이 붙잡히는 데 이같은 국제공조팀의 적극적인 첩보 수집이 빛을 발했다. ‘사라 김’은 베트남에 머물며 지난 2018년부터 텔레그램을 이용해 국내에 필로폰과 합성 대마 등을 판매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들이닥친 사라 김의 아파트에는 장검(長劍)이 발견되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첩보를 어떻게 수집했는지 밝힐 수는 없지만 인천경찰청 국제공조팀의 끈질긴 추적으로 소재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공조팀원들은 피의자의 주변 지인들과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 받거나 범죄자의 소셜미디어 활동을 찾는 식으로 소재지를 파악할 수 있는 단서를 모으는 활동을 한다”고 말했다.
이밖에 경찰은 국내 첩보의 한계를 극복하고 현지에서 첩보를 적극적으로 모으기 위해 작년부터 해외에서 직접 보이스피싱 특별 신고·자수 기간을 운영하고 있다. 보이스피싱 도피범들이 많은 필리핀 중국, 태국, 캄보디아가 대상이다. 경찰 관계자는 “교민뿐 아니라 주변인들의 적극적인 신고가 소중한 단서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신고자에게는 검거보상금이 지급되고 자수를 한 범죄자의 경우에는 형이 감면되기도 한다.
◇결국 해외에서 검거해주는 건 ‘현지 경찰'
인터폴 적색 수배와 현지 첩보 수집 외에 사실상 실제 검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지 치안 기관과의 공조다. 우리나라는 현지에서 한인 관련 범죄를 전담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필리핀에 두고 있다. 우리나라 경찰 6명이 파견 나가 있다. 베트남에는 베트남 공안 4명으로 구성된 현지 공조팀이 있다. 이밖에 경찰은 작년 7월부터 중국, 캄보디아, 태국 등에 경찰협력관 1명씩을 추가로 파견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현지 첩보 활동과 더불어 현지 치안 기관과의 네트워크 활동을 벌인다. 경찰 관계자는 “은신처를 알아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현장에서 검거를 도와주는 건 현지 경찰”이라며 “앞으로도 해외 거점 범죄에 대응하기 위해 현지 치안 당국과의 공조를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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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 테크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