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에서
통증으로 죽을 상을
쓰고 있는데
페친 이지윤 시인께서
'재미있는 시 한편 감상하세요'
하면서
시 한 편을 올려주셨다
식성 좋은 난
지금껏
음식투정 한 번 않고
설거지 하듯
그릇을 비웠으니
착각은
가지가지지만
아내는
나를 얼마나
사랑 스러워 했을까
그런데
김장 때 남의 집
김장김치를
당신 솜씨는
김치장인 솜씨라 했었지
시큰둥하여
마누라 김치 맛도 모르는
사람이라며
당신이라는 사람은
먹기만 할 뿐
아내 손맛도 모르는데
당신인들
무슨 맛이 있겠느냐며
샐쭉 토라졌던
아내를 생각하며
혼자서 킥킥거렸다
아내도
이 시를 읽는다면
남편이란 것들 뭐 그렇지
그럴거야
아닌가?
//남편이란 것들
- 허혁 -
하루는 밥맛이 없다고 죽을 상인 거야
그래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머리라도 잘라서 해주마 그랬더니
어릴 때 엄마가 끓여주던 시래깃국이 먹고 싶대
뭐 어려운 일이라고
삼 년 묵은 된장 풀어서 내놨지
근데 어릴 적 그 맛이 아니래
온갖 것 다 넣고 육수 내서 해줬어
그래도 아니래
들깻가루 넣고 해줘도 아니래
그럼 나보고 어쩌라고
사람 환장하겠는 거야
정성이 없어서 그런대
미치고 팔짝 뛰겠더만
사랑이 부족해서 그런대
씨발놈, 또 쭝병 났네
하도 미워서 화학조미료나 먹고 빨리 뒈져버리라고
미원 쳐넣고 끓여줬어
미원 넣고 음식하면 죽는 줄 알거든
근데 미친 놈이 바로 이 맛이라는 거야
글쎄 눈물까지 글썽이더라고
에라이, 호랭이 물어갈 놈
그러니까 니네 엄마가 사랑과 정성으로
미원 넣고 지성으로 끓여줬고만
아침 저녁으로
쟤, 언제 엄마 젖 떼니?//
2023. 4. 22
#아내의손맛
#남편이라는것들
#재언제엄마젖떼니
일러스트 -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