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는 소리
― 부천대학 교정에서
며칠 전 봉하마을에 갔다가 기대하지 않던 <빈카>를 만났다.
내게 <빈카>는 부천대학에 출강할 때 만난 노 교수를 떠올리게 하는 꽃이다.
연구실 창가, 화분에 키우며 밖으로 늘어졌던 덩굴
정년을 앞두고 화분 속 <빈카>를 교정 화단에 심으셨다.
그 <빈카>가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몇 년 사이에 화단에 퍼졌다.
관리 직원의 무지로 몇몇 개체가 뽑혀 나갔지만
아직도 매년 4월 경이면 보라색 활짝 웃는 얼굴을 보여준다.
매년 꽃을 보며, 이제는 구순을 넘겼을 그 교수님 얼굴을 떠올린다.
부천대학 교정에서 4월이 되어야 마주할 수 있었던 꽃을
봉하마을에서는 3월 19일에 볼 수 있었다.
남녘이니까.
혹시~~~ 하는 마음으로 부천대학 교정을 찾았다.
언제나 늠름한 <메타세콰이어>
비록 짧은 거리이지만 부천대학 젊은이들의 기상을 느끼게 하는 나무이다.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으니 <빈카>가 피어날 화단을 찾아갔다.
그럼, 그렇지.
이곳 부천대학 교정에 <빈카>는 아직이다.
한겨울을 이겨낸 푸른 잎이 싱싱하지만 꽃이 피려면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봉하마을이 그만큼 남녘이기에 일찍 피었을 뿐이다.
꽃을 기다리는 기쁨도 있으니까, 나는 즐겁게 기다린다.
<빈카> 옆에는 <돌단풍>이 막 피어난다.
나도 슬그머니 한 장 박았다.
손수찍기로 찰칵 했다가,
지나가던 학생에게 부탁하여 <돌단풍> 옆에 앉아 찰칵.
<빈카>를 보러 왔지만 아직 피지 않았다고 그냥 갈 수는 없지 않은가.
교정을 거닐며 봄내음을 맡는다.
<화양목>도 꽃이 벌었다.
손전화의 접사 기능을 사용해 봤는데 아직 사진 찍는 내 재주는 메주이다.
<목련>도 아직이다.
며칠 후면 활짝 피어날 터.
운동삼아 도 와 보면 될 것이다.
봉하마을에는 활짝 피어 있던 <산당화>가 이제 겨우 망울을 맺었다.
여기는 부천이니까.
새 순으로 나왔을 <꽃마리> 잎도 싱싱하다.
꽃은 좀 더 있어야 할 게다.
<일본조팝나무>에도 새순이 돋고 있다.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 분홍빛, <진달래>이다.
딱 두 군데에 피어 있는데 벌서 이렇게 입을 벌렸다.
4월이면 곧 원미산 진달래동산에서 진달래축제가 있을 게다.
4월 초에 미리 원미산에도 가봐야겠다.
월낙 키가 커 멀리서도 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산수유>
나야 특히 노란색을 좋아하니 금방 눈에 뜨인다.
<산수유>를 비경으로 손수찍기로 찰칵.
작년에 맺은 열매가 아직도 저렇게 달려 있다.
부천의 새들은 어찌 저것을 그냥 놔뒀을꼬.
다시 한 번 접사 기능을 사용해봤는데 어느 정도 실행이 된 것 같다.
그래도 아직은 솜씨가 영 아니다.
<빈카>를 볼 수 있을까 하고 나선 부천대학 교정 산보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하긴 봉하마을과는 위도 상으로 큰 차이가 나는, 여기는 부천이다.
그러나 곧 <빈카>도 피어나리라.
꽃들은 시간 약속을 잘 지키니까.
필 때가 되면 피어난다.
식물들처럼 시간 약속을 잘 지킨다면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혹시나, 하는 생각에 미리 찾은 내가 잘못이다.
그래도 <돌단풍>, <산수유>, <진달래>, <회양목>~~
부천대학 교정에서 봄이 오는 소리, 봄 내음을 맡았다.
다음 주 정도면 여러 가지 꽃들이 얼굴을 내밀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봄은 온다.
그 봄과 함께 꽃도 피어난다.
교문을 나오는데 문득 '짬뽕'이 땡긴다.
땡기면 먹으면 되는 일.
자주 가던 중국집으로 가 짬봉에 공기밥 하나.
푸짐하게 먹었다.
― 3월 23일 일기 끝
첫댓글 부천 대학을 처음 보네요
부천 이선생님 모습도 처음 뵙고요
만나 뵈어 반갑네요
곧 부천 대학에 목련등이 피어나겠지요
꽃은 사람들의 마음에서 부터 피어나나 봅니다
감사드립니다
편안한 주일 되시길 바랍니다
봄이 바로 앞에 와 있더군요.
^(^
부천대학
선배님글과 사진으로 잘. 익히고 감상하고 갑니다
저희딸도 그학교 출신이라
남다른 애정으로 읽고 갑니다^^
오호~~~, 따님이~~~!
2000년부터 12년까지 부천대학에서 교양국어 강의했답니다.
^(^
@부천이선생 아
그러셨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