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신의 양녀no.34
-기묘한 이야기(2)-
한동안 은발의 주인보다는 못하는 미모를 지닌 네레이스가의 가정교사덕에
조용했었던 주인이 방이 간만에 찾아온 손님덕에 아주 조금 분주해졌다.
마족중에서도 아름답기로 소문난, 암암리에 매겨진 '작정하고 유혹한다면 내 목숨을 줄지도 모르는 30人'이라는
랭크의 2위를 차지한 순백의 마공작인 제레니츠 드 네레이스를 직접 본적이 있었지만 레오트는
항상 네레이스가의 공작보다 자신의 주인의 외모가 더 뛰어나다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하지만 지금 자신의 주인과 마주앉은 마왕은 마족중 그의 미모을 비교할 수 있는 자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아버렸다.
"차보다 술이 어울릴것 같아 술을 준비했습니다. 갑작스레 마왕폐하께서 찾아주셨기에
조촐하지만 이해해 주십시오."
오랫동안 마왕과 카에리크를 모셨던 터라 유달리 눈치가 빠른 레오트는
이 자리에 더 잘어울리는, 꼭 필요한 술을 준비했다.
너무나 오랜만에 얼굴을 마주한 서로 똑닮았으나
그만큼 골이 깊은 두 형제를 위해 준비한 특별한 술이었다.
마왕이 좋아하는 '델키의 포도주'를 준비한 레오트의 배려에 카에리크는
조용히 감사의 눈짓을 주었다.
"그럼,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그래- 고마워."
오랜만에 만나는 이란썽쌍둥이 형제임에도 그둘 사이의 공기는 너무나도 어색했고
딱딱했다.
그 공기의 흐름을 조금이라도 부드럽게 해볼까 싶어 카에리크는 싱긋 웃으며
레오트에게 짧은 인사를 했다.
"카에리크."
레오트가 나가고 잔에 따라진 빛깔좋은 핏빛의 술이 조금 줄어들자
조용히 술을 마시던 에스카란트는 줄곧 핏빛의 술을 바라보던 파란눈동자를 들어
자신과 똑닮은 성격을 지닌 동생을 바라봤다.
"말씀하세요- '제가 아는 데' 까지 답해드리겠습니다."
싱긋 눈을 둥글게 휘며 말하는 카에리크는 한없이 부드러웠으나
그런 그의 태도에도 에스카란트는 눈썹하나 움직이지 않고 오히려 더더욱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 네가 이미 알고 있었던 것과 너의 생각까지 모두."
"'모두'라고 할것까지 거창하지도 않습니다."
"..마계 최대의 정보망의 핵이자 '크레트'의 주인인 카에리크 네가 아는 것 말이다."
생글생글 웃던 두 눈에 가려져있던 붉은색의 눈동자가 잠시 멈칫 하더니
이내 다시 생글생글 웃으며 카에리크는 자신의 형을 바라봤다.
"역시..형이네 크크크. 하지만 형, 난 형이 아는 것 밖에 몰라."
"......."
" 진이 '네레이스'가의 둘째 딸이 아니라는 것. 그것 밖에는-"
어깨를 으쓱하며 별것 아닌 듯 대수롭지않게 엄청난 사실을 뱉은 카에리크는
에스카란트의 눈동자가 아주 작게 흔들리는 것을 놓치지 않았다.
*
"...역시나..."
피식 실소를 흘리며 이마를 탁 치는 제렐은 무언가에 힘이 빠진 듯 그녀답지 않게
스르르 의자에 몸을 묻었다.
"알고있었나?"
"....데아, 제렐은 미래를 볼 수 있잖아."
타닥-타닥-타오르는 붉은 벽난로 앞의 큰 쇼파에 작은 몸을 푹 파묻은 세오르는
그 답지않게 눈을감으며 나직하게 한숨을 쉬었다.
야심한 밤에 늙은이에게서 벗어나는 대로 제렐에게로 찾아온 데아와 세오르는
벽난로의 약한 불빛밖에 없는 침침한 제렐의 서재에서 제렐에게 자신들이 시달린 그간의 일들을 털어놓았다.
"그 애늙은이의 기억이라도 지울것을...젠장-"
차갑고 무겁게 가라앉은 정적을 가르고 제렐의 입술사이로 나지막한 말과함께
그녀답지 않게 욕을 내뱉었다.
"제렐, 이럴 줄 알았다면- 방법도 있을 것 아냐."
".....후후후후 데아, 이번일엔 나의 '운명'도 있어서 앞을 볼수가 없어."
"예언자는 자신이 관련된 미래를 보지 못해."
깨끗하고 깔끔한 것을 좋아하는 그답지 않게 풀어헤쳐진 채 묶을 생각도 하지못한
데아의 긴 백금발이 벽난로의 불빛을 받아 붉게 빛났다.
"세오르- 방법 없을까...."
"......진실은 항상 드러나기 마련이야."
어차피 숨기더래도 밝혀질것임을 말한 것을 모르지 않는 데아는
자신들의 골머리를 썩게만든 긴 은발을 가진 마신의 딸을 떠올렸다.
".....마왕이 어떻게 나올지..."
"후후후 그 애늙은이의 생각은 누구도 앞지를 수 없다고....."
"하나 더 절망적인 사실은...'크레트'가 이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는 거다."
세오르의 거침없는 고백에 제렐과 데아는 동시에 한숨을 쉬지도 못할 정도로
암담해 졌다.
'크레트', 마계에서는 물론이고 인간계에서는 또 다른 이름으로까지 존재하는
정보조직. 그들은 모든것에 그림자처럼 녹아들기에 그들이 소유한 정보와
정보를 모으는 정보력에는 마왕도 당해내지 못한다.
심지어 '창조의 서'까지 그들이가지고 있다는 전설이 있는, 언제부터
존재했는지도 모르는 뿌리깊은 정보조직.
문제는 이 조직의 수장이 마왕의 하나뿐인 쌍둥이 형제
카에리크 얀 드란 모스티프라는 데 있었다.
".....최악이군..."
누군가가 모두의 심정을 그대로 뱉었고 그의 말을 시작으로
분위기가 더욱 무거워졌다.
첫댓글 으에 ! 마왕이 어케 행동할지 저두 궁금해져요 >ㅜ< 그런데 카에리크도 울히 진이를 좋아하는거 아니였나요 ,,,,,,,, 모 아니면 말구요 ....하하;;;;
이뤈......... 올만에 읽어서 줄거리가 생각이 안나네요 ㅠㅠ 역시 난 기억력이 딸리는 건가 ㄷㄷ
흐음....오랜만에 읽어서 줄거리가...;;;;;그래도 재미있어요~
즐감입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