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6월4일 발병했으니까 어제부로 딱 17년이 됐네요.
처음에 주치의가 잔여 수명을 1년 정도 봤었는데 꼭 17배를 산 거니, 지금도 장수하기는 하는 건가 봅니다.
처음 6개월은 정말 시간이 안가더군요.
하루가 열흘 같고, 일주일이 한달 같더니...
그 후로는 느릿느릿...그러더니 요즘은 정말 총알보다 더 빨리 시간이 갑니다.
까만 머리의 주치의도 몇가닥 안 남은 머리카락이 백발이 성성.
그 때 제가 만 50살이 되던 때였으니, 중년에서 곧 노년으로 들어갈 나이가 됐네요.
돌이켜 보면 처음 2년여는 무척 힘들었던 시간이였습니다.
항암부작용이 심해 육체적으로도 힘들었지만, 생사에 대한 고민 때문에 정신적으로도 고통이 많았던 시간이였죠.
그 후로는 오히려 즐거운 시간이 많았던 시기로 여겨집니다.
원래부터 자연을 좋아하던 터라 마음껏 산과 들을 싸돌아다닐 수 있었던 것도 좋았고,
마음에 맞는 환우들과 산행, 여행, 음주가무도 즐거웠습니다.
4년 반까지 두어번 주치의에게 앞날에 대해 슬쩍 물어 보았는데
그 때마다 살아 있는 동안 항암을 해야한다, 남들보다 오래 살았으니 욕심을 버리시라고만 합니다.
마음을 내려 놓아서인지 생사에 대한 애착도 없이, 언젠가 죽을 거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살고 있었는데
6년4개월이 지났을 때, 갑자기 수술해 보시겠냐고 묻더군요.
물론 좋다고 하고 수술을 했는데 결과는 대단히 양호.
7가지 검사 중 한군데서도 암세포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완치라고 합니다.
물론 기쁘기야 기쁘지만...수술은 왜 했나?
지금까지도 궁금한 부분입니다.
언젠가 주치의에게 꼭 물어볼 생각입니다.
수술을 한 후.
암세포가 없기에 더 이상 치료는 없었습니다만, 지금까지 중증환자로 등록되어 병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3개월에서 6개월, 다시 3개월로 빽. 또 6개월 3개월을 반복하다가 1년에서 2년.
암수치가 불안정해서 계속 추적검사를 한 것이라고 하는데요.
그렇기도 하지만 아마 나이도 큰 차이 없고, 가까운 곳에서 살고, 또 오래 지내다 보니 정이 든 것 아닐까?
내년 예약이 되어 있는데, 그 때 은퇴하는 게 아닐까? 짐작만 해 봅니다.
주치의가 만난 환자 중 가장 오래 된, 본인 말대로 살아 날 홧율리 0.1%도 안되는 환자니까 끝까지 결과를
지켜 보고 싶은 마음도 있겠지요.
아무튼 지난 검사 결과까지는 2.30대보다 더 건강하다.
재발만 안하면 100살까지 살거다라고 그러기는 합니다.
음~ 100살이라.
아직도 30년 넘게 남았구나~
지금도 먹고, 마시고 하는 건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술도 일주일에 세번 이상 마시고, 음식도 가리는 거 없이 잘 먹고 있습니다.
운동이요?
재작년 8월8일.
비 억수로 오던 날 밤.
비구경 간다고 골짜기에 나갔다가 떨어져 고관절이 적설나서 인공관절 넣었습니다.
그 후로는 예전처럼 잘 못다니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꾸준히 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거리도, 시간도, 산길도 다 줄였지요.
조금 덜 다니라고 사고가 난걸까...
뭐, 그래도 좋습니다.
100살까지 살 마음은 없지만 , 살아 있는 동안은 가만 있지 않을 겁니다.
아마도 내년에는 더 이상 오지 마라고 할 것 같습니다.
그 때 또 글 올리겠습니다.
그래도 근황이 궁금하신 분은 겔러리 사진방~
첫댓글
네.
고맙습니다.
대단하십니다.
위암을 완치하셨다니
위암 완치하는 사람 많지요.
4기는 아직도 무척 귀합니다.
와 우
암 치유하신거군요. ~~
대단하신 인내시며 선배님의 노력으로 보여집니다
어쩜 더욱 건강하셔서 친구들 보다도 더 오래사실것 같습니다
주치의가 100살 보장한다고 그랬다니까요.
고관절 부서진 대목에서 예전에 글읽고
너무 감탄했던 분이 맞네요
저는 님이 살 수 있었던건 처음엔 절망하고
다음부터는 대범해진 마인드탓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이제 어떤 병마가 다가오더라도 마음의 면역이 세져서 가뿐하게 이겨내실거 같습니다
살아있음을 건강하심을 축하드립니다^^
솔직이 저도 가늠이 안됩니다.
주치의에게 물어 봤는데요.
많이 노력해서 일 거라고...
그런데 별로 노력 안한 거 주치의도 잘 알거든요.
술 너무 마신다고 집사람이나 어머니가 와서 다 일렀거든요.
다시 물었더니
타고 났을 거라고 그러더군요.
위암을 거뜬이 치유하셨네요
강인한 의지에 경의를 표합니다
닉네임이 제가 가고 싶어하던 오로라로 유명한
캐나다의 옐로우나이프 이셔서 반갑습니다
오래 전에 혼자 캐나디안 록키의 시작점인 쟈스민에까지 갔다가
너무 힘에 부쳐 포기했거든요.
언젠가 다시 가보려고 했는데
덜컥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하이고..
어쩌다 듣는 기적의 주인공이시군요..
고생하셨구요
수고하셨구요
늘 지금만 같으시기를 요
남들이 잘 안믿는데요.
고생, 수고 별로 안했거든요.
오히려 그 열배는 더 즐거운 삶을 살았습니다.
종교는 없으니까...
기적도 안믿기는 합니다.
의학도 과학인데요.
의사들은 본래 좀 최악 으로 이야기 하는걸까요?
공격 당하지 않으려고
축하드립니다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좋게 이야기해서 기대를 갖게 했다가
나쁜 결과가 나오면 낙담하지 않겠어요?
완치 축하드려요 계속 쭉 고고 건강이 자산입니다
그럼요.
건강보다 더 좋은 건 없습니다.
행운을 축하드립니다
사실 암은 말기라도 완치가 될 수 있고
초기부터 무섭게 전이가 되어 결국 돌아가시는 분도
많지요 님은 행운이지요 오래 오래 건강하십시요
말기가 치료되는 경우는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초기가 사망에 이르는 것도 그렇고요.
그저 단순히 행, 불행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제2의 인생 즐겁고 기쁘게 행복하시길 기원합니다.
네.
가능하면 그렇게 살려고 하고 있네요.
굳건한 의지력으로 병마를 이겨내신 장한 인간 승리자이십니다. ^^~
남들보다 강한 의지력은 아닌데요.
뭔가 다른 이유가 있기는 있을 겁니다.
와~~대단하세요. 술 ~~저는 끊어 요.
아마 4기가 아니면 끊었을 지도 모르겠네요.
술이 큰 위안이 되기는 했습니다.
암??? 혹시 오진은 아니었을까요???
주변의 간혹 그런 오진도 있드라구요
즉, 암 판정과 동시에 급하다고 수술 날짜까지 잡았는데
환자 가족들이 서울 병원으로 간다고 ct달라 하니 오진이었다는 ~~
아뭏든 다행입니다.
끝까지 건강관리 잘 하시기 바랍니다.
2000대 초기까지만 해도 오진이 꽤 있었는데요.
국립암쎈타가 등장하고
5대 메이저병원에서도 본격적인 암치료를 시작하면서
오진율은 많이 떨어졌지요.
그래도 아직도 지방이나 서울이라도 소규모 병원에서는 가끔 오진이 있기는 할 겁니다.
장비나 경험치 부족은 어쩔 수가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