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ministrator : Kei. Hujiwa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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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화면이 뜨더니 곧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바탕화면에 나타난다. 초원같이 보이기도 하고 파란 하늘같이 보이기도 하는 그것은 식상하리만치 평범한 스피드로 화면의 아이콘, 실행파일, 작업 표시줄 등등을 나타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마우스 포인터 모양이 모래시계로 변했다.
1초. 2초. 3초. 4초.
보통은 2초면 되는데 오늘따라 10초 이상 걸린다. 그저께는 4초, 어제는 8초더니... 이거 2의 n승으로 시간이 늘어나는 거 아닐까. 후지와라는 피식 웃으면서 저도 모르게 16초를 세었다. 14, 15... 16..........!!!!
마우스 포인터가 다시 화살표 모양이 되었다. 후지와라는 하아- 한숨을 쉬었다. 컴퓨터가 이렇게 규칙적으로 느려진다니. 바이러스가 걸린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꽤 독특한 바이러스다. 하지만 후지와라는 자신의 폴더들을 여기저기 열어 보더니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폴더명 : 내 문서
용량 : 58.4GB
파일 형식 : JPEG
파일 형식 : AVI」
오늘도 상큼하게 자신의 파일들을 점검하고 컴퓨터를 시작하기 위해 후지와라는 동영상 파일 하나를 열었다. 영어로 된 제목이 팟- 뜨더니 이내 잡음과 함께 투닥투닥, 인기척이 동영상에서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리고 침실 안을 차례대로 비치던 카메라가 침대 위로 향할 때쯤, 띠링! 소리가 나더니 메시지가 떴다.
[불량 파일 체크.]
"...........? 뭐야?"
[불량 파일이 검출되었습니다. 삭제하시겠습니까?]
갑자기 CPU에서 인터럽트 메시지를 보냈나 보다. 후지와라는 눈을 비볐다. 이런 백신 설치한 적 없는데... 다운받는 파일이 많은 편인 케이의 컴퓨터에는 각종 백신들이 설치되어 있어서, 설치된 것만 해도 수십 가지다. 하도 많이 설치해서 뭐가 뭔지, 대체 무슨 백신이 깔려 있는지조차 알 수 없을 정도다. 눈을 꿈뻑거리면서 잠시 경고 메시지를 바라보던 후지와라는 이번 메시지가 그 백신들 중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아까 그 바이러스인가? 2의 n승 바이러스."
후지와라는 마침 잘 됐다면서 확인 버튼을 눌렀다. 대체 뭔진 몰라도 꽤 짜증나는 바이러스였으니까. 고맙다고 생각하며 그 이름 모를 백신에게 감사했다. 그리고 그 순간, 대화상자가 뜨면서 주소창과 게이지 바가 나타났다. 그리고 주소 표시줄에 뜨는 파일의 절대 주소(작가 주 : 파일이나 폴더가 위치하는 곳을 주소라고 함!). 그것을 멍하니 보고 있던 후지와라는 게이지 바가 점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을 보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이제 좀더 빨라지겠지. 85, 86, 87%... 점점 백분율 숫자가 올라가는 것을 바라본 후지와라는 주소 표시줄 쪽으로 눈을 돌렸다.
대체 어디에 숨어 있던 놈인지... 좀 볼까. 그래그래, 아주 선명하게 뜨고 있다. 아마 한 폴더에 집중적으로 숨어 있었던 모양이다. C:>/.../내 문서/동영상/미츠우라 유미/1.avi.....
"...........?!?!"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제목들이 눈 앞을 스쳐 지나간다. 후지와라는 혼란에 빠졌다. 저게 뭐지? 그가 받아두었던 파일들이었다. 빠르게 지나가는 후지와라의 눈 앞으로, 그가 제일 좋아했던 여배우의 이름이 촤르륵 지나가는 순간, 후지와라는 깜짝 놀라 중지 버튼을 눌렀다. 중지! 중지! 하지만 마우스를 철푸덕, 바닥에 떨어뜨리면서 또 한번 헤매야 했다. 후지와라가 드디어 마우스를 들고 컴퓨터 화면으로 올라왔을 땐, 이미 완료 메시지가 떴을 때였다.
[작업이 완료되었습니다.]
".........서, 설마...?"
후지와라는 내 문서 폴더를 열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보물이 숨겨져 있는 폴더를 찾았다... 하지만 그림과 음악, 동영상 폴더들은 텅텅 비어 있었다. 아무리 찾아도 흔적조차 없는 파일들. 누가 포맷이라도 한 건가? 혼란에 빠진 후지와라의 눈에 들어온 것은 어떤 동영상 폴더. 후지와라는 잽싸게 그것을 클릭했다. 그가 보려고 받아 두었던 인터넷 강의 동영상이 정렬되어 있었다.
이거... 설... 마...
후지와라는 잽싸게 그 문제의 백신 치료 기록을 뒤졌다. 그리고 이상한 점을 찾아냈다. 그 백신이 치료한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었다. 파일이었다. 파일명은 avi에서 끝나 있었다. 게다가 '바이러스 치료' 도 아니고 '바이러스 삭제' 라는 말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상하게 학습 관련 동영상만 깔끔하게 남아 있던 C드라이브.
"...........뭐, 뭐야?"
어이가 없어진 후지와라는 다시 힘없이 컴퓨터 앞에 앉았다. 순식간에 날아간 자신의 동영상들을 애도할 생각은 하지도 못한 채, 이리저리 뒤지며 백신을 찾아다니던 후지와라의 컴퓨터 바탕화면에 메시지가 떴다. 아까 그 백신과 똑같은 테마의 대화상자.
[불건전한 파일들은 모두 삭제되었습니다. 치료 기록을 저장할까요?]
인물 소개 - 그 첫번째 이야기
후지와라 케이(17) - 평범한 고등학생으로 세이케 고등학교에 재학중이다. 약간 게임중독 증세를 보이며 힘든 공부 때문에 현실도피를 하고 있는 대표적인 수험 스트레스 피해자. 방에 있는 유일한 놀잇감인 컴퓨터를 가지고 여러가지 일을 하면서 그나마 미치지 않고 살아가고 있다. 그런 그를 걱정해 주는 유일한 친구 사토 에이치로는 컴퓨터를 그만둘 것을 권하면서도 케이와 같이 게임을 즐긴다. 여러 가지 게임을 즐기면서 스트레스를 풀고, 일반 남자 청소년이면 당연히 가질 법한 생각, 호기심 등을 다 갖고 있다.
가정에서는 케이에게 여러가지를 강요하지만 드디어 케이가 반항하면서 나오자 무서워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황이다. 웬만하면 건드리지 않는 엄마와 성적표가 나올 때만 화를 내는 아빠 덕분에 별로 개의치 않고 게임을 하지만, 여동생의 끝임없는 잔소리 때문에 괴로워한다.
등업한 기념으로 여기다가 소설 옮깁니다.
많은 기대 부탁드릴게요! ^^
첫댓글 흠.... 과연 여배우의 이름이 적혀있는 파일들이 무었이었을까요? 궁금하네요
후후후... 패스워드를 잘 보세요. 힌트가 될 거에요. ^^ 그나저나 스트레스 풀이로는 그만이었을 텐데... 불쌍한 우리 주인공. ㅠㅠ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