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심심할 때 먹습니다. 보통 물리 시간에는 두 개, 수학 시간에는 세 개. 체육 시간에 먹으면 버리기 좋아요. 음악 시간에는 가급적 먹지 마세요. 고음 부분에서 숨넘어갈 수도 있으니까요.
선생님이나 좋아하는 사람을 무서워해요. 좋아하는 선생님이라면 아, 아찔합니다. 어쩌겠어요. 꿀꺽 삼켜버려야지요. 구멍난 어금니에 숨길 수도 있지만 어쩐지 비겁해 보이잖아요.
화가 나는 날에는 턱이 아플 때까지 씹습니다. 입에서 아카시아 향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꼴을 보고야 말겠어요. 동구 밖 과수원 길에 왔다는 착각에 빠지게 해주겠어요.
가끔 들키지 않기 위해 먹을 때도 있어요. 양볼을 오무락거리며 속으로 말하죠. 마늘이 들어간 음식은 자제했어요. 술은 절대 입에 대지도 않았고요. 긴장한 건 아녜요. 키스하고 싶은 건 더더욱 아니래도요!
입천장에 짝짝 달라붙는 말들을 기억해요?
입맛을 짝짝 다시며
입을 짝짝 벌려보세요.
입아귀에 주름을 짝짝 그으며
입술로 짝짝 박수를 치는 겁니다.
혓바닥이 짝짝 갈라질 때까지
입방정 좀 같이 떨어봐요.
아, 입안에 쏟아지는
쫄깃쫄깃한 가뭄의 단비!
저작(咀嚼)의 비법은 묻지 말아요. 풍선이 되어 날아가버릴 거예요. 면도날처럼 잔뜩 납작해져 기생충과 접선하겠어요. 수틀리면 지우개처럼 굳겠습니다. 혹시라도 당신의 기억을 모두 지워버린다면?
그래도 씹을 수밖에요.
우리는 심심하거나
화가 나 있고
비밀이 드러날까봐 언제나 두렵잖아요.
순간을 부풀리기 위해
배 터지기 직전의 개구리처럼
능동적으로 씹어먹을 뿐인걸요.
[우리는 분위기를 사랑해], 문학동네,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