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p><p>의사는 환자와 함께 떠내려간다</p><p>둘은 서로에 관하여 무관심했지만</p><p> </p><p>의사는 상처에 붕대를 감아주었고</p><p>환자는 아프면 아프다 소리를 질렀다</p><p> </p><p>사랑은 없었다 하필 크리스마스 지나</p><p>겨울철 홍수가 났고 의사와 환자는</p><p>풀리다 엉킨 붕대처럼 떠내려갈 뿐</p><p> </p><p>찔레나무 꺾이고 벽이 무너져서 함께</p><p>가다가 의사는 환자 붕대를 붙잡고</p><p>환자는 아파서 아프다 소리를 지르고</p><p> </p><p>그렇게 사랑 없이 같이 떠내려갔다</p><p>이름도 모르는 의사 하나 환자 하나</p><p>꺾인 찔레나무 무너진 벽돌 몇 장</p><p> </p><p>홍수가 나지 않았다면 겨울 지나 봄까지</p><p>의사는 끝없는 붕대를 감았을 것 환자는</p><p>여름이 다 지나도록 소리소리 질렀을 것</p><p> </p><p>그런데 의사는 환자와 함께 떠내려간다</p><p>병원 외벽 위로 찔레꽃 돋는 것도 못 보고</p><p>그렇게 사랑 없이 죽어버린 사람처럼</p><p>인사도 못한 계절처럼 다 떠내려갔다</p><p> </p><p> </p><p> </p><p> </p><p>[무궁무진한 떨림, 무궁무진한 포옹],다산책방, 2018.</p><p> </p><p> </p><p> </p><p> </p><p> </p><p> </p><p> </p><p> </p><p> </p><p> </p><p> </p>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