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자랑에 입상하신 여든한 살 할머니가 분홍 셔츠에
흰 바지 차려입고 이은미의 <애인 있어요>를
다소곳 환히 부르네
숨은 턱에 찼으나 손 모아 파르르 입술 모아 애인 있어요,
말 못한 애인 있다니
여든넷 어머니 그늘 겹쳐 오네
새치뽑던 파마머리 젖가슴 뭉클 잡히던
얼굴 연하고질(煙霞痼疾)이여,
희미한 내 노래여
나도 애인 있어요, 춘천 어디 산비탈 가지마라 매어 두신
실오리, 실오리 스쳐 돈담무심(頓淡無心) 내려온 데
목메도록 애인 있어요 천석고황(泉石膏肓)이여,
희미한 내 노래여
골도 좋아 물 시린 집,
다시 못 올 흔들의자에 내가 버린 애인 있어요
나 날 적 궁전이었으나 내가 버린 폐가(廢家) 있어요
시집 『애인 있어요』(시인생각, 2013년) 수록
첫댓글 연하고질(煙霞痼疾) : 자연의 아름다운 경치를 몹시 사랑하고 즐기는 성벽(性癖)
돈담무심(頓淡無心) : 어떤 사물에 대하여 만족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음
천석고황(泉石膏肓) : 山水를 즐기고 사랑하는 것이 정도에 지나쳐 고치기 어려운 깊은 병과 같음을 이르는 말
아이고, 한문세대인 나도 어려운 한자가 수두룩해서 한참을 헤매었네요.
어려운 애인이 있었던 게 확실합니다.^^*
어려운 애인~~ㅎㅎㅎ 그렇네요^^;;; 감사합니다 주페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