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산을 올랐다 산에는 산에 사는 것들이 많았다
내가 뱉은 말을 나만 들었다 가끔 산에 살지 않는 것들도 보
였지만
산은 모든 걸 포용해준다니까
내려와서는 늘 계곡에 들렀다 머리를 위로 드리운 첩첩산중
산그늘이 계곡을 감싸안을수록
등골이 서늘해졌다 숨을 쉴 때마다 물비린내가 따라 들어
왔다 물 위를 절반만 떠다니는 저것은
어쩌다 여기까지 흘러왔을까
너무나 깊은 산골이었고
중세 때
자살에 실패한 사람들은 감옥에 가고 성공한 사람들은 시
체를 훼손당했다던데 훼손당한 시체는 어디에도 묻히지 못
했다던데
나는 결국 한국이었다 산에서 묘를 지나치는 일이 익숙했
다 얼굴도 모르는 사람의 묘에 절을 하던 기분으로
이름 모를 산을 오르곤 했다 삽을 쥔 사람을 마주친 적도
있다 모르는데 익숙한 얼굴 산 주인이었을까
그래도 괜찮아 여긴 산골 중에서도 산골이니까 산에서 어
떤 일을 지어도 산은 금방 잊어주고
쉽게 찾지 못할 것이다
산은 말이 없고 묻힌 게 많아서
뭔가를 묻을 때마다 산을 찾는 사람들 땅을 뚫고 피어난
것들을 밟고 이대로 묻힐 수 없는 마음이 산을 오른다
내 몸 위에 금수강산이
이렇게 아름다운데
아가 물가로는 가지 말렴 그런 말을 해주던 사람은 어디
로 갔울까
* '사냥'의 어원은 '산행(山行)'이다.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창비,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