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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머신을 타고 그날일을 되짚어보다 2회 박예진지음
타임머신 속에서 변호사나 검사 판사 역할을 한 대학생들은 서울대 법대생들이고, 나중에 관련 일을 할 학생들이었다. 검사는 총각이고 나이는 27살이고, 판사는 유부남이고 나이는 33살이었다. 변호사는 당시 27살로 대학교 4학년이었다. 타임머신 속 모의재판이 재미있어서 또 하고 싶은 심정으로 고정출연을 할 거라고 생각했다. 첫 모의 재판이라서 떨리는 심정으로 한 것이다. 그들은 타임머신 속 재판이지만, 현실로 돌아가도 이 재판 경험을 절대 잊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실상 실존 인물이 재판을 하는 것이라서, 현실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고 보면 된다. 타임머신 속 검사는 당시에는 대학생 신분으로 나오지만, 현실에서 나중에 민지를 만나게 되는데, 그때는 그 검사가 변호사가 되어서 만나게 된다. 검사역을 한 그는 민지의 예쁜 얼굴을 보고 조금 눈 여겨 보고 있었다.
“박민지 양은 다른 학생들에 비해서 학원은 거의 안 다녔다고 합니다. 초등학교 6년 동안 미술학원은 3개월이 전부이고, 산수는 4학년 겨울방학 때 속셈학원 다녔는데, 사실상 5학년 산수를 미리 배운 셈입니다. 그리고 5학년 때 4개월 정도 속셈학원을 다녔다고 합니다. 그게 전부라고 합니다. 따라서 초등학교 2학년 산수성적은 학원을 안 다니고 혼자 공부해서 얻은 성적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원래 산수 우가 본인 성적이 맞다고 봅니다. 단 한 번도 부정행위를 하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서 얻은 성적인데, 변호인의 주장은 좀 억울하다고 합니다.” 검사가 말했다.
“다만 집에서 문제집을 꾸준히 풀었던 것은 사실이고, 입학 때도 산수 성적이 95점으로 들어간 학생으로 이미 더하기 빼기 기초가 된 상태에서 입학을 한 거라고 합니다. 그런 학생이 가를 산수 ‘가’를 맞은 게 오히려 이상한 것이고 게다가 빈 시험지를 보고도 채점을 매긴 게 더 이상한 거라고 합니다. 이름 하나 안 적혀 있고 문제를 푼 흔적이 전혀 없는 빈 시험지인데, 이 빈 시험지에 한 문제 맞춘 것처럼 동그라미까지 해서 채점을 하고 나눠 줬다고 합니다. 민지 양이 말이 없어서, 그리고 겁이 많아서 혼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차마 말을 꺼내지도 못하고 넘어간 거라고 하던데요. 단지 너무 말이 없었다고 해요. 무지 숫기가 없는 학생인데, 교사는 이러한 학생의 특성을 살펴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시험지에 문제 푼 흔적이 없는 것에 대해 이를 이상히 여긴다면 선생님이 민지 양을 불렀어야 하는 것인데, 교무실에 오라고 부르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의 주장은 민지 양이 문제를 풀기 싫어서 한 행동이 아니냐고 사이버 게시판에 글을 올려 주셨으나, 만일 문제를 풀기 싫어서 한 행동이면, 왜 다른 과목은 시험지를 푼 흔적이 있는 건가요? 이게 이상한 거 아닌지요?” 검사가 말했다.
“산수만 문제를 풀기 싫어서 일부러 학생이 시험지 받으러 가지 않은 것이다. 이게 말이 됩니까?” 검사가 피고인을 보고 말했다.
“피고인, 학생을 매 40대 때리고 그래서 학생이 다리 인대가 늘어나서 제대로 걷지 못하게 돼 학생 엄마가 교육청에 항의를 하였고, 이에 교사는 관련 사건을 조사를 받았는데, 이로 인해 교사 평가가 최하로 떨어지고, 승진이 어렵게 되고 경위서를 쓰게 된 상황까지 오니까, 학생에게 복수하고 싶었던 거 아닌가요. 민지가 문제를 일으킨 적도 없고 친구를 때리고 다닌 적도 없는 학생을 준법성을 다를 준 행위도 공정한 평가가 아닌 듯싶은데요?
“교사 평가가 최하로 떨어지고 승진을 못하게 되니까, 학생을 미워하고 그리고 시험당일 자리배치도 민지 양이 뒷자리로 배정되게 세 번이나 자리를 바꾸었다고 하던데요? 그래야 맨 뒷자리에 앉는다면서요? 번호순서로 하면 민지 양이 71번이니까, 맨 뒷자리가 되지 않습니까? 이는 시험지가 부족한 상황에서 맨 뒷자리 앉은 학생이 시험지를 못 받아갈 것을 예상했던 것 아닌지요. 선생님이 시험지를 무려 7장이나 부족하게 가지고 왔다고 합니다. 이는 감독으로서 해야 할 의무를 제대로 안 한 거 아닌지요. 시험지는 부족하게 가져온 행위 자체가 잘못한 거죠. 7장이나 부족하게 가져와서 뒷자리 학생들은 모두 시험지를 못 받아가는 것을 아셨고, 뒷자리 앉은 학생들 중에 한 명을 지시하여 그 애 보고 대표로 시험지를 받아오라고 했는데, 그 학생은 민지 양이 손을 들었는 데도 민지 양이 손 든 것은 빼고 셌다고 합니다. 민지 양은 따라가려다가 설마 그 학생이 시험지를 부족하게 가져올 줄 몰랐다고 합니다. 설마 한 장 모자라게 가져올 줄 어찌 알았겠어요? 게다가 시험지도 뒷자리 학생에게 걷으라니, 교사 맞아요?” 검사가 말했다.
“시험지는 왜 학생을 시켜서 걷으라고 한 겁니까?” 검사가 말했다.
“당시에는 학생에게 심부름 시키는 일도 흔하고 저도 바쁘니까 학생들에게 시켰지요. 솔직히 좀 귀찮기도 하고요. 시험지 못 받아서 손들고 있었던 거면, 내가 무안 주더라도 교실 밖에 나와서 옆 반 가서 시험지 받아가서 시험을 치루면 되는 거지. 그 정도 용기도 없는 아이일 거라는 것을 내가 어떻게 알아요. 그 애는 바보지요. 다행이도 그날 여유 있게 시험지를 가지고 있던 반이 8반인데, 우리 반은 7반이었거든요. 그날 대표로 시험지 받아간 학생도 8반가서 시험지를 받아 온 거라고 하던데요.
저는 아이들에게 스스로 할 줄 아는 능력을 키워 줘야 하니까, 시험지 정도는 스스로 받아가야죠. 교사가 일일이 챙겨 주고, 어떻게 다 해요. 학생 수가 너무 많아서요. 귀찮게 챙기는 일 저도 무리거든요.”
교사가 말했다.
“저는 시험지 못 받은 것을 다음날이라도 말하지 못한 건 산수시험을 치루지 못한 사실을 알면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못할까 봐, 걱정해서 말을 꺼내 보지도 못 한 것입니다. 시험 당일 분명히 20분 넘게 손을 들고 있었던 건 시험지 못 받았다는 저의 의사를 표현한 것인데, 선생님께서 제 의사를 무시하시고 제 자리에 와 보지도 않으시고 시험지도 저보고 걷으라고 하셨던 거 잖아요.” 민지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산수시험을 못 치른 학생이 있으면 다음에라도 재시험을 보면 되는데 왜 졸업까지 걱정하니?” 교사가 비웃듯이 말했다.
“7살, 겨우 1학년 학생이 재시험 제도를 어떻게 아느냐고요? 그걸 알았으면 당연히 말하지 않았을까요?” 민지가 말했다.
“저는 초등학교는 졸업하고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까지 졸업을 하고 싶었다고요. 산수시험 한 번 못 치른 게 혹시나 졸업에 지장 있을 줄로만 잘못 알았던 것뿐입니다. 그래서 말을 꺼내는 것을 두려워한 것뿐입니다. 초등 졸업은 수업시수를 꽉 채워야 하고, 게다가 산수과목을 딱 한 번 시험을 치르지 못한 사실만으로는 졸업에 지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시간이 많이 흐른 후였어요. 게다가 의무교육이잖아요.” 민지가 말했다.
“참고로 저는 초등학교를 6년 동안 하루 결석한 게 전부입니다. 따라서 수업시수를 전부 채워서 사실상 졸업이 인정된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중학교는 개근이고요. 고등학교도 하루 결석한 게 전부입니다. 사실상 수업시수를 전부 채워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이 당연히 인정되는 것이 옳고요. 대학도 저는 분명히 정식으로 수능을 치르고, 정시모집으로 대학교를 간 사람입니다. 이렇게 열심히 학교를 다녔는데, 졸업이 인정 안 되면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수업시수를 다 채우고, 학교를 다녔고, 산수 시험을 한 번 못 치른 정도는 괜찮은 것이고, 졸업은 인정돼야 하는 것입니다.
그것도 초등시험 1학년 때라, 시험제도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상황이라서 일어난 실수이고 저도 용기 있게 시험지를 받으러 옆 반을 가서 가져오지 못한 잘못이 있지만, 선생님이 잘못한 것도 있다고 생각해서……,” 민지가 더 이상 말을 하지 못했다.
“증인님 잘못이 아닙니다. 그리고 졸업은 당연히 인정이 돼야죠. 생활기록부를 보면 박민지 양은 정말 6년간 하루 결석했더라고요. 딱 하루 그것도 공교롭게도 1학년 때입니다. 산수시험 못 치른 날도 결석이 아니라 출석인데, 다른 과목은 시험을 치른 것으로 돼 있습니다. 사건을 보니, 담임 선생님이 그날 감독이셨고, 유일하게 산수과목만 담임 선생님이 감독으로 오신 거라 하지요?” 변호인이 말했다.
“네, 다른 과목은 다른 반 선생님이 감독하셨고. 시험이 끝나고 교실 이동까지 하는 등의 복잡한 과정까지 거쳤습니다. 분명히 말하는데, 국어, 도덕, 사회는 다른 반 선생님이 감독으로 오셔서 감독을 했을 때는 시험지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박민지 양은 맨 뒷자리에 앉지도 않았다고 합니다. 분명히 중간 자리에서 시험을 치렀으며, 특별히 번호순서대로 앉는 것도 아니었다고 합니다.” 검사가 말했다.
관객들이 모두 놀라며, 웅성웅성 거렸다.
“그리고 미술실기점수가 공정치 않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민지 양의 그림이고요. 민지 양이 초등시절부터 미술에 소질 있었다는 것을 증언해 줄 분들이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화면이 크게 뜨더니, 당시 박민지 양이 만들었던 미술 작품들이 전부 화면에 떴다. 관객들은 모두 박민지 양의 그림과 만들기 작품들을 모두 보았다.
“우와, 진짜 잘 만들었다.” 관객들이 감탄하면서 말했다.
“민지 양이 그림을 잘 그린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이 장소에 세 분이나 있습니다. 검사가 말했다.
“증인이 또 있습니다. 민지 양 초등학교 3학년 담임 선생님께서 박민지 양에 대해 증인으로 오셨습니다.”
“○○ 선생님은 박민지 양의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이시죠?” 검사가 말했다.
“네, 민지 양은 초등학생 시절부터 그림을 굉장히 잘 그렸습니다. 그리고 만들기에도 소질이 있어서, 먼 훗날 미대를 갈 것 같은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박민지는 분명 미술에 소질이 있습니다.”
○○ 선생님이 말했다.
“그리고 유○○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이분은 박민지 양이 미술에 소질 있다고 생각하고 미술대 진학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선생님입니다.” 검사가 말했다.
“박민지 양은 그림 잘 그렸죠. 초등학생 시절 저한테 3개월 정도 미술을 배웠는데, 정말 그림을 잘 그려서, 나중에 화가가 될 거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고등학생 시절 수채화를 배우기 전에 이미 미술 실기 대회에서 입선을 할 정도의 학생이었습니다.”
○○ 선생님이 말했다.
“수채화를 배우기도 전에 미술실기대회에서 상을 탔다는 말씀이시죠?” 검사가 말했다.
“네, 그렇습니다. 전 당시에 미술학원 원장이었지만, 박민지 양은 미술에 소질이 있는 건 확실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 화면 속의 그림은 정말 객관적으로 보기에 잘 그린 그림입니다.” ○○ 선생님이 말했다.
“미술이라는 과목이 주관적인 판단에 따라 좋은 그림의 순위가 바뀌기도 하지만, 너무 객관성이 떨어진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이는 40대 매를 맞은 사건 이후 교사 평가점수가 최하로 떨어지면서, 교사 승진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이야기가 있던데요?” 검사가 말했다.
“당시 교사는 승진을 마음에 두고 있었는데, 승진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에 대한 분노가 좀 있었다고 하는데, 뭐 그럴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교사 쪽 변호인이 말했다.
“아 그러면 교사 승진이 매우 중요하시다. 그래서 학생 성적을 불공정하게 최하 점수로 주시고, 잘 하셨네요. 정말, 교감 선생님으로 바로 승진 안 돼서, 그렇게 분노하셨단 말씀인가요?” 학생 변호인이 말했다.
“학생에게는 그림을 잘 그렸다고 칭찬까지 했다고 합니다. 한 가지 색 그리기 수업이었는데, 잘 그렸다고 칭찬하신 분이 바로 김 교사님이시잖아요. 그 말을 했다는 것은 이미 학생의 그림이 소질 있다고 생각했다는 뜻이었습니다. 처음에 그림 잘 그렸다고 칭찬하셨을 때는 40대 매를 맞은 사건이 나기 전이라고 합니다. 그러다가 사건 터지고 나서 학생을 미워하는 마음으로 실제 그림실력과 다르게 최하로만 평가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게 교사 평가가 중요하고, 학생에게 주는 상처는 생각을 안 하셨다면, 이는 정말 잘못하신 겁니다.” 학생 변호인이 말했다.
화면에 뜬 민지의 그림이랑 작품을 보면서 말했다.
“내가 칭찬한 학생이었던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저 그림은 잘 그린 편이긴 해.” 김 교사가 말했다.
김 교사는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민지는 미술에 소질이 있었다. 어려서부터 소질이 나타나야 미술을 전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기에 소질이 나타나지 않으면 사실상 미대 진학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본인이 잘못한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양은 솔직히 교사의 감정이 들어간 점수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었다. 다른 애는 몰라도 민지는 양이 억울했을 거 같고, 그냥 우를 줄 것을 그랬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선생님은 민지 양의 준법성을 최하 점수를 주셨지만,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이에 대한 증인이 있습니다. 증인 나와 주십시오.” 검사가 말했다.
“김화윤이라고 합니다. 저는 민지 양의 친구입니다.” 김화윤 양이 말했다.
“증인 김화윤 양은 민지 양에 대해 어떻게 기억합니까? 선행상을 탈 정도의 착한 학생입니까?” 검사가 물었다.
“네, 우리 반 친구들 중에서 민지가 제일착하고, 순수했습니다. 한 번도 누굴 괴롭히거나, 못 살게 군 적도 없고요. 준법성 다를 받은 일이 있다는 민지의 이야길 듣고 정말 억울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애가 준법성 다면, 모든 학생이 전부 준법성 다를 맞아야 합니다. 이 애는 교칙을 위반한 적도 없고, 숙제도 꾸준히 해 왔습니다. 한 번도 선생님에게 대든 적도 없는 착한 학생인데, 이 애가 왜 준법성 다인지 모르겠습니다. 사고 한 번 친 적이 없는데, 그런 점수를 받은 적이 있다면, 이는 공정치 못한 평가가 맞다고 봅니다. 이 애는 오히려 준법성은 최고점수인 가를 받아야 함이 옳았을 것이고, 아마도 1학년 때의 담임 선생님만 유일하게 학생을 미워하신 것 같습니다.”
“미웠다면, 정말 미안하네.” 민지의 담임 선생님이 말했다.
“민지 양이 모범학생이었다는 주장이 있습니다. 준법성 평가가 최하는 말도 안 되는 점수라는 주장입니다. 그리고 생활기록부에 다른 선생님들은 민지 양 준법성 점수를 최고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오로지 1학년 때 담임 선생님만 준법성 다를 준 것이지요. 이는 그분만 유일하게 최하 점수를 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버릴 수 없습니다. 객관적이지 않다는 지적이죠. 민지 양이 모범학생이었다는 주장을 해 줄 분 하나를 또 증인으로 신청합니다.” 검사가 말했다.
“민지 그림 잘 그렸지. 준법성도 높고 마음씨도 따뜻해서 친구들이 모두 민지가 선행상을 타야 한다고 권유해서 초등학교 5학년 때 선행상도 탔었습니다. 책임감도 강하고요. 모범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유독 초등학교 1학년 때 담임 선생님만 말도 안 되는 점수를 준 것 같습니다.
저 아이는 순수하고 착합니다. 감정에 충실해서 표정에 다 드러난 게 단점이긴 하지만, 정말 악의가 없는 아이었습니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저 아이에게 행동발달 상황에서 준법성 점수를 최하로 준 것은 잘못된 판단인 것 같습니다. 보시다시피 초등학교 1학년 때만 제외하고 모든 선생님들이 저 아이에게 준법성 점수는 최고점수를 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다른 분은 다 착하다 성실하다 순수하다고 좋게 평가해 준 것과 너무 대조적이지 않나요? 아마도 1학년 때 담임 선생님은 혼자 잘못 평가를 한 것 같아요.” 박 선생님이 말했다.
“조사를 해 보니, 박민지 양은 5번의 선행상을 모두 친구들 추천으로 받은 것이라 합니다. 교사의 추천도 있지만, 모두 민지 양이 타야 한다고 입을 모아서 받게 된 거라고 합니다.
초등학생 시절만 두 번 선행상을 탄 게 아니고 중학생 시절 두 번의 선행상과 고등학생 시절 1번의 선행상을 탄 학생입니다. 이 정도면, 박민지 양이 학생들에게나 선생님들에게 모범학생으로 인정을 받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탈 만한 학생이 없을 경우에는 주로 임원이 타는데, 박민지 양은 반장도 아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범학생으로 추천받은 학생입니다.
이런 학생에게 초등학생 시절 1학년 담임 선생님만 유독 준법성 점수를 최하를 준 것입니다. 유일하게 최하를 받은 것은 처음이라고 합니다. 이는 객관성이 떨어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김○○ 선생님만 이 학생을 나쁘게 평가 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김○○ 선생님 평가가 과연 공정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검사가 말했다.
검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화면에 선행상이 떴다. 무려 5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1학년 담임 선생님은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존경하는 판사님, 더 들어 볼 것도 없습니다. 저 교사는 징역 3년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검사가 말했다.
재판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뒤에서 웅성웅성 거렸다.
“판결을 하겠습니다. 김○○ 교사는 민지 양이 7살이라는 사실을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동이 걸어가는 것도 힘들게 매를 때려 인대가 늘어나게 한 잘못을 했으며, 또한 산수시험지를 못 받았다고 학생이 20분 넘게 손을 들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한 채 시험지를 받았는지 안 받았는지를 확인해 봐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자리에도 와서 확인조차 하지 않아, 학생이 산수시험을 한 번 치르지 못한 것이 원인이 되어 1학년 산수성적이 ‘가’ 나오게 한 잘못을 저질렀다. 감독으로서 했어야 할 의무를 저버리고 학생이 손 든 것도 무시하고 방관한 태도는 분명 선생님의 잘못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선생님의 일기에는 음악 미술을 꽤 잘하는 학생이라는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최하 점수를 매겼다는 글로 보아 공정하지 못한 평가를 한 것으로 보인다. 미술에 소질 있는 학생에게 상처를 주었다. 또한 교칙 위반을 한 적도 없고 숙제도 잘해오고, 사고 친 적이 없는 학생에게 준법성 다를 준 것은 공정치 않은 평가로 보인다. 게다가 이 학생은 선행상을 5번이나 탄 사실로 보아도 학창시절을 매우 모범적으로 잘 한 학생으로 보인다. 이런 학생이라면, 준법성 다를 받은 일 자체가 공정한 평가라기보다는 오로지 교사의 사적인 감정으로 준 평가로만 보인다. 그 원인이 교사가 학생을 매 40대를 때리고 이에 대해서 교육청 조사를 받는 일이 생겨서, 교사 평가를 최하 점수를 받아가게 된 일 때문이라는 주장이 신빙성 있어 보인다. 따라서 검사는 징역 3년을 주장하였으나, 나는 더 형을 높여서 징역 5년을 내리도록 한다.”
선생님은 마음속에 박민지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김 선생님은 속으로 자신의 평가가 조금은 사실과 다르게 기재한 사실을 알고 있었다.
원래 준법성은 사고 친 아이라든가, 교칙위반을 자주 하거나 그런 문제 아이들에게 최하 점수를 주는 것이 상식일 것인데, 민지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조금 미안한 생각도 들었다. 원인은 매 40대 때린 사건 때문이었을 거 같았다.
타임머신 속 김 교사는 바로 교도소로 들어가게 되었다. 잠깐 교도소로 가는 시늉을 했다. 그리고 3분후, 김 교사는 다시 일반인 신분으로 돌아왔다.
김 교사는 의사를 아내로 두었다고 하셨다. 그리고 프랑스로 돌아가야 한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민지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떠났다.
마치 연극을 보는 것 같았다.
“주인님, 이제 사건 하나가 해결됐습니다. 어떻습니까? 현재로 돌아갈까요?”
“응, 어서 가상현실체험에서 나와야지.”
민지는 순식간에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가상현실에서는 분명히 2000년도였으나 현실로 돌아오니까, 2008년도로 바뀌었고, 민지는 30살로 돌아왔다.
민지는 타임머신 놀이가 신기하고 재미있지만, 자주 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타임머신 놀이를 처음 맛본지 두 달 넘도록 타임머신 놀이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인턴교사로 근무하기 시작한 지 두 달을 넘기고 있었다. 민지는 친구들을 만나기로 약속한 사실을 깨닫고 약속 장소로 갔다. 은아가 제일 먼저 약속 장소에 와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요새는 타임머신 놀이가 유행이야 혹시 너도 타임머신 놀이를 했니? ” 은아가 말했다.
“응 해 봤어. 다음에 또 할 거지만, 가끔 하려고” 민지가 말했다.
“타임머신은 신기한 발명품이네. 이걸 처음 판매한 사장님이 올해 27살인데, 이름이 환서라 했던가?” 은아가 말했다.
“아 그 김환서 점장님. 첨에 알바로 일하다가 가상현실체험센터를 운영하게 된 거래, 나이가 이제 27살. 진짜 젊지?” 민지가 말했다.
“이승기가 22살이니까. 환서님이 형이네.”
“야, 너 여태 연예인 타령이야. 아직도 이승기 좋아해?” 은아가 말했다.
“응, 김환서 그 애가 꼭 승기를 닮았잖아.”
“말도 안 되는 소리하네. 누가 승기를 닮아. 한 개도 안 닮았거든.” 은아가 말했다.
“너는 연예인 좀 그만 좋아하면 안 되니? 철없어.”
은아가 말했다.
“그냥 연예인으로 좋아하는 것뿐인데.”
“너만 상처받아, 계집애야.” 은아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너 그러다가 이승기가 ○○분과 결혼발표라도 하면 슬피 울 거 같다고 했잖아. 내가 모를 줄 아니, 너무 연예인에게 빠져선 안 돼.” 은아가 말했다.
“그렇겠지. 하긴 연예인은 허무한 사랑이 맞아.”
은아와 민지는 이렇게 대화를 하고 가상현실체험센터를 지나갔다.
가게에는 늘 항상 50%세일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인공지능 로봇을 파는 가게가 너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해 보였다.
“얼른 들어와서 인공지능 로봇을 구매해 보세요.”
가게 직원이 말했다.
“재는 맨날 가장 싸게 판다를 강조한다. 지친다. 진짜. 인공지능 로봇 판매가 유행이긴 하지만.”
은아가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래, 요샌 핸드폰 가게보다 인공지능 로봇가게가 더 많은 것 같아.” 민지가 말했다.
“그런데, 동진이는 조금 늦는 모양이야?” 은아가 말했다.
“세라는 갑자기 시간이 안 나서 어렵다네, 동진이가 곧 올 거야. 우리가 미리 식당에 들어가서 기다리면 돼?” 민지가 말했다.
“그나저나, 너는 임용고시 언제 그만둘 거니? 벌써 너도 30살이잖아?”
“그러게, 나도 30살이네, 그 가상현실체험센터 점장은 나보다 나이도 어린데, 벌써 점장이야 놀랍다.”
은아와 민지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동진이가 나타났다.
“좀 늦었지?” 동진이가 말했다.
“괜찮아.” 민지가 말했다.
“너 뭐 먹을 껴?” 정은아가 말했다.
“난 짬뽕 시킬 거니까 절반씩 나눠먹자.”
은아가 말했다.
“그랴.” 민지가 말했다.
은아랑 민지는 서울에서 초등학교 다닐 때 동창으로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
은아와 민지는 서울 살았을 때 눈사람 만들면서 친해진 날도 회상하고, 만들기 숙제도 같이 했던 일들을 회상했다.
민지는 아빠가 회사를 옮겨야하는 일이 생겨서, 대전 유성구에서 산 적이 있는데, 고등학교 다닐 때였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 동진이와 은아, 세라, 민지가 같은 반이었다. 원래는 동진이는 세라와 단짝친구지만, 세라가 사정이 있어서 이번에는 못 온다고 했다.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려고 하는데, 세라가 오지 않아서 서운했다.
은아랑 민지 그리고 동진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은아는 짬뽕을 시키고, 민지는 짜장면을 시켰다. 둘이서 절반을 나눠먹었다. 그리고 동진이는 볶음밥을 먹었다. 동진이는 원래 짬뽕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짬뽕을 먹지 않았던 것이다.
“맛있다.” 은아가 말했다.
“어, 대근햐.” 민지가 말했다.
“대근하면 먼저 들어가.” 은아가 말했다.
“하루 종일 일하고 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자서 그래, 학교 근무하고 나서 집에 와서 또 공부한다고 책상에 오래 앉아 있다가 잠드니까, 참 대근햐.” 민지가 말했다.
“너 요새 사투리를 좀 쓴다. 며칠 전에는 그냥 표준어 쓰는 줄 알았는데,” 동진이가 말했다.
“오랜만에 친구들 만나서 그렇잖아. 뭐, 민지도 마찬가지잖아.” 은아가 말했다.
“그러고 보니, 우리가 고등학교 졸업한 지 진짜 오래됐네. 대학교도 졸업을 한 지 또 꽤 돼 가잖아.” 동진이가 말했다.
동진이와 은아 민지가 즐겁게 대화를 나눈 후 각 각 집으로 돌아갔다.
민지는 이승기 팬 감정을 정리하기로 했다. 민지는 팬클럽 활동이 힘겨웠다. 팬클럽을 나오고 나서 이승기 팬으로 있는 일이 쉽지 않을 거 같았다. 팬클럽을 나오면, 이승기 행사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그냥 팬 감정을 정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그날부터 민지는 이승기 팬 감정을 접었다. 그리고 마음에 허전함을 달랠 길이 없어서 민지는 이승기 초상화를 그렸다. 닮았는지 안 닮았는지 아무생각도 안했다. 그리고 그 그림을 친구들에게 보여주었다. 사실 다른 그림들도 그렸고, 다른 그림들도 같이 보여주었다. 늘 민지는 본인이 그린 그림을 꼭 사진을 찍어서 보관해 두었고, 그 사진들을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다.
어느 날 민지와 은아가 또 만났다.
.“민지야, 너 이승기 나오는 프로그램 봤니?”
“아니, 팬 관뒀어” 민지가 말했다.
“왜?”
“은아야. 나는 이승기가 좋아서 팬클럽에 가입했는데, 이○○ 이모님과 팬클럽이 연결돼 있어서 조금 불편했어. 나는 이○○ 이모님 팬이 아니라고요.”
“어머 이승기는 솔로가수인데, 왜 이○○ 이모님과 팬클럽이 연결돼 있지?” 은아가 말했다.
“아, 너 불편해서 관둔 거야?” 은아가 말했다.
“누나라 하니까, 누나팬클럽은 무조건 이○○ 이모님과 연결해 놓아서 솔직히 불편했어.”
“우린 핑클 세대잖아. 첫 번째 아이돌가수 세대니까, 우리 또래들은 솔직히 서태지나 핑클, 지오디를 좋아했잖아.” 민지가 말했다.
“이○○ 이모님이 싫은 건 아닌데, 난 이승기만 좋아하는데, 자꾸 이○○님을 연결시켜 놓은 분위기가 불편했기에 팬클럽을 나왔어. 그렇다고 팬을 관두려 한건 너무했나 싶기도 하네.”
민지는 솔직히 말했다. 이승기를 잊기로 하고 마음을 다 잡은 듯했다.
“너, 이승기 팬미팅 한 번도 못 갔다고 아쉽다고 해 놓고서, 갑자기 팬을 그만두면 어떡해?”
“응 그렇긴 한데, 이승기 팬클럽 행사를 쫒아 다닐 시간이 없어.”
“창단식 팬미팅 언제 하나 기다리다가, 지쳐서 관둔 거 같은데?” 은아가 말했다.
민지는 자신이 그린 그림들을 사진으로 보여주었다. 그중에 이승기 초상화도 있었는데, 은아가 바로 알아보았다.
“이거 이승기 초상화구나! 팬 그만둔다더니, 초상화는 여지없이 똑같이 그렸네.”
은아가 감탄하며 말했다.
“난 서울에서 살게 돼서 좋아. 이사만 3번은 간 거지만,” 민지가 말했다.
“너는 어릴 때는 서울 살다가 대전으로 이사 갔다가 다시 서울로 이사 가게 되었을 때 기분이 좋았구나!” 은아가 말했다.
“난 서울에서 언니랑 자취하는 신세지만, 민지는 온 식구가 모두 서울로 이사를 왔으니 좋았을 거 같기도 해.” 은아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서울로 이사 왔던 게 벌써 두 달 쯤 돼 가네.”
“나는 26살 때 서울에서 변호사 사무실에 잠깐 일했어. 7개월을 일했는데, 지겹더라. 그냥 그만뒀어. 그때는 오빠와 나는 각 각 하숙집에서 생활했어. 그렇게 남매만 서울에서 살고 있는데, 이번에 부모님이 아예 서울로 이사를 오게 되면서 부모님과 같이 서울에서 다시 살게 된 거야. 아빠가 아프셔서, 큰 병원 진료를 받으려고 아예 이사 온 거구 변호사 사무실 일 그만 두고 나서 임용고시를 다시 준비한 거야. 그리고 이제 부모님도 서울에서 다시 살게 되셨으니, 임용고시를 또 준비하는 거야. 어릴 때 이후 오랜만에 서울에서 사는 것인데도 서울생활이 금방 적응이 되네.”
“벌써 30살이야. 진짜 미치겠다. 그런데 임용고시만 몇 년 째 본다. 결과가 좋지 않으니까 임용고시 그만둘까 그런 생각만 10번은 더하는 거 같아. 이러다 지치면 그만두게 될지도 모르겠다.?” 민지가 말했다.
“나라면, 다른 직업 당장 찾아본다. 나처럼 공인중개사 시험이나 준비하시지?” 은아가 말했다.
“어? 교회도 다녀야 하고 공인중개사 시험을 준비하라고?” 은아가 말했다.
“너, 교회 정했어?” 은아가 물었다.
민지는 오빠랑 같은 교회 가는 게 싫었다. 오빠랑 많이 싸워서 같이 다니는 게 싫었던 거 같다. 그러고 보니, 오빠랑 같은 교회를 가지 않은 것이 후회가 밀려왔다.
민지는 오빠가 공부를 가르쳐 주던 일이 생각났다.
오빠는 민지가 어려워하던, 영어를 가르쳐 주었다. 영어는 물론이고, 과학도 가르쳐 주었다.
특히나 오빠가 가르쳐 준 영어는 민지가 영어공부를 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3. 용돈, 어린 시절, 예방접종
민지는 어린 시절부터 교회를 다녔다. 당시에는 주일학교 예배 시간이 오전 8시였다. 아침 7시면 일어나서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교회를 가야 했다.
민지에게는 오빠가 하나 있는데, 오빠는 늘 자상했다. 민지는 오빠와의 추억이 조금 생각이 나곤 했다. 어린 시절 민지는 오빠랑 주일예배를 드리러 교회를 갔다. 당시 버스비는 어린이는 50원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토요일 민지는 오빠랑 만화영화를 보러 갔다. 그런데 만화영화가 재미없었다.
“영화 진짜 재미없다.” 민지가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영화가 재미없었던 이유 알았다. 이미 예전에 텔레비전으로 본 영화라서 그래.”
오빠가 말했다.
민지는 오빠와의 추억이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겨우 생각해 낸 추억이 또 있다면, 민지가 초등학교 6학년 겨울 방학 때의 일이었다.
그날 민지는 오빠와 함께 눈사람을 크게 만들었다.
그해 겨울은 추워서, 눈도 많이 왔었다. 눈길을 걸어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 어른들이 눈을 치우려 하는 일이 이해가 가지 않던 시절이었다. 교회 갈 때마다 늘 눈이 치워져 있으면 속상해했던 민지였다.
‘쳇 어른들은 왜 눈을 그렇게나 싫어하지. 우린 눈이 정말 좋은데,’
“오빠, 오늘 눈 진짜 많이 왔다. 눈사람 만들자.”
민지가 말했다.
민지와 오빠는 눈사람을 정성껏 만들었다.
“우와, 정말 눈사람을 크게 만들었다. 멋지다. 사진 찍어 놓자.” 민지가 말했다.
“정말 크고 이쁜 눈사람이다.” 오빠가 말했다.
민지와 오빠는 오랜만에 크고 잘 만든 눈사람을 사진으로 찍어 두려고 했다. 그러나, 카메라에 필름이 없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오빠는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다. 눈사람 사진은 카메라에 필름이 없는 까닭에 찍혀지지 않았다.
여기까지 회상한 민지는 타임머신을 타고 다시 초등학생 시절로 돌아가기로 했다. 1학년 때로 돌아갔다.
“민지야, 오늘은 꼭 예방 접종비를 내야 한다.” 엄마가 말씀하셨다.
“네.” 민지는 대답했다.
민지는 지금과 달리 매우 내성적이어서 말이 거의 없는 아이었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로 말소리가 크지 않았다. 질문에도 잘 대답하지 않을 정도였다.
예방 접종비는 5,000원이었다. 당시 과자가격이 50원, 100원, 200원 이 정도 수준이었기에 5,000원은 정말 큰돈이었다. 민지는 당시에 숫기가 없는 아이로 용기가 부족한 아이였다.
민지는 예방 접종비를 내는 것에 두려움을 느끼고 주저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친구가 다가왔다.
“야. 민지는 단 한 번도 군것질을 안 하는데, 왜 안하는 건지 궁금해.” 희영이가 말했다.
“그러게, 민지는 왜 과자 안 사먹는 거지?”
주영이가 말했다.
“민지야, 너는 왜 과자 안 사 먹어?” 정소영이가 말했다.
소영이는 갑자기 민지의 필통을 확 열어 버렸다. 필통 안에는 민지엄마가 주신 예방 접종비가 들어 있었다. 그러나 예방접종이라 쓰여 있지 않아서, 친구 소영이는 그걸 용돈으로 오해했다.
“돈 있구나. 이걸로 과자 사 먹자.” 희영이랑 소영이가 말했다.
민지는 속으로 말했다. ‘안 되는데, 그거 예방 접종비 인데.’ 그러나 민지는 말하지 못했다.
친구들은 다들 잘 사는 집 학생들이라서 예방 접종비를 용돈으로 오해했다.
오천 원이 예방 접종비인 줄 몰랐기에 순식간에 용돈이 충분한데도 과자를 안 사 먹는 그런 애로 오해를 하게 되었다. 민지는 미처 예방 접종비라고 하지 못했다. 그리고 결국 그 돈으로 친구들이랑 과자를 사 먹고 말았다.
민지의 어머니께서는 용돈을 주시는 것에 인색했다. 다른 친구들은 용돈을 넉넉하게 받아서 과자도 많이 사 먹었지만, 민지는 용돈을 받는 일이 거의 없었다. 민지가 받아가는 용돈은 유일하게 버스비 50원으로 왔다 갔다 하면 고작 100원이었다. 그 돈으로는 과자를 살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래서 과자를 사 먹지 않았다. 민지도 친구들처럼 용돈을 넉넉히 받고 싶은데, 엄마는 용돈을 어쩌다가 주시는 정도였다.
서울에서 비교적 잘 사는 편에 속했던 민지는 용돈을 거의 주시지 않는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 그래도 민지는 훔칠 수는 없어서, 하굣길에는 문방구를 쳐다도 보지 않고 집으로 달려가기에 바빴다.
민지는 간식은 학교에서 주는 우유 급식이었고, 집에 가면 엄마가 늘 해주시던 고구마튀김을 간식으로 먹었다.
민지네 집은 민지엄마가 피아노학원을 운영하고 계셨다. 그리고 민지의 아버지는 큰 회사에 다니고 있으셔서, 부잣집이었다. 민지아버지는 젊으셨고, 민지어머니와 나이차가 별로 나지 않으셨다. 그러나 바쁘셨고, 민지아버지가 가끔 용돈을 주신 적도 있긴 했었다. 가끔 있는 일이었다.
당시에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면, 부잣집으로 생각했다. 당시에는 비디오를 가지고 있거나 피아노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었다. 민지네 동네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 비디오를 가지고 있지 않아서 사람들이 민지네 집으로 몰려와서 비디오를 보고 가곤 했다. 비디오를 보려면 민지네 집으로 와야 했다. 사람들이 왜 민지네 집에 몰려오는지 그 이유를 몰랐던 민지는 친척들이 집으로 자주 오는 줄로만 이해했다.
민지는 예방 접종비로 과자를 사먹은 실수를 저질렀고, 이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렸다. 늘 언제나 정직하게 살려고 했던 민지로서는 이러한 행동을 민지자신이 용납하기 힘들었다. 아마도 민지는 용돈을 너무 받고 싶어 했던 것은 아닐까?
그 후 민지는 성인이 되어 그날 일에 대한 미안함으로 예방 접종비를 갚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민지는 부모님께 그날 일을 고백했다. 그리고 학교에서 교사로 일해서 번 돈으로 그 당시 예방 접종비를 갚았다. 5,000원이 30만 원으로 부풀려져서 갚았다.
민지는 중학생 때 봉사활동 한다고, 노인 복지 회관에서 노인들과 말벗도 하고, 김장하는 법도 조금 배웠다. 배추를 절반을 자를 줄 몰라서 당황했는데, 할머니들이 가르쳐 주었다.
“여기를 한 가운데를 자르는 거야.”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아직 어려서 그런 거야. 중학생이라고?” 할머니가 말씀하셨다.
민지는 웃었다. 김장 김치를 담그는 법이 어려워서 겨우 청소나 하라고 했다. 그래서 민지는 또 청소를 말없이 했다. 당시에는 대학교를 가기 위한 봉사 점수 같은 것이 없었다. 그런 제도는 민지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민지가 대학생이 되었을 때 생긴 제도였다. 그래서 굳이 봉사 활동을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마음씨가 착한 민지는 노인 복지회관에서 그날 그렇게 봉사 활동을 했다.
그리고 민지가 다니게 된 대학은 봉사학점이라는 것이 없었다. 민지 후배가 다닐 때는 봉사학점이 생겼을 수도 있지만, 아무튼 박민지가 학교를 다닐 때는 봉사 학점 따위가 아예 없었다. 그래서 중학생이 그런 봉사활동을 한다는 것은 기특한 일이었다. 아무튼 민지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예의 바르고, 착실했다. 학교 청소 시간에도 게으름을 피우거나 딴 짓을 해 본적이 없는 그런 학생이었다. 다른 친구들은 청소 시간에 딴 짓을 하기도 하는데, 민지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동작이 느리지만, 그래도 제대로 청소를 해 놓았다. 그래도 힘들다는 말 한 마디를 하지 않았다. 민지는 엄마한테 피아노를 배운다고 게으름 피우다가 피아노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것 같다. 바이엘 하까지 배우다 말았기 때문이다. 차라리 민지도 엄마가 아닌 남에게 피아노를 배웠더라면, 피아노를 잘 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타임머신이 작동이 되지 않고 과거에서 현재로 그냥 돌아와 버렸다. 센터를 방문해야만 했다. 타임머신 자체는 무겁지 않았지만, 그래도 귀찮은 일이었다.
민지는 서울대입구 4번 출구까지 버스를 타고 갔다. 민지는 4번 출구에 내리자마자 가상현실체험센터로 들어갔다.
김환서 점장님은 오랜만에 방문한 손님이 반가웠다.
“오랜만이네요. 무슨 일이죠?” 환서 점장은 아직 27살이라서 그런지 굉장히 젊고 잘생겼다. 그는 몸매도 날씬하고 키도 컸다. 인기 연예인을 닮아서, 아가씨들에게 인기인이었다. 더군다나 며칠 전에는 이승기 팬 사인회도 거기에서 한 까닭에 인기 가게였다.
“보시다시피, 타임머신이 고장이 난 것 같아요. 인공지능 로봇이라고 해서 여기서 구매를 했잖아요. 과거에서 현재로 그냥 돌아왔어요. 작동이 잘 안 되는 것 같아요.” 민지가 말했다.
“타임머신은 말이죠. 어디 보자. 아 이건 여기를 누르지 않아서 그래요. 그런데, 사건이 별로 과거로 돌아가야 할 사건이 아니었던 거 같군요. 여기서는 과거로 돌아가서 해결하고 싶은 사건을 주로 다루거든요. 새 사건을 과거로 돌아가고 싶다면, 지금 해드리죠. 오늘은 무료체험이지만, 다음에는 비용이 나갑니다. 만 원 주셔야 합니다.” 김환서 점장은 그렇게 말했다.
“요샌 가상현실체험센터가 너무 많아서 경쟁이 치열하여, 장사가 잘 안 되네요. 타임머신을 타고 여행 다녀오는 분들이 너무 많은 것 같긴 해요. 30분이면 과거 여행이 끝나버리잖아요. 한 5년 전만 해도 가상현실체험센터가 처음 생겼다고 뉴스도 나오고 인기도 좋았는데 말이죠. 요새는 인공지능 로봇을 구매하는 것이 일상이잖아요.” 김환서 점장님은 갑자기 신세한탄을 했다.
“지금 타임머신 다시 타고 과거로 가고 싶은 일이 생각났는데, 작동이 잘 되게 좀 해 주세요.” 민지가 말했다.
“종이에 과거로 돌아가고 싶은 일을 적어 주세요. 제가 작동을 해 드릴 테니. 몇 살 때로 돌아가고 싶은 건가요?” 김환서 점장님은 친절하게 말했다.
“생각났어요. 고등학생 시절로 해 주세요. 1학년 때 등산 갔을 때요. 저를 성추행한 할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하고 싶어 했어요. 저의 허락 없이 손을 잡고 아무 사이도 아닌데, 이상한 말을 했던 그 할아버지를요. 고소하고 싶어졌어요.” 민지가 말했다.
“네, 작동해 드릴게요. 그런데, 초등시절 이야기부터 진행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요? 또 재판한다. 선택하실 건가요?” 김환서 점장이 물었다.
“어떻게 아셨나요?” 민지가 놀라면서 물었다.
“이 가상현실프로그램은 카톡이 뜨는 프로그램이잖아요. 카톡방 안 들어가셨나요?” 김 점장이 말했다.
“사건이 끝나자 가상현실프로그램 큰 화면에 카톡이 떴잖아요. 확인 안 해 보셨나요? 점장은 그 사건의 화면을 보여 주었다.
대형 스크린 안에 그 사건들이 그대로 나왔다.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사건을 변경할 수도 있지만, 재판 결과에 대해 뜨거운 토론이 이어지는 카톡이 왔다 갔다 한 것이다.
“헉, 그 사건이 그렇게나 화제가 됐나요?” 민지가 놀랐다.
민지는 카톡을 천천히 읽어 보았다.
이지연: “매 40대를 맞았다니?”
박하남: “아동학대 사건이네. 선생님 너무 하셨다.”
미남: “민지양 그림실력 최고던데?”
하윤서: “미술이랑 음악을 꽤 잘하는데, 일부러 최하점수를 줬다?” 공정하지 못한 평가구만”
정준호: 민지양 노래 듣고 싶다. 알토 솔로했다고?”
정민서: 노래를 그 정도로 잘 부르면, 음악도 우, 수 나와야 하는 거 아니야?”
미녀: 7살 아동이 그린 그림이 저 정도면, 미술은 진짜 수 아니야?”
방청객: 선생님의 평가는 실제랑 달라서 공정치 못한 평가가 맞는 거 같아. 화면에 뜬 그림이랑 만들어 놓은 작품들은 정말 잘 만든 거 같던데,”
산수 성적은 성적정정신청서 해야 될 거 같던데, 시험지 못 받은 게 사실이라면,”
비친구: 교칙위반을 한 적도 없고, 사고 친 적도 없고, 과제물도 꼬박 꼬박 냈다면, 준법성이 다일 이유가 없는데, 선생님 평가는 그냥 감정점수가 아닌지”
최승기: 준법성은 ‘가’ 최고점수로 정정 해야겠네. 산수는 우? 성적정정신청서를 해야 될 듯 싶네.
시험지 못 받은 게 사실이라면 말이지.
생략
다들 7살 아동에게 매 40대 때린 사건은 아동학대라고 보았다. 엄마가 교육청에 선생님을 신고했는데, 이에 대해 선생님이 교사 평가를 나쁘게 받게 되자
이에 대한 보복으로 학생에게 미술이랑 음악 실기점수를 일부러 최하를 주는 행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교사의 일기는 충격이라고 했다.
또한 민지 양이 규칙을 위반한 적도 없고 사고 친 적도 없는데, 준법성을 최하점수를 준 것은 공정한 평가로 볼 수 없으며, 그리고 친구들이랑 선생님들의 주장에는 민지가 착해서 선행상을 탄 아이라는 주장으로 보아, 객관적인 평가라기보다는 감정으로 준 점수라는 생각마저 든다는 내용이었다. 그리고 학생이 시험 당일 날 20분 넘게 손을 들고 있으면 무슨 일인지 알아보고 학생자리에 가 보는 것이 옳았을 것이다. 그런데 학생 자리에 가 보지도 않고 무시해 버리고 그냥 무안을 주는 행위는 감독으로서 해야 할 행위를 제대로 안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험지를 맨 뒷자리 학생에게 걷으라고 함으로써 결국은 시험지 못 받은 일은 확인조차 못한 채로 끝났다는 점이 잘못이라고, 시험지도 안 걷은 사람이 무슨 감독교사냐고, 이게 사실이면 직무유기 아니냐고 주장했다. ‘게다가 시험지 못 받은 게 사실이면 성적을 정정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정말 산수성적이 억울하겠다는 일부 의견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선생님이 잘못하신 거라고, 모의재판이라 실제로 교도소에 가지는 않지만, 선생님이 가상현실 속에서라도 징역 5년형을 받은 것은 통쾌한 사건이었다고 다들 민지 양을 응원했던 것이다.
4.민지 학창시절 및 미래재판 사건
나는 어느 새 김환서 점장님의 도움으로 다시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갔다.
“민지야. 오늘은 공부 좀 해라. 그렇게 매일 놀면 어떻게 하니?” 엄마가 말했다.
“지선이가 놀아달라고 해서.” 내가 거울을 보니, 초등학교 4학년 학생으로 돼 있었다.
‘나는 분명히 고등학생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는데, 김 점장님이 초등학생으로 작동해 놓은 것 같다.
초등학교 4학년으로 돌아간 까닭을 모르겠다. 아무튼 지선이랑 실컷 놀았더니, 숙제만 겨우 하고 학교를 가야 하는 상황이 된 것 같다.’라고 나는 생각했다.
학교를 갔다 오면, 지선이가 나를 불렀다. 아직 유치원생인 지선이는 혼자 노는 게 힘들었다.
“언니, 오늘도 우리 집에 놀러 와서 나랑 놀아 줘.” 지선이는 엄마 아빠가 맞벌이라서 지선이는 집에 가면 늘 혼자였다. 유치원생이라 시험도 없고, 숙제도 없었다. 피아노 학원을 다니지만, 같이 놀아 줄 친구가 없었던 거 같다.
나는 오랜만에 지선이랑 병원 놀이랑 학교 놀이를 하면서 놀았다. 집에 가서 공부를 해야 하는데, 거절하는 법을 몰랐다. ‘언니, 공부해야 돼서 다음에 놀아 줄게’라고 말하고 싶었으나, 거절할 수 없었다. 아직 어린 동생이 딱해 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우리 집도 부자이긴 하지만 장난감에 인색한 부모님과 달리 지선이네는 우리 집보다 훨씬 부자인 것 같았다.
지선이 집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부잣집 같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지선이 방은 장난감으로 가득 찼다. 나는 엄마가 사다 주신 장난감이 하나도 없고, 종이 인형을 사서 종이인형으로 놀거나 크레파스로 노는 게 다인데, 마론 인형이 하나 있긴 하지만, 그 마론 인형마저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로 준 것이기에 사실상 엄마가 사 준 장난감은 없었다.
내가 산타할아버지를 8살까지 믿은 이유는 우리 집에 산타할아버지가 직접 오셔서 선물을 주고 갔기 때문이었다. 알고 보니, 근처 교회 전도사님이 산타할아버지 복장을 하고 집집마다 돌아다니면서 선물을 주고 갔던 것이다. 그런 줄도 모르고 산타할아버지가 실제로 존재하는 줄로 알았다. 친구들은 산타할아버지가 아니라 부모님일 거라고 모두들 말했지만, 나만 바보 같이 산타할아버지는 존재하는 줄로만 알았다.
친구들은 이미 6살 때 산타할아버지의 존재를 믿지 않았다. 친구들이 내가 산타할아버지를 실제로 존재한다고 믿고 있으니까. 다들 아니라고 부모님이 산타라고 그랬다. 아무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종이인형은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산 것이니까, 굳이 엄마가 사 준 장난감은 유일하게 종이인형이 전부이지 싶었다.
‘부럽다. 나는 종이인형이랑 크레파스가 유일한 장난감인데, 지선이네는 우리 집보다 부자구나!’
나는 지선이랑 실컷 놀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넌 바보구나! 공부해야 한다고, 동생에게 놀아달라는 부탁을 거절했어야 했어. 오늘은 용기를 내서 꼭 공부해야 하니까, 안 된다고 거절해야겠다. 좀 딱하긴 한데, 공부할 시간을 너무 뺏긴 거 같아서’
나는 그렇게 생각했지만, 실제로 지선이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갑자기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더니, 나는 6학년이 되었다. 1학년 때는 내 번호가 71번이라서 반 학생수가 70명이 넘는 줄 알았다. 그리고 6학년이 되어도 여전히 나는 끝 번호였고 번호가 65번이었다. 그런데, 6학년이 15반까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입학 때보다 교실이 더 생겼다는 소문도 있었다. 알고 보니, 남학생과 여학생을 구분 지으려고, 번호를 조금 띄어서 붙인 까닭에 그렇게 된 것이었다고 했다. 그리고 5학년 때 성적이 많이 올라서, 정말 우수 성적표를 받아보고 기분이 뿌듯했었다. 그래서 부반장 선거에 도전해 보고 싶었다. 부반장 선거에 나온 내가 보였다.
“투표 결과를 발표하겠습니다.”
“민지 양 13표, 혜은 양 35표로 혜은 양이 부반장이 되었습니다.”
나머지 13표는 5표, 5표, 2표, 1표가 전부여서 의미가 없었다. 부반장 선거에 떨어진 수진이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나는 고작 2표인데, 너는 13표나 나왔네. 좋겠다. 그만큼 인기는 네가 나보다 낫다는 뜻인 거지?”
최수진이가 말했다.
“와, 민지 너 남학생들에게 한 인기한다는 소문이 들더라, 그 13표가 전부 남학생들이 뽑아 준 표인 거 알아?” 수진이가 웃으며 말했다.
“혜은이도 남학생 표가 대부분을 차지했어. 우리 반 여신 두 명이 후보로 나왔는데, 네가 2위인 것 같더라.” 수진이가 시기심에 불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설마 그럴 리가 있니?” 나는 못 믿겠다는 식으로 말했다. 난 한 번도 누가 날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고, 그저 남학생들의 괴롭힘 속에 지낸 기억들뿐이었다. 지겨운 괴롭힘이었다.
“말도 안 돼, 누가 나 좋아하기라도 한데, 귀찮기만 하던데.” 나는 그렇게 말했다.
“너 그 일 생각 안 나니?” 수진이가 말했다.
“○○이가 너 좋아한다더라.” 수진이가 말했다.
“나는 그런 농담을 믿고 있을 기분이 아니야. 잘 모르겠고, 공부나 해야지.”
나는 친구들 말 따위를 믿지 않았다. 도무지 친구들 말은 장난 같았다.
어느 날은 김 안에 있는 구슬을 가지고 와서 보석이라고 나에게 주겠다는 황당한 애도 있었다.
“이 따위를 왜 나 주니?” 내가 기분 나쁜 투로 말했다.
“이거 보석이잖아.” 그 애가 말했다.
“싫어, 너 장난해.” 나는 단호하게 싫다고 말했다.
도대체 남학생들은 나를 귀찮게 하는지 알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는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장난기가 심한 것이지. 나에게 관심 있는 것 같지 않았다. 투표 때도 남학생들만 모두 내 표를 몰아 줬다고 했지만, 그 말을 믿어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저 믿을 수 없는 일이다.
“민지야. 이거 너 초상화야.” 영민이가 말했다.
“너, 장난해. 이건 유치원생 수준 그림이잖아. 내가 이렇게 이상하게 생겼냐?”
낙서 같은 이상한 그림을 보여 주니까, 나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이면 낼 모레가 중학생이 될 아이들인데, 유치원생 수준의 그림을 가지고 와서 초상화 어쩌고 하니, 기가 막혔다. 나는 그 그림을 버렸다.
‘나를 좋아한다는 남학생들이 많다는 말 다 거짓말이지.’ 나는 속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낙서 따위의 그림을 초상화라니, 날 놀리는 건지. 아 몰라 그냥 무시하자.’ 나는 그렇게 믿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반감을 가지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1학년 때 같은 반 남학생 중 어떤 애가 나를 참 싫어했는데, 그 애가 내 짝꿍으로 앉은 적이 한 번 있는데, 책상에 밑줄을 긋고, 선 넘어오면 안 된다고 했는데, 내 실수로 내 지우개가 그 애 자리로 넘어가 버린 까닭에 그 애가 내 새끼손가락에 폭력을 행한 것이다. 연필심이 부러지면서, 내 새끼손가락에 까만 점이 생긴 것이다. 혹시나 연필심이 새끼손가락에 일부 들어갔나 싶어서 병원에 가보니, 다행이도 연필심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그날 내가 울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애는 당황하면서, ‘누가 너랑 결혼이라도 하겠니?’ 라고 말했던 일이 있었다. 나는 그 말을 나를 놀리는 것으로 생각하고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 애는 그 일을 잊어버렸을 것이나, 나는 그 일이 마음에 상처로 남았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남학생이 나를 좋아해서 다가왔다는 말조차 믿으려 하지 않았던 것이다.
첫댓글 잘보고 갑니다
참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정말로 긴 소설이지만 배경도 좋고
나오는 인물도 좋네요
항상 수고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