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t1.daumcdn.net/cfile/cafe/2730593653A1324210)
출처: 여성시대 택시커택시커
이미지 출처: 텀블러
![](https://t1.daumcdn.net/cfile/cafe/2341A946549192642C)
홀린사람
-기형도
여기 일생 동안 이웃을 위해 산 분이 계시다
이웃의 슬픔은 이분의 슬픔이었고
이분의 슬픔은 이글거리는 빛이었다
사회자는 하늘을 걸고 맹세했다
이분은 자신을 위해 푸성귀 하나 심지 않았다
눈물 한 방울도 자신을 위해 흘리지 않았다
사회자는 흐느꼈다
보라, 이분은 당신들을 위해 청춘을 버렸다
당신들을 위해 죽을 수도 있다
그분은 일어서서 흐느끼는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때 누군가 그분에게 물었다, 당신은 신인가
그분은 목소리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당신은 유령인가, 목소리가 물었다
저 미치광이를 끌어내, 사회자가 소리쳤다
사내들은 달려갔고 분노한 여인들은 날뛰었다
그분은 성난 사회자를 제지했다
군중들은 일제히 그분에게 박수를 쳤다
사내들은 울먹였고 감동한 여인들은 실신했다
그분의 답변은 군중들의 아우성 때문에 들리지 않았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C763D54919F2C0B)
풀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4644C4654919D7921)
먼 후일
-김소월
먼 훗날 당신이 찾으시면
그때에 내 말이 “잊었노라”
당신이 속으로 나무라면
“무척 그리다가 잊었노라”
그래도 당신이 나무라면
“믿기지 않아서 잊었노라”
오늘도 어제도 아니 잊고
먼 훗날 그때에 “잊었노라”
![](https://t1.daumcdn.net/cfile/cafe/2724973F549193572E)
여승(女僧)
-백석
여승(女僧)은 합장(合掌)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佛經)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덤판
나는 파리한 여인(女人)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女人)은 나어리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十年)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山)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山)절의 마당귀에 여인(女人)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https://t1.daumcdn.net/cfile/cafe/263E723B549194A711)
이 사진 앞에서
-이승하
식사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교인을 향한
인류의 죄에서 눈 돌린 죄악을 향한
인류의 금세기 죄악을 향한
인류의 증오심을 향한
우리들을 향한
나를 향한
소말리아
한 어린이의
오체투지의 예가
나를 얼어붙게 했다.
자정 넘어 취한 채 귀가하다
주택가 골목길에서 음식물 게운
내가 우연히 펼친 『TIME』지의 사진
이 까만 생명 앞에서 나는 도대체 무엇을.
![](https://t1.daumcdn.net/cfile/cafe/276B7C4854919A1C0E)
또 다른 고향(故鄕)
=윤동주
고향(故鄕)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방에 누웠다.
어두운 방(房)은 우주(宇宙)로 통(通)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風化作用)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志操) 높은 개는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故鄕)에 가자.
![](https://t1.daumcdn.net/cfile/cafe/25638A4654919FCD2B)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
기형도의 홀린 사람에 사용된 사진은 히틀러의 연설 장면 입니다.
시인의 의도와 맞는 사진이라 생각하여 올렸는데
불편하거나 문제가 있다면 꼭 말해주세요!!!
사실 다카키 마사오나 그 딸 사진을 쓰고 싶었는데 잘 안나오더라구요ㅎㅎ
암튼 다들 좋은 시이니 만큼 여시들이 잘 감상했으면 좋겠고
혹시 문제가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첫댓글 기형도 시ㅠㅠㅠㅠㅠ뭔가 훅 오는 느낌이야!!!!
귀천,여승,너를 기다리는동안,호수 내가 진짜 좋아하는 교과서 시ㅠㅠㅠㅠㅠㅠ
사진찾느랴 늦게온거야
기다렷어용
나도 교과서 시 너무 좋아 홀린사람 배운 기억난다 !
아.... 맞아 교과서 시 진짜 좋은거 많았어..
보고 수업시간에 울컥하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