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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 러브레터> # 11
...놀랐다. 오빠의 마지막 말 때문에 놀랐다.
"어? 어?"
"뭘 놀라고 그래. 하하. 지유린? 걔 연락처 좀 달라고."
"장원진!"
나는 벙쪄서 오빠를 바라보았고, 성현 오빠는 원진 오빠를 불렀다.
"씨발. 귀 병신 되겠네. 말해."
"...대놓고 바람피냐?"
"풉..푸하하하. 바람이라? 쿡. 한나희 말해봐.
니가 봐도 내가 지금 바람 피는 거 같아?"
"조금.. 이해가 되지 않긴 해."
"쿡.. 이런. 그런 생각 하는 거야?"
"...그럼 지금 니 행동은 뭐냐?"
성현 오빠는 나보다 더 황당한 것처럼 보였다.
"그년 연락처가 왜 필요해?"
"쿡. 궁금해서. 나도 우리 학교 짱으로써.
좀 알아둬야 될께 많다. 한나희... 나 믿지?"
"오..오빠."
"나 믿어라. 너 밖에 없어."
또 다시 내가 미워져버렸다. 오빠 믿어야 하는 건데.
오빠 믿지 못했다. 하지만.. 다만 조금은 불안했다.
"연락처 줄꺼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나를 바라보는 성현 오빠.
"한나희. 너 이자식 믿냐?"
"성현오빠. 난 원진 오빠 믿어."
"김성현! 너 과민 반응 하지마. 한나희가 나 믿는댔어.
그거면 된 거야. 알았어?"
"씹. 알았다."
성현 오빠는 뭔가 꺼림칙 한 것처럼 그만 두었다.
"유린이 전화번호가... 01*-923*-796*"
"...O.K. 고맙다. 나 믿어줘서. ^^"
"당연한 걸 ^^"
나 역시 약간은 꺼림칙 했지만, 그냥 있었다.
식사가 끝나고 원진 오빠는 나를 집으로 데려다 주었다.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위해서 엄마께 인사드리고 바깥으로 나갔다.
우리 집 문을 열고, 다시 유린이네 집 문을 열고.
그 때였다.
내 눈 앞에 보이는 한 남자.
날 보고, 웃고 있는 남자. 오토바이에 기댄 상태로.
교복과 잘 어울리는 뷰티나는 얼굴.
그리고 흩날리는 머리. 멋졌고, 매력있었다.
그는... 신.윤.환이었다.
"아...안녕하..."
"쿡 ^^ 한나희."
"안...안녕?"
어색했다. 무어라 인사해야 할지도 몰랐고.
이상한 기분만 계속 들고 있었다.
"쿡. 한나희."
계속 내 이름만 말하고 있었다.
그러더니. 내 손목을 거칠게 잡는 그.
"타라."
"....."
대답할 수 없었다.
어떻게 대답해야 할 지 알 수 없었다.
"타라고."
"...내가 니.."
"쿡. 한나희. 난 말야. 고3이야.
내가 그렇게 어려보이나?"
또 다시 말문이 막혀버린 나였다. 신윤환의 그 말에.
그랬다. 신윤환은 원진 오빠나 성현 오빠처럼 고 3이였다.
그걸 모르는 바가 아니었다.
그런데, 지금껏 나는 그를 오빠라고 불러본 적 없었다.
"...오...오빠."
"그게 정상이지. 타라."
"오빠라고 부를 필요도 없어요.
이봐요. 신윤환씨. 내가 당신 오토바이를 왜 타요?"
"신윤환씨라. 쿡. 너 장원진도 그딴 식으로 부르냐?"
"원진 오빠랑, 당신이랑 달라요."
"쿡. 뭐가 다르지?"
"당신은.. 그냥 몇 번 마주친 사이.
저랑 관계 없는 것 같군요."
"그럼 장원진은?"
"....원진 오빤. 사귀는 사이예요!"
신윤환의 물음에, 대답하면서, 기분이 이상했다.
무슨 의도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귀는 사이라? 쿡.
우리가 그냥 몇 번 마주친 사이던가?
키스까지 한 사이로 알고 있는데?"
당황했다. 기억이 생생하게 돌아오고 있었다.
신윤환과의 키스... 그 때의 기분이, 그 때의 기억이.
"저질이네요. 당신 진짜 저질이네요."
"한나희. 난 사실대로 말했을 뿐이야."
"신윤환씨. 당신이 먼저 하지 않았나요?"
"...넌 피해자라.. 지금 이건가?"
"아닐껀 없잖아요!"
"쿡. 이런, 그래서 내 키스를 거부하지 않았던가?
이건 쌍방향이지. 일방은 아니거든."
또 다시 할 말이 없어져 버렸다.
그의 말은 사실이었기에, 나 역시 거부하지 않은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렇게 인정하기엔 내 자신이 너무 나약했다.
그래서, 싫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이봐요. 지금 우리가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는 것 조차.."
"...한나희. 타라. 일단 타라. 할 얘기 있으니까."
그의 말에는 위압감까지 실려 있었다.
거절하기 힘들었다. 이상한 기분으로.
결국, 나는 그의 말을 들었다. 신윤환의 뒤로 올라탔다.
"쿡.. 그렇게 잡아가지고 어떡할래?"
"...."
나는 쭈뼛거리면서 그의 허리를 잡았다. 조금 세게.
그러자, 나를 보고 웃더니 달리기 시작하는 그.
그 때였다. 등 뒤에서 들려오는 하이톤의 목소리.
"오빠!!"
분명, 유린이였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는 신윤환 역시 마찬가지였다. 역시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그냥 앞만 보고 달리고 있었다.
잠시후. 그는 한 가게 앞에서 오토바이를 멈추었다.
그는 그 곳에서 내렸고, 나 역시 내렸다.
"쿡.. 들어가자."
그렇게 들어간 곳은 고풍스러운 분위기가 나는 한 카페였다.
나는 의외라는 듯이 신윤환을 바라볼 수 밖에 없었다.
"뭘 그렇게 쳐다봐?"
다가오는 한 명의 여자, 신윤환은 웃고 있었다. 그녀에게.
"오랜만이네. 윤환, 니 여자친구?"
"...선배, 여자친구...."
"아닌데요. 그냥 몇 번 만난 사이요. 안녕하세요?"
나는 그들의 대화를 끊을 수 밖에 없었다.
내 말에 약간 당황한 듯한 그 여자, 그리고 약간 찡그려진 신윤환 표정.
그러나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신경쓸 필요는 없었으니까.
신윤환은 한 의자에 앉았고, 나는 마주보고 앉았다.
아까, 그 여자가 다시 우리에게로 왔다.
"뭐 마실래?"
"한나희 뭐 먹을래?"
조금 황당해졌다. 갑자기 데려와놓고 무얼 먹을꺼냐니.
지금은 학교갈 시간이 아닌가..
"아침부터 이게 뭐예요? 학교 가는 사람한테. 갑작스럽게."
"쿡.. 상관 없으니까 말해."
"상관은 나한테 있네요."
"신경쓰지 말고 말하라고."
"...."
"내가 책임질 테니까."
그 말에 약간은 안심이 되었다.
뭘 믿고 그러는지는 몰라도, 뭔가 하고싶은 말이 있는 듯 보였으니까.
"그럼 난... 오렌지 쥬스 줘요."
"..쿡 ^^ 선배. 오렌지 쥬스 2잔."
"알았다."
'선배'라는 여자는 들어갔고, 신윤환은 나를 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시선을 외면하려 했다.
"나 봐라. 내 얼굴 못 보냐?"
"내가 그 쪽 얼굴을 왜 봐요?"
"서로 얘기하는데 얼굴 보는 건 예의 아닌가?"
"..."
또 다시 말문을 막히게 해버린 그.
나는 그의 모습, 그의 행동을 모두 이해할 수 없었다.
그 때 선배라는 여자가 쥬스 두 잔을 내주었다.
"맛있게 마시라고. ^^"
그러더니 다시 들어가는 그녀.
"우리 학교 선배였지. 저래보여도 지금 대학생인데.
고딩 땐 꽤 잘나갔지. 쿡."
"....그게 문제예요?"
"^-^ 물론 아니지. 이봐. 한나희 너무 급하게 나오지 말라고."
"난 바빠요. 댁은 학교 빠져도 되는지 몰라도.
나는 안되거든요. 할 말 없으면 가죠."
"...쿡. 모범생이다 이건가?"
"당신 같이 노는 애는 아니니까 그만 일어나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가 왜 그러는지도 몰랐다.
이상하게 드는 감정 때문에 더 이상 신윤환과 마주하기 싫었다.
"....나도 노는 애 아닌데?
나도 울 학교에서 알아주잖냐."
"그렇겠죠. 강일고 짱인데."
"쿡. 앉아. 난 싸움이나 얼굴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쿡 ^^
학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아지는 사람이야.
공부로도 말야. 쿡 ^^ 한나희. 나도 모범생이라고."
나는 자리에 앉아 그 말을 들으면서 약간 당황했다.
일진들이, 그것도 일진 짱이 모범생, 그것도 5등 안?
강일고라면 사립 명문고. 그 곳에서 5등 안이라면 대단한 수재였다.
"...쿡. 내 이야기의 본론은 그게 아니고."
"..."
"한나희. 난 말야. 이상하게 한 사람 앞에서 떨린다?
처음으로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그런 감정 느꼈는데.
근데... 그게.. 그게 바로 너.
처음으로 '여자'에 대해 생각하게 한게, 바로 너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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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너무 오랜만인 듯 싶습니다.
자주 올려야 하는데 올려야 하는데 하면서도 잘쓰고 싶은 마음에 쉽게 올리지 못합니다 ^^
이해해주실꺼죠?
다음 편 즉 12편은 윤환군 번외편이 될 것 같습니다 ^^
윤환 군 시점에서 전개되는 이야기 많이 기대해주시고요.
그럼 안녕히 계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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