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정원으로 놀러오세요
1.
"다시한번 더 그 주둥이 나불대봐."
싸한분위기였다.
제법 한성깔할것같은 한 여자애가 구석에 쳐박힌채로 몸을 벌벌 떨고 있었고,
전교 일이등할것같이 꾸민, 얼굴을 가려버린 앞머리와 뿔테안경을 한 여자애가 그 여자애를 발로 지긋이
밟으면서 말하고 있었다.
분명 어딘가가 모순처럼 보였다.
지나가던 사람이 본다면 정말 어이없는 광경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반 아이들도 경악스러운 표정이였다.
"……."
"다시한번 그 주둥이 나불거려 보라고."
이윽고 헝크러진 파마머리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면서 벌벌 떠는 여자애.
그리고 그 여자애를 하얗고 작은 솜주먹일것만 같은 주먹으로 무지막지한 소리를 내며
파마머리를 발로 차는 여자애.
"미안해, 미안해 령아. 내가 다 잘못했어!!"
이젠 아주 울고불고 맞으면서까지 령이라는 아이의 다리를 잡으며 우는 파마머리의 여자애를 바라보며
속눈썹을 파르르 떠는 장 령.
그리고는 말한다.
"두번말안해, 어디서 주워들었는지는 몰라도 우리 언니 욕하면 가만안둬."
제일고 2학년 1반.
장 령.
..
한쪽눈만, 한쪽눈만 파래요.
"엄마아, 난 왜 한쪽눈만 파래?"
잘은 기억나지 않는다.
아주 어렸을적에, 정말 어렸을적에,
아마도 내가 초등학교 2학년일때인것 같다.
"신이야…"
피로 범벅이 된 내 얼굴을 쓰다듬으며 엄마는 오열했고,
나는 그때 계속 똑같은 말만 되풀이했었다.
"엄마… 나는 왜 한쪽눈만 파래?"
오드아이.
한쪽눈만 다른색인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태어날 확률이 매우 희박할 뿐더러, 그만큼 흔치않아서 주위 사람들에게 많은 놀림을
받기 쉽다.
나같은 경우도 그런 경우이다.
다만 나는 도가 지나칠정도로 그랬다는것뿐.
매일매일 학교에 가면 아이들은 나를 놀려댄다.
그때문에 나에게는 성격장애가 왔고, 극도로 소심해진 나를 놀려대는 아이들.
그리고 그에 따라 주눅들어가는 내가 재미있었는지 심지어 돌까지 던져대며 웃어대는 잔인한 아이들.
엄마는 그런 나를 보며 슬퍼할 뿐이였다.
그리고 그것의 도가 심해지자 엄마는 나를 강제전학보냈고, 그리고 거기서 나에게 안경을 사주었다.
나의 오드아이가 티나지 않을 안경.
그 이후부터 나에게는 이상한 성격이 찾아왔다.
안경을 벗으면 나는 아무말 못하지만, 안경을 끼고있을때만은 모든걸 할 수 있을듯한 지하늘로.
..
"하늘아, 안경벗어봐."
탁-
"야, 지하늘 안경 건드리면 안되는거 알잖냐."
"저 새끼는 안경벗기 싫다고 수학여행도 안간놈이야."
웃어대면서 내 어깨에 팔을 둘러대는 민혁이가 헤지보고 말한다.
헤지는 자존심이 상했는지 미간을 찌푸린 상태로 자신의 파마머리를 다듬는다.
집안이 좋아서 파마해도 별 말 안듣는 헤지는 마음껏 왁스를 발라가며 머리손질을 하더니
이윽고 구석에 앉아서 중얼중얼 음침하게 단어를 외우고 있는, 우리반에 저런애가 있었는지
여지껏 몰랐던 한 여자애에게 다가가서는 갑자기 책상을 발로 찬다.
"야! 정헤지!"
"야, 너 좀 나가서 공부해라?
분위기 음침해지잖아, 너까짓년때문에."
민혁이는 말리려는 나를 잡아 앉히고는 재미있겠다는식으로 쳐바보기만 하고 내 머리속을
파노라마처럼 스쳐지나가는 옛 기억들.
"내가 너무 음침해져버린 너의 가족관계가 너무 궁금해서 말이야,
조사해봤거든?"
더는 하지마.
'야, 지하늘, 내가 니 눈이 한쪽만 파란게 너무 궁금해서 엄마한테 물어봤거든?'
말하지마.
"근데 말이야, 조금 흥미로운구석이 있더라구."
하지마. 말하지마.
'근데 말이야, 조금 신기한 얘기를 들었어, 니 엄마 창녀라며?'
그때와 똑같은 얘기 하지마.
"니 언니 걸레라며, 그래서 니네 언니네 학교의 선생이란 사람이랑 도주했다가 임신해서 자살했다며?"
쾅-
더는 참기 힘들었다.
책상을 박차고 일어나버린 내가 헤지에게 다가가서 뭐라 하려는 순간,
"꺄악!!!"
"다시한번 그 주둥이 나불거려봐."
순식간이였다.
가만히 구석에 쳐박혀있던 이름표에 [장 령] 이라고 써져있던 그 여자애는 벌떡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헤지를 구석에 쳐박았고, 무자비하게 패기 시작했다.
이윽고 의자로 교묘히 머리를 피해서 옆으로 던지더니만 또다시 발길질을 하기 시작하는 장 령.
"우리언니가 뭐?
다시한번 그 개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려봐."
듣기만해도 살벌하고 섬뜩한 목소리로 말하던 장 령은 너무 분해서 참기 힘든지 양 주먹을 꽉쥐고
헤지를 바라보며 말했고 이윽고 빌면서 미안하다 사과하는 헤지.
놀라웠다.
여지껏 저런반응은 처음이였다.
나와는 다르게 당당하게 대응하는 그 여자애를 보면서 흥미를 가진건 아마도 이때부터였던것 같다.
제일고 2학년 1반.
지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