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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청소년을 위한 사회학 에세이
프랑스 파리 시내에 누구나 잘 아는 명소인 개선문이 있다. 그 중앙에는 무명 용사를 기리는 비문과 함께 불꽃이 타오른다. 파리 시민들뿐만 아니라 여러 나라에서 온 관광객들이 꽃을 바치고 묵념을 하는 곳이다. 1970년 8월에 이곳에 일군의 여성들이 모여서 헌화하였는데, 그들은 "무명 용사들보다 알려지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무명 용사의 아내들"이라고 하면서 그들에게 헌화한 것이다. 이 일은 그 후 프랑스 여성 운동의 시발점이 되었다.
여성은 어떤 존재인가? 시몬 드 보부아르는 '여성은 불완전한 남성'이라는 사회적 시각이 존재하던 1900년대 초반에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사회의 비주류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여성의 삶이라고 비판했다.
보부아르는 사르트르와 더불어 프랑스의 실존 철학을 대표하는 학자였지만 그녀는 여성의 현실과 관련하여 사회 참여를 강조했고 이를 자신의 삶에서 실천으로 옮겼다. 그의 책 『제2의 성』은 여전히 여성 문제에 대한 걸작이자 고전으로 남았다. 그러면 21세기 다양성의 시대, 개인의 발견이 강조되는 시대에 여성은 남성과 평등한 존재일까?
남자와 여자는 정말 다를까?
어떤 지역에 남자 일란성 쌍둥이가 태어났다. 그 지역에는 아이가 어릴 때 할례를 하는 풍습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한 아이의 생식기에 큰 상처가 났고 결국 여성 생식기로 전환하는 수술을 하게 되었다. 수술을 한 아이는 그 이후 여자 아이로 길러졌다.
아이가 6살이 되었을 때 연구 집단이 방문하여 그 쌍둥이를 관찰하였다. 남자로 태어나서 남자로 길러진 아이는 남자처럼 행동했고, 남자로 태어났지만 여자로 자란 아이는 일반적인 여자처럼 행동했다. 여자로 키워진 아이는 다른 여자 아이와 어울리고 집안일을 도왔으며, 반면에 남자로 키워진 아이는 남자 친구들과 어울리고, 인형이 아닌 자동차나 트럭 장난감을 좋아했다. 두 아이는 동일한 성으로 태어났으나 다른 성으로 자랐고, 다른 성적 정체성을 가졌다.
그런데 이 쌍둥이 양육 이야기에서 보듯이 남녀의 신체적 차이에 의해 사회적 삶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차이에 따라 사회적인 역할을 다르게 학습시키는 것은 아닐까?
즉, 성 역할에 대한 사회화가 성별로 다르게 이루어지는 것이다. 이 점에서 보부아르의 표현처럼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적인 사회화는 어떻게 나타날까? 일반적으로 흔히 출산을 앞둔 부부들이 남자 아이라고 예상하는 경우에는 파란색 옷을, 여자 아이라고 추측할 경우에는 분홍색 옷을 준비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동화책에는 예쁜 드레스를 입은 얌전한 공주가 씩씩하고 용감한 왕자의 도움으로 마법에서 깨어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아간다. TV에서도 남성은 주로 회사에서 일을 하고, 여성은 전업 주부이거나 직업을 가진 경우에도 남자의 보조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려진다. 이런 경험들을 통해 아이들은 성 역할 정체성, 즉 여성 혹은 남성으로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다르게 배워간다.
양성성,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넘어서
마가렛 미드라는 인류학자가 1931년부터 3년간 파푸아뉴기니 지역의 세 부족을 관찰한 연구를 보면 성 역할에 대한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이것은 아라페시, 문두구머, 챔블리 부족의 성 역할에 대한 이야기이다.
아라페시 부족 사람들은 모두 경쟁이나 공격을 싫어한다. 남녀 모두 가정적이고 유순하여, 자신들보다 약하거나 어린 사람들에게 관대하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는 자신의 욕구를 억제하는 성향이 있고, 생활양식 역시 온건하다. 반면 문두구머 부족 사람들은 공격적이고 호전적이다. 상대방에게 적대감과 경쟁심을 가지고, 부족 전체가 모성적인 것을 거부했다. 챔블리 부족의 남자와 여자는 서로 다른 성향을 지녔다. 남자는 책임감이 약하고 심리적으로 의존하는 것을 좋아했고, 여성은 반대로 추진력 있게 일을 잘하는 모습을 선호했다.
미드는 이처럼 여성과 남성의 성격과 역할이 사회마다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통해 성 역할은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이 아니라 후천적 학습과 문화, 즉 사회적 산물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최근 남성에게 남성성, 여성에게 여성성을 강조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며 남녀 모두 양성성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양성성은 남성을 뜻하는 말인 'andro'와 여성을 뜻하는 'gyn'이 결합된 'androgyny'를 번역한 말로, 한 인간에게 남성과 여성의 특징이 함께 내재되어 존재하는 상태를 말한다.
1970년대에 벰이라는 학자는 사람은 성별에 관계없이 남성성과 여성성 두 가지 특성을 동시에 가진다고 말했다. 다만 어느 특성이 강한지에 따라 크게 남성적 유형, 여성적 유형, 양성적 유형, 미분화 유형으로 나뉜다고 했다. 그는 양성적 유형이 다른 유형의 사람들보다 적응력이 높고 유연성을 보인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바람직한 유형이라고 했다.
이후에 다양한 연구에서도 양성성을 지닌 사람은 지능이 높고 대인 관계가 좋으며, 유연성이 좋아서 업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우리나라에도 유사한 실험이 있었다.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수도권의 고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양성성 검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양성성을 지닌 30퍼센트의 학생이 학급 반장 등 리더 경험이 두 배 이상 많았고, 상대적으로 성취 동기와 자신감이 높았다. 그리고 타인과의 약속을 잘 지키는 등 신뢰도가 높아서 교사와 동료 학생들 모두에게 인기 있는 학생들이었다.
부드러운 사랑의 신 에로스가 남성의 모습을, 진취적인 전쟁의 신 니케가 여성의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을 보더라도 과거부터 양성성이 선호되는 것 같다. 최근 TV 드라마에 나오는 왕이나 장군 같은 남성 리더는 강인함과 더불어 백성을 세심하게 살피는 여성적 특성을 같이 가진 것으로 묘사된다. 양성성의 시대가 만들어낸 리더십의 변화이다. 그러니 "남자가 말이지"라거나 "아니, 여자가 말이야"라는 말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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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맞아. 결국 sex가 아니라 gender의 영향이 크다는거네...
시몬 드 보부아르 제2의 성 꼭읽어봐 노년도!!
보부아르 수업 시간 때 배웠는데 책은 안 읽어봤는데 꼭 읽어봐야겠다
맞아 주입식이지 만들어지는게 맞는거같아
링크타고 전문까지 읽어봤어 좋은글 가져와줘서 고마워!
사회에서 주입한 성역할에 대해 인지하고 취사선택하도록 해야겠어
사회가 말하는 여성성이 무조건 부정적인 의미는 아니니까
결국 이글이 말하는 건 '양성성'을 가진 인간이 되어야한다는거잖아
사회에서 여성성을 지속적으로 주입했어도 내 자신을 돌아보면 사회가 규정한 여성성의 틀에 딱 맞는 사람은 아닌 것 같거든..앞으로 내가 사회가 말하는 여성적인 인간이 아니더라도 양성적인간이구나 하고 내 스스로를 격려해야겠다
그리고 여성이 넘어야할 3가지 허들 중에 무엇하나 쉽게 극복되는 것이 없어서 슬프다ㅠㅠ 사회구조적인 문제지만 우선 사람들의 인식의 변화와 여론변화가 필요할 것 같아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