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방
*본문에 들어가기에 앞서서:
이 글은 이성애자의 입장에서 이성애를 다룬 드라마/만화 등의 내용이 이성애자인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해 다루었어. 그러나 코르셋은 이성애자 여성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고 다른 성적 오리엔테이션을 가지고
있는 여성들에게도 있을 수 있어. 여러가지 코르셋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은 여성의 성적 오리엔테이션을 떠나서
부정적인 경향이 많아. 비록 글은 이성애자 여성의 초점에 맞추어져 쓰여있지만 다른 성적 오리엔테이션을
가진 여성들을 배제하려는 의도로 쓴 글이 아니고, 코르셋이 여성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성적 오리엔테이션을
막론하고 부정적이라는 점은 염두해 두어야 할것같아.
읽어줘서 고마워!
본문:
로맨틱 코미디.
이런 연애, 저런 연애, 우연히 시작하는 연애... 로맨틱 코미디는 종류도 참 다양하지?
직장에서, 길 가다가, 가게에서 레스토랑에서, 술집에서, 바다에서, 여행을 갔다가...
일본에 지진이 계속 일어났던 최근, 대피를 준비하면서 안전을 위한 준비보다는
'메이크업' 에 신경을 쓰는 여자들의 코멘트가 화제가 되었었지.
그녀들의 '허영심'이 문제가 아니라...
포커스는
'만약 대피소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남자가 있다면 추한 얼굴을 보여줄수 없다' 였어.
음?
한국에서도 지진이 일어났을 때 생얼, 후줄근한 옷으로 나가는게 불편하다는 여성들의
댓글도 간혹 보였었지. 그래, 간혹 보면 '뭐 어때, 어디서 누굴 만날지 아무도 모르는건데'
라고 생각할수도 있어. 하지만...
'남자들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걸 본 적이 있니?'
그렇다면 누군가는 '뭐 여자들이 더 남자 관심 사고 남자 만나는데 눈이 돌아가서 그런가보지' 라고
험한 말을 할 수도 있어. 하지만....... ^^ 외안만나줘의 사건 발생 수만 봐도 이성을 만나는데 눈이 돌아간건
여자가 아니라 남자라는 사실을 알수 있지.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질문을 난 들어본적이 없어.
'대체 왜 여자들은 그 "우연히 내 이상형을 만날지도 모르는 그 아주 작은 확률"을 염두에 두고
오늘도 나가는 약속에 화장을 공들여 하고, 옷을 골라 입고, 1년 365일 관리를 할까?'
같은 행동을 많이 해 보았고 그 심리도 많이 느껴보았던 나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음.
'내가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계기가 뭘까'
. . .
보통 외출을 할 때마다 매력적인 이성을 만나 사귀게 될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이 없잖아?
그런데 마음 한켠 어딘가 기대가 있단 말이지. 그 기대는 대체 어디서 오는걸까?
아. 알았다.
드라마였어.
만화였어.
드라마를 보면 나도 모르게 설레잖아. 남자주인공, 여자주인공은 서로의 존재를 알지도 못하지만
어느날 운명적으로... '본인들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날에'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만나게 되지
그리고 로맨틱 코미디는 그 '설렘'을 선사해.
정말 어느날 갑자기... 너무너무 멋진 남자와 우연히 길가에서, 커피숍에서, 도서관에서,
대학교 캠퍼스에서, 편의점 앞에서, 아파트 단지에서, 근처 공원에서, 알바하다가, 공부하다가,
지하철 타다가, 놀이공원에서, 친구와 만나다가, 노래방에 갔다가, 춤을 추다가, 클럽에 갔다가,
경찰서에 갔다가, 봉사활동을 갔다가, 교회에 갔다가, 출근을 했다가,
회사에서, 워크샵에서, 여행을 갔다가, 섬에서, 바다에서, 기차역에서, 벤치에서, 사진관 앞에서,
미국에서, 일본에서, 부산에서, 서울에서, 울산에서, 제주도에서, 전주에서, .......................
아! 알았다.
이렇게 로맨틱 코미디는
'언제 어디서든 이렇게 멋진 남자와 운명적인 만남을 할수 있다. 여자들이여'
를 보여주는구나.
그런데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들을 봐.
그녀들을 '평범하게' '평범한 역할에' 넣는 드라마들이 넘쳐나지만
그녀들의 외모가 정말 평범한가?
그래. 얼굴도 비현실적이고
그렇다면 몸매는?
로맨틱코미디를 깎아내리는게 아니야. 여자들이 보면 설레고, 잠깐이라도 현실에서 눈을 돌리게 해주지.
하지만...
우리는 과연 이 환상을 어떤 값을 주고 사고 있는걸까?
현실적으로 매일 매일 내가 로맨틱 코미디의 주인공이 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아주아주 조그만, 기대가
마음 한구석에 조금이라도 있다면 나도 모르게 그 있을지도 모르는 만남을 위해 입술을 바르고 원피스를
입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 아주 작은 기대는, 그냥 집앞 슈퍼에 나가는데도 왠지 후줄근하게 나가는게 신경쓰이게
만들수도 있고, 신나게 뛰어놀려고 가는 놀이공원에 가면서도 문을 나서려는 마지막 순간
'혹시 오늘 괜찮은 남자를 마주치면 어쩌지?'하는 생각에 돌아서서 다시 옷을 고르고
연하게라도 화장을 하게 만들지 몰라. 혹은, 나는 왜 싱글일까...라는 생각을 할 때,
'혹시 내가 잘 안 꾸미고 후줄근하게 다녀서 그런가?'라는 답을 스스로 만들어낼지도 몰라.
마치 매일매일 꾸미고 다니지 않는 여자는 '게으르다'는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게 정상인 것처럼.
앞에서 썼듯 드라마, 만화등등은 수-많은 장소에서 일어나는 로맨틱한 첫만남을 보여주잖아?
놀이공원, 학교, 도서관, 알바하는곳, 카페, ........... 그 수많은 장소들이 어느샌가 '가능성이 있는 장소'들이
되어버리는게 제일 무서운건데. 왜냐면 그 말인 즉슨 언제 어디서든 괜찮은 남자와 마주칠 확률이 있으므로
혹시 모르니까 예쁜 모습으로 다니는게 낫지 않을까?
일본에서 지진이 났을때, 정말 그냥 단순하게 생각해보면 당황스러운 아이디어일지 몰라도
'지진대피소'에서조차 괜찮은 남자를 만날지 모른다는 그 생각...
정말 우리가 태어날때부터 갖고있던 당연한 생각일까 그게? 지진 대피를 하면서도,
공부를 하러 나가면서도,
잠깐 친구와 치맥을 하면서도,
마음속 한구석에 남아있는 그 실낱같은 가능성때문에 립스틱을 한번 더 덧 바르는것,
그게 정말 싱글로서 하는 '부지런한 일'일까?
그런데 그럴 확률이 얼마나 될까? ... 혹자는 아무리 확률이 낮아도 내게 그 일이 일어나면 100%다 라고
반문할수도 있지. 하지만 누군가와 진정한 사랑을 한다는건, 결코 외모가 100%인 일이 아니야. 물론
상호적으로 어느정도 외모에 대한 기준이 맞아야 연애가 가능한건 사실이지만,
내가 내 100%로 꾸미지 않아서 이루어지지 않을 연애라면...
(남자들은 꾸미는데 여자에 비해 신경도 1도 안쓰는걸 보면 왜 여자만 로맨스를 얻기 위해 꾸며야해? 라는
질문을 던질수도 있어)
그게 정말.. 진짜 연애일까? 내가 호리호리한 몸매를 보여주기 위해 딱 붙는 원피스를 입고, 화장을 하고...
머리를 내리고 나가지 않아서 나와 인연이 되지 않을 남자라면. 그게 의미가 있을까?
오로지 외모만으로 내게 접근하는게 남자라면, 나와 비슷한 외모를 가진 다른 여성들에게는? 접근하지 않을
확률이 있는걸까?
나는 외모를 보고 접근하는 모든 남자가 오로지 외모만 신경쓰고 진정한 연애를 할수없는 남자라는 말을
하려는게 아니야. 내가 말하고싶은건
1. 과연 조금이라도 있는 연애/로맨틱코미디가 심어주는 환상때문에 시간, 돈, 노력을 들여가며 거의 매일
꾸미는 게 과연 얼마나 내게 생산적인 결과를 가져올까? 라는거야.
그리고 그렇다면 그런 이상형의 남자를 아름다운 모습으로 우연히 만나 연애한 후에는 더이상 꾸밀 필요가 없어지는걸까?
아니면 그렇게 만난 남자이기때문에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계속 꾸며야하는걸까.
자의로 꾸민다고 해도, 현실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의 메세지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여서 우리가 하는 꾸밈이
과연 정말 현실적으로 효과가 있는걸까? 그런 드라마처럼 우연히 아름다운 모습으로 누군가를 만나서
연애를 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사실 진짜 거의 존재하지도 않는 희박한 확률의
'완벽한 남자를 만날' 가능성을 위해서
매일매일 공들여 꾸미는건 아닐까?
그런 무의식적인 기대가 현실을 반영하는게 아니라, 드라마, 만화듣에서 보고 배운
그런 '설레임'을 반영한거라는걸. 남자의 관심을 살수 있는게 이 방법 뿐이라고?
사실 적극적으로 연애를 하고 싶다면, 남자가 먼저 말을 걸어주기를 기다리는것보다,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고 - 소개팅, 주변 소개, 먼저 다가가서 물어보기, 온라인 등등 -
잘 되면 잘 되는거고 안 되면 그에 따라서 다른 방법을 취해보거나
데이팅에 대한 자기의 입장을 바꾸거나, 하는게 조금더 생산적이지 않을까?
현실에 로맨스의 주인공같은 완벽한 남자주인공이 나타나서 내 아름다운 모습에 반해 운명적인 만남을 시작하고
그 남자가 정말로 내 이상형에, '이상한점이 하나도 없는 찌질이'가 아닐 확률은
아주 낮으니까. 우리의 소중한 시간, 돈, 노력을 낭비하지 않고
꾸민 날 하게 되는
'누군가 나를 알아봐줄' 거라는 기대로 마음도 피곤하게 되지 않고
그냥 남자들처럼 밖에 나갈때 적당히 사람 입는것처럼만 하고 나가면
삶의 질이 더 상승되지 않을까?
아무리 작은 기대라도 무너지게 되면 뭔가 허무한 기분이 드는데
그런 작은 기대가 계속해서 무너지는 그런 일상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ㅇㄱㄹㅇ
맞아 그리고 현실엔 드라마같이 순정남은 절대로 번호 안따고 다님
이거진짜 띵문 종종봐야지 고마워!
와...
띵문...
삭제된 댓글 입니다.
와우...시발...
와오...........
개띵문이야~~~~
띵문이다...
와 좋은글이다 정신차려야지
개띵
좋은얘기야
하.. 띵문.. 코르벗어야지
진짜 너무 공감간다
코르셋벗으니까 삶이 달라지는느낌이야 평생 주입된 저 사고를 1~2년만에 벗으니 세상편함
ㅇㄱㄹㅇ....그리고 어짜피 쭉정이들 뿐이라 꾸미고싶은 생각 자체가 안들음
띵,..
존나 개띵문이다
와 진짜 띵문....
이 생각 때문에 몇십년을 버린건지... 옛날엔 대중교통에서 남자랑 부딪히면 아앗..? 운명...?! 이랬는데 지금은... ㅅㅂ 어깨 안접냐 왜 치고 지랄이야 저것도 얼굴이라 달아놓고 쳐 당당하네 이런생각..^^....
ㅋㅋㅋㅋㅋ ㅇㄱㄹㅇ
저 생각 버린거 진짜 잘한짓 페미가 사람많이 살렸다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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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코물 <간택>프레임 참 꾸준하지ㅋㅋ 정작 남자들은 리벤지포르노 보는게 현실인데ㅋㅋㅋㅋ
로코물이 여자들의 환상임에도 불구하고 남자입장에서 쓰여진거 보면 말 다했지 ㅎ
이거 진짜 제목부터 팩폭 지린다. 나 지금 응급실 왓어
와 진짜 띵문.. 많은 생각이 들게 한다
좋은글이다
띵문이다.. 정신차려야지
와 진짜 좋은글이다...
나중에 두고 몇 번 더 읽어봐야징
띵문이다..
ㅠㅠ 드라마 검색해서 연어왔어.. 구구절절공감
헐 개띵문... 갑자기 화장하는 내 자신이 부끄러워진다
와 뼈맞았다 진짜......
오ㅏ 생각도 못햇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