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 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어두운 산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시인 이현주님의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란 시의 첫 구절이다.
아무리 곱씹고 곱씹어 봐도 내겐 마치 울화병 걸린
어느 아낙네의 쓰라린 가슴만치 불붙은 화덕되어 뜨겁게만 다가온다.
아마도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이란 시구(詩句) 에 인간적인 강한 거부감에도 불구하고
어쩔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양심의 소리에 결국 내 심장이 깊이 배인 탓일께다.
주변을 둘러본다. 주위는 온통 자신의 이름 석자 하나 세상에 못 드러내
몹시도 안달난 사람들 투성이다. 어떻게 하든 성공이라는 고지를 꿰차고 올라가
마치 자신이 대단한 것이라도 이룬냥 주변을 어르며 시선을 내리까는
어설픈 부자의 못난 여유로움이 왜 이리 많은지! 사실 이렇게 말하는 나 역시
따지고 보면 그들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러기에 무명의 들꽃으로서의 삶은 내겐 고통이요 무거운 짐이다.
한 여름 내내 작렬하는 태양과 폭풍, 강한 바람에 맞서 묵묵히
자신의 삶을 지탱하는 들꽃의 조요함에 숙연함이 깃든다.
비록 누군가 그들의 이름을 불러주진 못하지만 들꽃은 여전히 웃고 있다.
어렵게 맺힌 잎사귀가 낙엽되어 땅으로 돌아간 달지라도 결코 무가치하지 않다.
때론 흙먼지 이는 길가 옆에 피어 지나는 행인들의 발에 밟히기도 하지만
어떤 요동함도 없다. 아무도 모르는 첩첩산중의 그것임 에도
하루 한차례 저녁이면 으레이 찾아주는 황 혼의 어두운 산그늘의 한 자락에
들꽃은 후회 없는 한 평생을 산다.
그러나 굳이 이름을 내고 싶 면 이젠 그분을 위해 내라!
겨자씨 한 올 땅에 깊이 내려 공중의 새조차 깃들게 하라!
이도저도 아니라면 무명의 꽃으로 남는 것도 괜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