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의 신을 읽고...

[몽원]

                                  공부의 신?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 당연히 우리는 이러한 질문을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선생님께 물어보게 될 것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못 하는 학생에게 공부의 비법을 물어본다는 자체는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는 누구에게 물어야 하는 걸까? 이 또한, 공부 잘하는 학생이나 선생님께 물어보면 되는 것일까? 공부의 신이 있다면 가르쳐 줄 수 있을까?

 최근, 공부의 제왕이라는 TV 프로그램이 나오면서, ‘공부의 신’이란 책이 주목받게 되었다. 2001년 수능 400점 만점에 396점을 받은 강성태 학생을 비롯해서, 남들이 노는 시간에도 죽도록 공부해서 민사고를 가고, 서울대를 갔다는 강성영 학생, 그리고 밴드와 영화에 정신이 팔려있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정신 차리고 공부했다는 유상근 학생, 삼수 끝에 경희대 한의학과 입학한 백동엽 학생 등등 총 9명의 공부의 달인이란 명칭이 어울리는 학생들이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후배들을 위해 공부비법에 관한 책을 출간하였다. 취지와 내용 자체는 정말로 나무랄 데 없이 유익하다. 내 개인적으로도 수시 입학률에 대한 실질 비율, 오답 노트에 관한 정리법, 스터디 플래너 짜기 등등에서 여러 가지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었다. 특히, 각 학생들의 공부에 대한 마인드와 경험들을 수기로 써낸 부분은 현재 학생들을 가르치는 입장에서 여러 가지 생각할 수 있는 꺼리를 던져 주었다. 그렇지만 이러한 모든 내용의 전제는 가장 본질적인 왜라는 질문보다는 어떻게 라는 질문에 치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일단, 기본적으로 학생이었던 저자들의 마인드가 일반 학생의 마인드보다 이미 어릴 적부터 너무나 높은 곳에 가 닿아 있다. 공부를 위해 자신의 외모, 문화 그 모든 것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라는 강성태 학생의 이야기는 정말로 공부의 신이 아니고서야 할 수 없는 말들이었고, 학원 자율학습 시간에 서로의 공부를 위해 공부하라고 욕으로 서로를 독려했다는 강성영 학생의 이야기는 무섭기까지 하였다. 물론, 중학교 시절 다소 노는데 열중했던 유상근 학생이나 삼수까지 한 백동엽 학생의 경우 개인적으로 친근감을 느꼈지만, 그들 역시 전교 20~40등 하는 성적을 별로 대단하지 성적으로, 그리고 75~80등 하는 성적을 평범한 학생으로 이야기 하는 대목에선 다소 어이없기까지 하였다. 과연 이러한 학생들의 이야기가 내가 가르쳐야 하는 평범한 학생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것일까?

 다시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서, 왜 이들이 왜라는 질문을 하지 않았는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 굳이 할 필요가 없던 질문이었을까? 어차피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다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다. 사회가 더욱 양극화 되면 양극화 될수록, 치열한 경쟁시대가 되면 될수록, 자기발전이란 측면에서 공부는 이제 평생의 개념으로 확장되었다. 그런데 왜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통의 학생들은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되묻고, 거기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어떻게 라는 질문으로 가지 않는 것일까? 여기서 잠깐 나의 학창 시절을 떠올려 보고 싶다.

 사실, 초등학교 때 항상 전교에서 1등을 하던 내가 중학교 들어와 첫 시험에 전교 10등을 했을 때는 엄청난 충격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하든 다시 원래의 내 자리를 찾아가고자 발버둥 쳤던 기억이 난다. 그렇지만 성적은 오르지 않았고, 계속 떨어져만 가다가 급기야 1학년 말쯤엔 전교 30등으로 밀려나더니, 중2 때는 사춘기에 방황까지 겹쳐 걷잡을 수 없이 떨어져, 이제 전교 등수는 생각할 수조차 없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나는 늘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되묻게 되었다. 사실, 초등학교 시절, 내가 전교 1등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순전한 어머니의 힘이었다. 어릴 적, 다소 저능아로 분류되었던 나에 대한 염려로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하루에 3-4시간 이상 붙잡고 공부를 시킨 것이 습관이 되어, 매일 일정 시간 공부하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되었고, 아버지의 강한 책에 대한 열정을 보고 자라면서 또, 자연스럽게 많은 다독을 하게 된 것이 공부의 요령을 터득하게 하여, 어느새 나도 모르게 학교에서 가장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어느 시점부터 그러한 공부에 대한 흥미가 시들어져 갔다. 그리고 끊임없이 왜 공부를 해야 하는지 질문을 하게 됐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정말로 죽기보다 공부하기가 싫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자연히 영어 단어와 수학 문제에만 집착하는 우리나라의 교육제도에 대해 비판하게 되었고, 대학입시라는 제도에 대해서도 매우 부정적이어서, 고등학교 입학 시엔 나에겐 아무런 꿈도 미래도 없었다. 그러다 문득 신학대라는 다른 돌파구를 발견하게 되어, 대학에 대한 꿈을 갖게 되었고, 미래를 가질 수가 있었다. 그렇지만 사실 그 때도 공부에 치중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남들 공부할 자율학습시간에 땡땡이를 치고 교회를 갔고, 독서실에선 성경이나 관심 있는 다른 책을 읽는데 전념하곤 하였다. 다행히 운이 좋아, 시험 제도가 학력고사에서 수능으로 바뀌면서, 남들이 공부할 동안 읽은 다른 책의 덕택으로 언어영역과 사회탐구에서 특출한 점수를 보여, 원하는 대학에 소신 지원하여 들어갈 순 있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자유분방한 교육 가치관은 대학에서도 내내 지속되어서, 강의 시간을 빼먹는 일은 예사였고, 학과 교제보다는 다른 책들에 더 열을 내어, 주위의 따가운 시선을 받곤 하였다. 그리고 그 때문인지 결국 그렇게 원해서 들어갔던 신학대에 대해 회의를 느끼게 되어, 그 때부터 쭉 무슨 역마살이 있는 사람처럼 여기저기 방황하다가 30대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아이러니 했던 점은 공부에 대해 늘 부정적 가치관을 가진 내가 20대 내내 공장이나, 목장, 심지어 꽃게잡이 배까지 타면서도 단 한 번도 책을 손에서 놓아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면서 자연히 왜 공부를 해야 되는지 스스로 느끼게 되었던 거 같다. 정말 아주 뒤늦게 말이다. 그렇지만 누군가 내게 왜 공부를 해야 묻는다면 나 역시 대답할 말이 없다. 그저 길을 찾아가기 위해, 보다 넓은 안목을 갖기 위해라고 막연히 대답할 뿐, 어떻게 그 답을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결국엔 나 역시 30대 들어 어떻게 공부를 했는지에 대해, 그 ‘어떻게’에 대해 초점을 맞추어 이야기를 하곤 한다. 결국,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는 공부의 신도 그 누구도 설명할 수 없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책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느꼈던 유상근 학생의 경우, 나와는 다르지만 이와 비슷한 느낌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중학교 시절 방황하던 그를 끝까지 지키고 믿어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 그리고 발견하게 된 자신의 가능성과 가치. 아마도 유상근 학생의 경우 이러한 경험을 통해 ‘왜’에서 ‘어떻게’라는 질문으로 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하기에 자신이 어느 부분에서 안 되는지 치열하게 고민하고자, 그 당시 널리 알려진 공부 비법 책들을 찾아 읽으면서 자신의 공부습관을 분석하고, 환골탈퇴 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평범한 일반적인 학생들의 ‘왜’라는 질문은 무의미한 것일까? 나의 지난 20년 동안의 그 세월은 모두 허망하고, 부질없는, 뜬구름 잡던 세월이라 결국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유상근 학생의 그 방황 또한 그렇게 나의 방황과 같이, 가치 없는 소모적인 일일 뿐이었을까?

 앞으로 학생들을 가르치면 그들의 동기를 부여해야 할 입장에 놓인 처지로써, 이 질문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을 해야만 할 거 같다. 비록 이 질문 자체가 결코 성립할 수 없는 무의미한 것일지라도 혹은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무용한 것일지라도, 이 질문의 이 무의미함과 무용함 없이는 결코 ‘어떻게’ 라는 발전의 단계로, 그리고 그 이전에, 공부를 당연히 해야만 한다는 원칙으로 나아갈 수가 없기에, 좀 더 학생 시절의 마인드로, 그 철없던 방황의 질문과 고민들로 학생들과 함께 길을 찾아가고, 발견해내야만 할 거 같다. 비록 나처럼 아주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 일일지라도.......

공부의신.hwp

[minki]

열기가 느껴져요. 삶에 대한, 그리고 공부에 대한, 그리고 후배들에 대한....

[라오콘]

공부를 공부로써만 일로써만 하게 되면 저처럼 나이가 들어서도 하고 싶은 공부를 찾아 헤매게 될 수도 있지요. 왜 해야 하는 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분명히 있는 것 같아요

[siberia]

공부에도 신이 있었군요... 환골탈퇴

[강남스 퇄]

아 잘 보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