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래출현품(如來出現品) ▣
1. 세존이 광명을 놓아 가피를 내리시다
부처님의 미간에서 백호광명(白毫光明)을 놓으시다
그 때 세존께서 미간에서 백호광명을 놓으사 이름이 여래출현이요, 한량없는 백천억 나유타 아승지 광명으로 권속이 되었고, 그 광명이 시방 온 법계와 모든 세계를 두루 비추며, 여래의 한량없는 자유 자재함을 나타내고 수없는 보살 대중을 깨우치며, 일체 시방의 세계를 진동시키며, 여래께서 보리좌에 앉으사 바른 깨달음을 이루는 일과 모든 도량에 모인 대중을 나타내시며, 이런 일을 하고는 보살대중으로 와서 다시 여래성기묘덕 보살(如來性起妙德菩薩)의 정수리로 들어갔음이라.
여래가 출현하심을 말하다
이 때 여래성기묘덕 보살이 보현보살에게 물었다.
"불자여, 부처님께서 나타내 보이시는 광대한 신통변화가 여러 보살들에게 기쁨을 내게 하며, 불가사의하여 세상이 알 수 없사오니 이것이 어떠한 상서이옵니까?"
이 때 보현 보살이 답하였다.
"불자여, 내가 지난 옛적에 여래. 응공. 정등각을 뵈오니 이렇게 광대한 신통변화를 보이시고는 여래께서 출현하는 법문을 말씀하시었음이라. 지금 그러한 현상을 보이시니 마땅히 그 법을 말씀하시리라 여기노라."
게송으로 거듭 법을 청하다
이 때 성기묘덕 보살이 이 뜻을 거듭 펴고자 보현 보살을 향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거룩하고 걸림없는 크신 지혜여
그지없는 평등함을 깨달았으니
한량없는 부처님의 공덕을 말씀하소서
불자들은 듣고서 기뻐하리라.
바라건대 인연이나 비유로
묘한 법과 맞는 뜻을 연설하소서
중생들이 듣고서는 큰 마음 얻어
의심은 끊고 지혜는 맑아 허공 같으리.
2. 보현 보살이 설법하시다
여래께서 출현하시는 일을 설하다
그 때 보현 보살이 여래성기묘덕 보살과 여러 보살 대중에게 말하였다.
"불자여, 이것은 헤아릴 수 없나니, 이른바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한량없는 법으로 출현하셨느니라.
왜냐하면 한 가지 일이나 한 가지 인연으로 출현하신 것이 아니라 할량없는 백천 아승지 일로써 성취하셨느니라. 이른바 과거에 한량없이 일체 중생을 거두어 주려는 보리심으로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일체 중생을 구호하려는 대자대비로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많은 부처님께 공양하고 중생을 교화함으로써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청정 공덕장을 이루는 연고이며, 과거에 한량없이 통달한 법과 이치로 이루는 연고이니라. 불자여, 이와 같이 한량없는 아승지 법문이 원만하여서 여래를 이루느니라."
삼천대천세계는 한량없는 인연으로 이루어 지느니라.
"불자여, 삼천대천세계가 한 인연이나 한 사실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한량없는 인연과 사실로써 이루어지나니, 이른바 큰 구름을 이루어 큰 비를 내리거든 네 가지 풍륜(風輪)이 서로 계속하여 의지가 되느니라. 네 가지란 무엇인가. 하나는 능히 지님이니 큰 물을 지니는 까닭이요, 둘은 능히 소멸함이니 큰 물을 소멸함이요, 셋은 건설함이니 모든 처소를 건설함이요, 넷은 장엄함이니 장엄ㄹ함을 보임이며, 모두 다가 교묘한 까닭이니라.
이런 중생들이 함께 짓는 업[共業]이 보살들의 착한 뿌리로 일으키는 것이되 그 가운데 일체 중생으로 하여금 각각 마땅한 대로 받아서 쓰게 됨이니라.
불자여, 이러한 한량없는 인연으로 삼천 대천 세계를 이루거니와 법의 성품이 이와 같아서 내는 이도 없고 짓는 이도 없지만은 그러나 저 세계가 성취되느니라. 여래의 출현함도 다 그와 같아서 한 인연이나 한 사실로 성취하는 것이 아니니라. 한량없는 인연과 한량없는 사실로 이루어지느니라."
삼천대천 세계가 이루어질 때 큰 구름에서 비를 퍼붓는다.
"또 불자여, 삼천대천세계가 이루어지려 할 때에 구름에서 퍼붓는 비를 억수장마라 하나니, 온갖 처소에서 받을 수도 지닐 수도 없거니와 오직 대천세계가 이루어지려는 때는 제외되느니라.
불자여,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그와 같이 법 구름을 일으키어 큰 법 비를 내리는 것을 이름 하여 여래의 출현을 성취한다 하느니라. 일체 이승(二乘)의 마음으로는 받을 수도 없고 지닐 수도 없거니와 오직 대보살들의 마음으로 서로 지니는 힘은 제외될 것이니라.
또 불자여, 큰 구름에서 큰 비를 내리는 것을 대천세계의 일체 중생들은 그 수효를 아는 이가 없으며, 그 수효를 계산하려면 어려울 뿐이거니와 오직 대천세계의 주인인 마혜수라 천왕은 과거에 닦은 선근으로 내지 한 방울까지라도 모두 아느니라.
불자여,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도 법 비를 내리는 것을 일체 중생과 성문 독각은 알지 못하는 것이며, 헤아리고자 하면 마음이 어지러워지려니와 오직 일체 세간의 주인인 보살 마하살은 제외할 것이니, 과거에 닦은 깨달은 지혜의 힘으로 내지 한 글자 한 구절이라도 중생의 마음에 들어가 분명히 알지 못할 것이 없느니라.
불자여, 이것이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출현하는 넷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큰 구름에서 큰 비를 내릴 때 능히 소멸한다.
"또 불자여, 큰 구름이 큰 비를 내릴 적에 큰 구름비가 있어서 이름을 능멸(能滅)이라 하나니 능히 화재(火災)를 멸하며 큰 비구름이 있어서 이름이 능히 일으킴이라 하나니 큰 물을 일으키며, 큰 구름비가 있어 이름을 능히 멈춤이라 하나니 큰물을 멈추며, 큰 구름비가 있어 이름을 능히 이룸이라 하나니 온갖 마니 보배를 이룸이며, 큰 구름비가 있어 이름을 능히 분별함이라 하니 삼천대천 세계를 분별함이니라.
불자여, 여래도 이와 같아서 법비를 내리어 능멸(能滅)이라 하나니 일체 중생의 견혹(見惑)을 멸하게 하고 일체 중생이 능히 이룸을 얻게 하느니라. 불자여, 이것이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다섯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큰 구름에서 큰 비를 내릴 때 장소에 따라 다르니라.
"또 불자여, 큰 구름에서 한결같은 한맛을 내나니 비를 내려도 그비 내릴 데를 따라서 한량없이 차별하나니 여래의 출현함도 그와 같아서 크게 불쌍히 여기는 한결같은 맛의 법비를 내리어 한량없이 차별하니라. 불자여, 이것이 여래. 응공. 정등각께서 출현하는 여섯째 모양이니 보살 마하살은 마땅히 이렇게 알아야 하느니라."
세계가 이루어질 때 큰 물이 가득 차니라
"또 불자여, 세계가 처음 이루어질 때 큰 물이 생겨 삼천대천 세계에 가득 채우고 큰 연화가 나나니 여래출현공덕장엄(如來出現功德莊嚴)이니라. 시방 세계를 비추거든 그 때 마혜수라 정거천(淨居天)들이 이것을 보고 이 세계에 부처님이 나실 것을 결정코 아시느니라. 또 불자여, 그 때 그 가운데에 바람이 일어나니 이름은 매우 깨끗한 청풍(淸風)이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이름이 깨끗한 빛 장엄으로욕심 세계의 하늘 궁전을 이루느니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철위산(鐵圍山), 작은 철위산, 금강산을 이루느니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바다가 이루어짐이라. 또 바람이 일어나니 물은 분별이 없지만은 바람이 같지 않음으로 차별을 이루느니라."
허공을 의지하여 풍륜(風輪)이 있고 수륜(水輪)이 있느니라
"또 불자여, 마치 허공을 의지하여 네 가지 바람을 일으키어 물[水]을 지니게 함과 같으니라. 무엇을 네 가지라 하는가. 하나는 편안히 머묾이요, 둘은 항상 어묾이요, 셋은 끝까지 이름[至]이요, 넷은 견고함이라. 물은 땅덩어리를 붙들어 흩어지지 않게 하느니라. 그러므로 땅은 물을 의지하고, 물은 바람에 의지하고, 바람은 허공에 의지하고, 허공은 의지한 데가 없으나, 비록 의지한 데가 없어도 삼천대천 세계로 하여금 머물게 하느니라."
게송으로 여래 출현하는 법을 거듭 설하시다
그 때 보현 보살 마하살이 이 뜻을 다시 펴시고자 게송으로 말하였다.
시방 국토 부수어 만든 티끌은
계산으로 수효를 알 수 있지만
여래의 한 털 끝에 있는 공덕은
천만 겁 동안 말하여도 말할 수 없네.
어떤 사람 자 들고 허공 세는데
다른 이는 따라가며 허공 세어도
허공은 끝난 데를 찾아 길 없어
여래의 저 경계도 그와 같으니.
맨 처음 이 세계에 큰 구름 비를 퍼부어
네 가지 바다에 큰 바람 일으키듯이
중생의 선근과 보살의 힘으로
사바 세계 생겨서 머물게 되느니라.
여래의 몸을 밝히니라.
“불자여, 보살 마하살이 마땅히 어떻게 여래. 응공. 정등각의 몸을 보아야 하는가. 보살은 마땅히 한량없는 곳에서 여래의 몸을 보아야 하나니 왜냐하면 보살 마하살은 한 법이나 함 몸이나 한 중생에게나 여래를 보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곳에 두루 하여 여래를 보지못함이 없어야 하느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