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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롤플레잉에 대한 몇 가지
작성 : 뜨락 박경수
1. 연극의 정의
영어로 연극은 Play, Theatre, Drama로 쓰여지는 데요. 그 각각이 의미하는 바가 다르죠.
◇ Play - 사람들이 어울려 즐기는 놀이로서의 연극을 의미하구요.
◇ Theatre - ‘Theatron(보다)’라는 그리스어가 어원인데, 감상하는 공연으로서의 연극을 의미합니다.
◇ Drama - ‘Dran(행동하다)’라는 그리스어가 어원이구요. 이야기를 배우들이 행동하는 것이 연극이다. 그런 의미가 되겠습니다.
연극을 교육 매체로서 활용하는 저희 교육분야에서는 교육과정으로서의 연극을 지칭할 때는 대체로 ‘Drama’ 라고 씁니다. 왜냐하면 교육매체로서의 연극은 ‘Theatre’라고 하는 공연으로서의 연극이 아니라 ‘Drama’라는, 교육의 참가자들이 행동하는 그 과정에 의미를 두기 때문이랍니다.
근데 'Drama'하면 TV드라마를 연상하게 되는데요. 대중문화의 파급효과로 인해 그 의미가 달라져서 생긴겁니다.
[참고 - 아리스토텔레스는〈시학〉에서 “비극과 희극이 드라마(drama)라고 불리게 된 것은 등장인물들이 이야기를 실제 행동하는(dran) 것으로 나타내주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했다. 그 뒤에 오랜 세월 동안 ‘드라마’는 극 또는 연극을 뜻하는 말로 널리 사용되어 왔다. 그런데 오늘날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드라마’라는 말을 듣는 순간 텔레비전 연속극을 떠올릴 가능성이 높다. 대중문화의 파급효과를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2. 교육으로서의 연극의 활용
연극을 근대적 의미의 교육에 활용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초 영국과 미국에서 시작되었는데요. 이것이 오늘날 '교육연극(Educational Drama)'이라 불리어 지는 것이죠. 교육연극이란 예술로서의 ‘연극’을 가르치는 것이 아닌 연극을 교육을 위한 매체로 활용하여 특정한 교육적 목표를 성취를 위해 연극적 방법론들을 취하는 형태랍니다.
교육적 목표, 대상, 나라에 따라 다양한 명칭으로 나눠져 있습니다만 몇 가지만 언급해 보겠습니다.
◇ D.I.E(Drama In Education) : 공연의 발표가 아닌 과정중심이며, 주로 학교의 교과학습에 활용되었습니다.
◇ T.I.E(Theatre In Education) : 공연을 통한 교육을 목표로 하는데요. 먼저 어떤 교육적 목표를 설정한 후 그에 맞게 텍스트를 구성하여 교육대상자들에게 관람토록 하는 것이죠.
◇ Creative Drama : 위의 두 용어는 영국에서 교육연극의 방법론이구요. 크리에이티브 드라마는 미국의 방법론인데요. 말 그대로 개인의 창의성 개발에 중점을 둔 활동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 Sociodrama : 소시오드라마는 사이코드라마의 모레노가 창시한 것인데요. 집단적 역할 양상의 탐구를 통해 인간의 성장과 상호작용에 주의를 집중한다.
◇ Role-Play : 소시오드라마의 한 기법으로서 사회적 문제의 해결을 위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집단 행위(act) 모델이라고 하는데요. 다시 말해 사회적 문제에 대한 행동의 변화를 이끌어 내는 활동이라는 것이죠.
◇ Simulation : 시뮬레이션은 학습자에게 실제와 유사한 상황을 제공하여 실제에서 있음직한 위험부담 없이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의미한다. 보통 ‘모의환자’, ‘모의재판’ 같은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Role-Playing
역할연기(Role-Playing)는 <J.L.모레노가 1920년대 초에 만들어낸 말로서 사이코드라마(psychodrama:心理劇)와 같은 뜻으로 사용했으며, 노이로제와 정신병 치료에 이용했다. 1940년대 말부터는 신입사원, 특히 세일즈맨 훈련에 활용되었다.>고 하는군요.
‘Role-Playing’이라는 사이코드라마에서 쓰이던 용어(더 정확하게는 소시오드라마에서 사용된 용어같습니다만)가 어떻게 기업교육에 쓰이게 되었을까요? 그것은 초기의 기업교육에서 ‘Role-Playing’이 활용된 것이 세일즈교육이란 것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욕구를 파악하고 소비자가 물건을 구매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심리를 제대로 파악하고 실제로 어떻게 응대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훈련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그것이 사이코드라마와 만나게 된 것이라고 보여집니다. 사이코드라마가 인간내면의 억눌리고 상처입은 욕망과 심리를 드라마를 통해 투영시키고 그것을 스스로가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방법을 터득하게 하는, 그리하여 궁극적으로 치유에 이르게 하는 활동이기에, 어떻게 하면 판매자의 행동의 변화는 물론, 판매자의 행동이 소비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것인가 하는 기업의 욕구와 잘 맞아떨어졌기 때문인 거죠.
오늘날에 있어서 ‘Role-Playing’은 기업교육에서 ‘고객응대’, ‘리더십’, ‘팀빌딩’, ‘조직활성화’, ‘시뮬레이션’ 등의 다양한 영역에서 다루어지고는 있습니다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는 초기단계라고 보여집니다.
4. 롤플레잉 게임 - RPG(Role-Playing Game)
여담이지만 요즘 온라인 게임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RPG(Role-Playing Game)'들이 바로 연극의 '역할연기'에서 비롯된 개념이랍니다.
근데 왜 우리는 온라인에서 역할을 수행하는 'RPG'에 열광하는 걸까요?
그것은 바로 역할놀이에서 오는 흥미진지함 때문일 것입니다.
'흥미진지'? 뭐가 그리 흥미진지한가? 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지요.
그럼 한번 생각해 볼까요? 우린 어릴적에 어떤 역할놀이들을 하며 자라왔는지!!!
소꿉놀이 해보셨나요? 전쟁놀이는요? 병원놀이, 학교놀이, 술래잡기, 여우야 여우야 등등 수없이 많은 놀이들을 하며 어린시절을 보내셨을 겁니다. 그러한 놀이들을 할 때 어떠셨나요? 서로 옥신각신 하며 싸우기도 많이 싸우셨겠지만 즐거웠을 겁니다. 근데 그러한 역할놀이는 단순한 흥미만을 유발하는 놀이가 아니라는 게 또한 중요합니다. 아이들은 그러한 역할놀이를 통해 어른들의 세계를 간접체험하고, 삶을, 사회를, 인간관계를 배워나가는 것입니다.
오늘날의 세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기회가 옛날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 같아요. 가족이라는 큰 울타리는 핵가족화라는 시대의 흐름으로 인해 갈갈이 찢어져 가고, 아이들은 학교와 학원으로 내몰리며 서로 어울려 놀이의 장을 펼치기 힘든 지금, 그러한 이 시대의 암울함이 우리 모두를 점점 고립화 시키고 있지요. 그런 고립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우리는 웹의 세계를 방황하고 있는 건지도 모릅니다. 실제의 세계에서 맺지 못한 소통의 관계를 웹의 세계에서 찾으려 하는 거죠. 웹의 세계는 숱하게 많은 방식으로 그러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있습니다. 웹사이트, 카페, 블로그 등등의 사람들이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를 통해서, 그리고 서로 유대관계를 맺고 소통하며 각자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그러면서 캐릭터가 점점 성장해가는 'RPG'와 같은 게임 속에서!
이렇듯 'RPG'는 게임으로서의 재미는 물론이고 불특정 다수와의 소통이라는 또 다른 재미를 주죠. 그리고 ‘성장’한다는 재미도 있습니다. 캐릭터의 성장은 주로 미션을 돌파할 때 주어지는 아이템의 획득이라는 형태로 주어지는데요. 이것이 현실에서는 얻지 못한 성취감을 대리 충족시켜주며, 또한 캐릭터의 성장은 곧 나의 성장이라는, 즉 ‘캐릭터=나’라는 동화현상을 불러일으키죠. 그래서 중독성이 더 강한 것이 아닐까 이렇게 생각합니다.
여담이 많이 길어졌군요.^^
다시 사알짝 본론으로 돌아가면요~~
5. 예술로서의 연극은 어떤 효용성을 가지고 있는가?
그렇다면 '역할연기(Role-Playing)'는 대체 어떤 효과가 있는 것일까? 뭐 이런 생각이 들지 않을까 싶네요.
음... 이 점은 앞의 여러 자료들에서 많이 언급되어 있어 생략할까~~ 하다가 좀 더 원론적인 차원에서 살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드는군요.
예술의 기원을 살펴보면요.
거의 모든 고전적인 예술의 기원은 동시다발적으로 형성되었다는 것이 일반적인 학설인데요. 요즘 한창 촛불집회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계시는 중앙대 진중권 교수님의 ‘미학 오디세이’라는 책에 쉽게 설명되어 있는데 간단히 언급하면요. 원시예술은 주술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이 거의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예술이 주술이고, 주술이 예술이었다. 둘 사이엔 아무런 구별도 없었다. 그리고 이것이 당시로서는 유일한 지식 체계이자 정보 저장과 전달의 수단이었다.’ 라고 말씀하십니다. 이것을 좀 더 풀기 위해 ‘임두빈’님의 저서를 인용합니다.
1) 가상과 현실
고대인들은 합리적 사고를 가진 현대인들처럼 가상과 현실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았다. 원시예술은 작품이라는 예술적 가상을 통해 현실의 소망을 이루려했던 고대인들의 주술적인 사고방식과 관계가 있다. 작품을 통해 현실의 풍요와 다산을 기원하는 주술적인 마법의 효과를 믿었기 때문이다.
2) 마법의 힘
원시인들도 마찬가지였다. 동굴벽에 사냥감을 그려놓고 창으로 찌르거나 때려잡으면서 실제사냥에서의 성공을 바랬다. 하지만 장난삼아 놀이하는 현대인들과 달리 원시인들에게 이런 그림을 통한 주술적인 것들은 바로 '생존'에 직접적으로 관련되는 중요한 일이었다. 동굴에 그림을 그려놓고 가상으로는 창으로 아무리 때려잡아도 현실의 사냥에서는 성공보다는 실패의 아픔도 많이 맛보았으리라. 동료의 죽음도 목격하고. 하지만 놀랍게도 그들의 주술적 마법의 힘은 실제사냥에서도 효험이 있었다.
3) 경험의 지식을 담는 수단
원시인들은 동물을 그린 그림위에 단순히 손으로 패고 창으로 찌르는 행위가 끝이 아니라 일종의 집단적인 '세레모니'의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에서 보는 인디언들처럼 수렵무를 추기도 하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사냥감을 잡는 퍼포먼스도 연출하고. 그 세레모니는 사냥감을 포획하는 전 과정을 담아내고 있다. 실제 사냥을 위한 절차의 전 과정을 이러한 제의적인 활동으로 재현했던 것이다. 동굴벽화와 세레모니는 그들이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담는 유일한 수단이었다.
4) 전술작전과 신체단련 효과
세레모니를 통해 그들은 실제 사냥을 나가기 전에 충분한 반복연습훈련을 할 수 있었다. 실제사냥에서 사냥감이 나타났을 때 편대는 어떻게 구성하고, 어떻게 구석으로 몰고, 누가 창으로 찌르고, 이러한 전술에 대한 작전도 충분히 훈련을 통해 이런 테크닉적인 부분의 완성과 체력적인 신체단련의 효과도 이루어졌으리라.
5) 사냥에 대한 자신감
이러한 한편의 연극의 마지막 하이라이트는 사냥감을 때려잡는 것으로써 막이 내린다. 항상 승리로 끝나는 이 극의 구조는 이길 수 있다는 사냥에 대한 자신감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다.
6) 정보전달의 기능
어른들이 벌이는 이런 한편의 '쇼'는 자연스럽게 자신들의 2세에게 보여 졌을 것이다. 2세들은 실제사냥을 나가는 나이가 차기 전부터 항상 이런 '쇼'에 참여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테크닉과 기술과 정보들을 습득했을 것이고 그들 또한 그들의 후손에게 이 쇼와 그것의 효과를 대물림 했을 것이다.
이처럼 원시예술이 가지고 있던 그러한 기능들이 오늘날의 예술에도 남아있기에 예술은 여전히 효용성이 있는 것이라 봅니다.
그렇다고해서 오늘날의 예술이 ‘주술’에서 기원하였으므로 초자연적인, 종교적인, 샤먼적인 것이 남아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진중권 교수의 말을 빌면 ‘그들은 알지 못했다. 그러나 행했다.’ 는 말처럼 오늘날 밝혀진 예술이 가진 효용성을 알지 못했기에 주술로서 받아들였다는 거죠.
연극은 어떠한 대상을 두고 행해지더라도 인간의 인식과 행동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지닌, 다양한 효용성을 지닌 매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연극은 주로 공연의 형태로 활용되는 것이 대부분이지만, 사이코드라마, 연극치료, 학교에서의 교과학습, 대인관계향상, 정서순화, 창의력향상, 기업교육 등 실로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어지고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