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책에는 이런 저런 군더더기가 없어서 좋다. 두꺼운 책에는 주제를 미주알고주알 들려주니 좋다. 얇은 책은 시원하고, 두꺼운 책은 포근하다. 그래도 찜통 더위에는 시원한 글이 반갑다.
이진우 교수의 『니체의 인생 강의』도 얇다. 본문만 170여 페이지니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도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다. 저자는 많은 사람들이 들어 봄직한 니체(1844~1900)의 철학을 7개 강의로 녹여냈다.
그가 들려주는 니체 철학의 핵심은 삶이다. 신의 죽음, 위버멘쉬, 권력에의 의지, 영원회귀 등 니체 철학의 난해한 부분을 삶의 문제로 풀어가며 핵심을 콕콕 짚는다. 인간 삶의 문제는 절대가치의 몰락을 목격한 당시 19세기 사람들이나 과학기술로 혁신의 시대를 열어가는 우리에게도 무겁고 벅찬 주제다.
과거에 비해 풍족해졌지만 삶은 여전히 각박하고 무엇을 위해 사는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갈피 잡기도 어렵다. 인간 삶은 13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어딘지 모르게 텅 비어있다. 많은 사람들이 니체를 읽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는 니체를 ‘삶이 사상이고 사상이 삶인 철학자’라 소개한다. 그를 통해 우리를 돌아보자는 의도다. 그리고 이렇게 묻는다. 우리는 자신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자기 삶을 조금이라도 가치 있게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따라서 삶을 진지한 눈으로 바라보고 이제까지 당연하다고 믿었던 가치관, 신성시했던 세계관에 커다란 물음표를 붙인다면 그 사람은 니체주의자이다." (31)
그들은 자기 삶의 영역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니체주의자까지 될 필요가 있느냐며 반문할 것이다. 니체는 말한다.
“내 말을 믿어라. 실존의 가장 커다란 결실과 향락을 수확하기 위한 비결은 다음과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위험하게 살아라!” (16)
니체는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다. 그런 그의 생각을 두꺼운 책으로 자세히 읽는 것도 위험해 보인다. 그러니 우선은 안내자의 도움을 받자. 얇은 책 『니체의 인생 강의』로 시작해도 좋을 듯하다. 얇다고 얕은 것은 아니다. 책의 내용을 발췌 요약했다.
니체는 19세기의 시대정신을 하나의 명제로 정리했다. 바로 신의 죽음이다. 그는 인간이 맹목적으로 추구하던 절대적 가치가 더 이상 가치 없음을 인식한다면, 새로운 지평이 열릴 것이라 보았다. ‘신은 죽었다’라는 니체의 명제를 달리 표현하면 자신의 삶의 예술가가 되라는 말이다. 2. 너의 내면을 들여다봐라 생명체가 있는 곳에는 삶의 의지가 있다. 생존하기 위해 다툰다. 바로 '권력에의 의지'(The will to power)다. 이는 인간 내면으로부터 발현되는 본능의 힘이다. 현재의 것을 극복하고 그것을 능가하는 다른 것을 성취하려는 의지다. 그러니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자 한다면 우선 내면부터 들여다보라. 심장의 목소리를 들어라. 그 의지를 긍정하라. 3. 자신을 넘어서라 신의 죽음 이후 우리가 가질 수 있는 대안은 초인이 되느냐 최후의 인간이 되느냐다. 최후의 인간은 개성이 없는 인간이다. 군중 심리에 따라다니는 사람이다. 초인은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다. 창조하는 자는 스스로 걸어가는 과정에서 목표를 만들어낸다. 끊임없이 자기가 이루어놓은 상태를 넘어서고자 하는 태도를 체화한 인간 유형이 위버멘쉬(초인)다. 4. 삶을 긍정하라 신이 죽은 시대는 방향을 잃어버린 시대다. 오늘 니체의 사상을 접하고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니 내일은 좀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다음 날 역시 같은 일상이 반복된다. 늘 같은 것의 반복. 이것이 삶이다. 삶이 영원히 반복되고 삶에 아무런 목적도 의미도 없더라도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로 살아갈 때, 우리는 온전히 삶을 긍정하는 힘을 가진다. 영원회귀의 삶에서 배워야 할 교훈은 이것이다. 이 순간을 포착하라. 5. 너 자신이 되어라 낙타와 사자와 어린이의 삶은 정신의 세 단계 변화를 말한다. 낙타는 세상의 규범과 전제 조건을 따라야만 하는(You should) 중력의 정신을 대변한다. 사자는 자율의 정신을 상징한다. 기존의 가치, 관심, 규범, 관계를 파괴하는 부정의 힘이다. 부정은 긍정의 전제 조건이다. 강제로 주어진 짐을 떨치고 자신의 길을 가려는 I will의 단계다. 마지막 단계는 어린이의 삶이다. 어린이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긍정한다. 그들은 삶을 창조의 놀이로 받아들인다. 아이는 어른과 달리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I am as I am 이다. 6. 운명을 사랑하라 어떻게 살아야 하지? 이게 정말 삶일까? 나의 진정한 모습은 어디에 있지? 이렇게 고민하면 삶을 살아내지 못한다. 삶을 구원하고자 한다면 고통을 긍정할 줄 알아야 한다. 삶을 있는 그대로 긍정하고 사랑하고 받아들인다면, 삶은 이 순간부터 새로운 바다로 열린다. 자신의 삶 그 자체를 갖고자 원하라. 진정한 삶을 살려면 자신의 운명을 사랑하라. 이것이 바로 아모르 파티(Amor Fati), 운명애다.
by 이효정
[언더라인] 41. 자아 탐구에 너무 몰두하지 말고, 오히려 자아를 망각해버리고 지금 하고 있는 활동에 집중하면 자신도 모르게 자아를 만들어내고 발견할 것이다.
47. 목표가 결여되어 있다면 그것이 허무주의다.
60. “살아 있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권력에의 의지도 함께 발견했다.” (니체)
89. “고독이 멈추는 곳, 그곳에서 시장이 시작된다. 그리고 시장이 시작되는 곳, 그곳에서 위대한 배우들의 소란이 시작되며 독파리들이 윙윙대기 시작한다.” (니체)
113. “사상 중의 사상, 영원히 반복적으로 회귀한다는 사상을 온몸으로 인식하고 체현한다면 그 사상은 널 변화시킬 것이다. 너의 삶이 변화할 것이다.” (니체) 122. "나의 사상이 가르치는 것. 다시 살고자 원할 수 있도록 그렇게 살아라. 그것이 과제다." (니체) 158. "개개인이 자신을 구원할 환영(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고통의 세계 전체가 필요하다." (니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