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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상리에 눈이 내리면 고요와 적막이 얼마나 고요하고 적막한지 나도 여느 짐승들처럼
내 몸을 둘둘말아 겨울잠에 들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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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롭게 노니는 골든리트리버나 잉글리쉬십독처럼 모두 잊고 어슬렁거리고 싶어지기도 하고
매서운 칼바람에도 깨어나지 않는 적막이 되고싶기도 하고, 오랜 침묵이 만들어낸 천상의
고요가 되고 싶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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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이 퍼부어 나무가지마다 함박꽃이 핀 길을 따라 걸어가는데 슬며시 동행하자고
졸졸 따라붙는 시올이와 라라는 나와는 이승으로 이어진 질긴 인연들입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붙던 작년 이맘 때 시올이가 순산을 했습니다.
7~8마리를 상상했던 가족들은 다음출산을 기다리느라고 겨울잠도 못자고 온밤을 눈과 함께
하얗게 지새던 일이 어제 같은데 이제 시올이 딸 이올이도 어미가 되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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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스스로 종적을 감춘 폭풍한설 소리마저 얼어붙은 삼상리는 계곡이 소리를 내어 웁니다.
눈이 내리니 눈이 온다고 말하고 싶을 뿐인데 겨울이 깊어지는 적막이 통째로 자라고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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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이 슬슬 따라오는 마당에 등불이 하나, 둘 켜지면 침묵으로 꽃을 피우기 위해
세상의 하얀 눈을 소리없이 다 받아냅니다. 어쩌면 세상을 사는 일이나 시를 쓰는 일은
소리없이 내리는 고요나 침묵을 적막으로 받아내는 일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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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이 켜지면 삼상리의 하루가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또 다시 맞이하는 아침에는 잠못이루는 날짐승들의 울음소리나 그들의 허기진 발자국들이
나의 일상으로 쳐들어오기를 기다리다보면 밤은 어느새 새벽이 오기를 기다리지 않을까 싶어요
2013년 1월 1일 백두새벽에
김영은
첫댓글 차가운 겨울이 갖고 있는 독특한 풍경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시 한 편 쓰고 싶은 삼상리 정취들...
잘 지내고 있지요 맥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