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에 이번달 1인 1역을 정했다. 지난 달에는 우리반 수대로 내가 역할을 정하고 나눠서 맡겼다. 3학년 아이들은 그래도 즐겁게 맡은 일을 하는 편이었다. 아이들이 교실 일을 보다 스스로 했으면 하는 마음에 물어봤다.
나: 더 필요한 역할 있을까?
대답이 안나온다.
나: 우리 반에 더 있었으면 하는 역할 없어?
시우: 음… 아침운동?
나: 오, 좋다. 시우가 해볼래?
시우: 음… 아니요.
발랄한 시우가 웃으면서 발을 뺀다.
나: 아침운동 괜찮은데. 다른 친구들은 어떻게 생각해요? 찬성하는 사람?
절반 이상이 손든다.
나: 그럼 넣어보자. 언제 하면 좋을까?
매일 하자는 아이도 있고 월요일에 하자는 아이도 있다.
나: 우선 월요일부터 해보자. 그리고 우리 반 윤건이가 하면 좋을 역할이 뭐가 있을까?
오름반에 간 윤건이가 맡아서 잘 할 수 있는 역할이 있을까 함께 궁리했다. 지난 달 윤건이 역할은 걸레 빨아 신발장 절반 닦기였는데, 첫날 말고는 나머지 절반 당번인 반장 지태가 윤건이 몫까지 닦았다.
용준: 문단속?
나: 그래, 좋다! 윤건이가 오름반 갈 때 교실문 열려있으면 앞뒷문 다 닫고 가더라.
준우: 윤건이가 문은 잘 닫는데 너무 세게 닫아요.
나: 맞아. 그건 윤건이한테 얘기해야겠다.
준우: 윤건이의 문단속이네요.
용준: 윤건이가 없을 때는 누가 문단속해요?
평소에 윤건이 잘 챙기는 용준이가 진지하게 물어본다.
이번 달 역할을 정할 때는 내가 지정하지 않고 역할마다 희망자를 받아 가위바위보했다. 아침운동도 희망자가 셋이나 되었는데 전학 온 율이가 됐다.
윤건이가 교실에 왔을 때 윤건이 역할을 설명해주고 문은 좀 살살 닫아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그 뒤로 윤건이도 문 닫을 때 신경쓰는지, 오늘 윤건이가 교실문 닫고 오름반 갔을 때 준우가 그런다.
준우: 선생님. 윤건이가 문 좀 세게 닫았다가 다시 열고 살살 닫고 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