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때 ‘문학교육’이라는 개념 규정과 정체성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문학’과 ‘교육’이라는 두 낱말이 합쳐지면서, 그 사이에 생략된 말들과 숨겨진 의미는 무엇일까? 논쟁의 핵심은 문학‘에 대한’ 교육이냐, 문학‘을 통한’ 교육이냐였다.
문학‘에 대한’ 교육은 교육내용으로서 문학을 가르친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보면, 과거에는 형식주의론에 근거한 지식으로서의 문학이 한때 강조된 적이 있었고, 나중에는 문학의 본질을 바탕으로 문학교육이 다른 교과와 차별되는 고유의 정체성을 확보하려는 입장으로 나아갔다. 한편, 문학‘을 통한’ 교육은 바람직한 인간 형성이라는 교육의 본질에 입각해서 ‘문학’의 수단성과 효용성을 강조하려는 입장이었다. 80년대와 90년대 초반 사이에 사회 민주화 과정에서 의식화 교육이라는 이데올로기적 편향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국어교육학에서 문학교육론을 정립하려던 학문적 논의에서는 주로 앞의 입장이 다루어지고, 교육 현장의 국어교사들은 뒤의 입장에 대한 정서적 공감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에는 문학을 문화행위의 한 양식으로 폭넓게 이해하면서, 결국 ‘삶의 교육’으로서 문학교육이 전개되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문학교육의 방향성으로, 학습자가 일상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 학습자의 삶에 대한 성찰이나 삶의 태도를 정립하는데 도움이 되는 활동, 문학 작품을 즐겨 읽는 태도 확립 등을 제시한다.
그러나, 현장에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사들은 문학을 통한 삶의 교육에 대한 정서적 공감에도 불구하고, 실천적 측면에서는 입시 위주 수업이라는 억압적 현실에서 선택형 문제로 가득한 문제집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문학에서 ‘삶’은 밀려나고 대신 ‘입시’가 들어서 있는 것이다. 자칫 현장에서 문학교사들이 ‘입시’와 타협해 나가는 일상의 관성에 길들여지다가, 정작 문학에서 ‘입시’가 빠진 미래의 어느 아름다운 날을 꿈꾸는 상상력마저 잃어버리게 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삶과 문학이 만나는 아름다운 날이 아직 멀수록, 우리는 입시가 지배하는 ‘일상’에서 ‘ㄹ’을 버리는 연습을 자주 해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하여, 입시의 ‘일상’ 속에서 ‘이상’을 실천하는 게릴라가 되자. 삶과 문학이 온전한 만남을 꿈꾸며!